수익형 부동산의 허실

역대 최저 수준의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4월 중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금리는 연 2.89%를 기록하고 있다. 세후 수익률로 따지면 2.44%밖에 되지 않으며, 이는 같은 기간 중 물가상승률 2.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저축을 하면 할수록 실질적으로는 손해가 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수준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시중 유동자금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시중 유동자금의 특성은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때 며칠 사이에 20조 원이 동원됐던 사례는 시중 유동자금이 얼마나 투자처에 목말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오피스텔·상가, 월세 제때 받기 힘들어
지불 능력 취약자 많아

예년 같으면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주택 시장으로 몰려갔을 것이지만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의 약세 전망이 이어지면서 오피스텔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그 방향을 트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달 일정액의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대부분 봉급생활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달에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을 가질 수 있다면 당장 은퇴하겠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런 소박한(?) 꿈과 시중 저금리 상황이 맞물려 오피스텔, 다가구 주택이나 상가 등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은 수익형 부동산이 대세인가. 저금리라는 시대 상황에서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투자하지 않으면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그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문제는 ‘과연 월세가 제대로 걷힐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임차인의 지불 능력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수익형 부동산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월세가 한 달에 꼬박꼬박 돌아오는 월급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 월세가 잘 들어오지 않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심지어는 월세를 내지 않아 보증금을 까먹다가 나중에 도저히 안 돼 이사 비용까지 줘서 내보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입자들이 전세를 선호한다. 일정액을 맡겨 놓은 후 계약이 지나면 전세금을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로 계약하는 세입자 중에는 이러한 전세금조차 없기 때문에 월세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지불 능력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매달 임차료를 내는 월세 제도가 정착돼 있다. 그러면 이들 나라에서도 위에서 지적한 문제가 많이 발생할까. 비율 측면에서 보면 우리보다 문제 발생 빈도가 적다. 그 이유는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 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신용도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월세나 전기세 등을 평소에 얼마나 성실하게 납부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개인마다 신용 점수(credit point)가 있는데, 자동차나 집을 사는 데도 높은 신용 점수가 필요하지만 월세로 집을 임차하는 데도 어느 정도 높은 점수가 필요하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낮은 신용도를 가진 사람에게 세를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의 신용도에 대해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을 추려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개개인이 스스로 신용 점수를 깎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점수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두 번의 지급 불이행만으로도 단기간에 신용 점수가 크게 깎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제때에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게 된다.

월세를 제때 내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해 차후에 받는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월세를 받고 못 받고는 개인 간의 거래 문제가 된다.

수익형 부동산의 두 번째 문제점은 관리상의 문제다. 아파트는 관리실이 따로 있고 관리비를 세입자가 내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그러나 빌라나 다가구 주택은 관리실이 따로 없기 때문에 집주인이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겨울에 보일러가 망가지면 즉시 고쳐주어야 하고, 여름에 하수도가 막히면 뚫어주어야 한다. 이때 본인이 수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를 불러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다 ‘돈’이다. 더구나 빌라 등은 아파트에 비해 시공 수준이 낮아 노후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리를 계속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1년 임대료 중에서 한 달 치 월세는 유지·보수비로 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데,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돈도 돈이지만, 관리에 따른 시간과 노력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세입자들이 수시로 전화해 수리를 요구한다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차가운 방에서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런 문제는 세입자의 문제가 아니라 빌라 등 주거용 수익형 부동산이 가지는 태생적 문제다. 수익형 부동산에서 얻을 이익만을 보고 투자하면 본인이 기대했던 수익률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익에 따른 의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 이익은 생각보다 적다

이 때문에 관리실이 따로 있는 오피스텔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월세 문화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도 우리보다 높은 월세 수준을 유지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월 100만 원 정도가 심리적 마지노선이 아닌가 한다.

월 100만 원이 넘어가면 월세 수요가 급감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고가 오피스텔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저가 오피스텔 시장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고시텔이나 도시형 생활 주택 등과 시장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가 투자는 어떨까. 상가의 경우도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신규 분양 상가를 구입해도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본인이 직접 들어가 장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렵사리 세입자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나쁘면 몇 달 치씩 월세가 밀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명도 소송을 해서 세입자를 내쫓을 수도 없고, 다른 세입자를 구해도 그 세입자가 제때에 본인 통장으로 꼬박꼬박 송금을 해 주리라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향후 소규모 상가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양상이 소규모 생계형 자영업에서 프랜차이즈 등 기업형 자영업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라. 커피전문점·빵집·미용실 등 많은 업종이 프랜차이즈화돼 가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중개업조차 대기업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상가 시장에도 양극화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 업종을 유치할 정도 규모의 상가는 활황을 맞겠지만, 이면도로의 작은 상가의 경우 이들 프랜차이즈화된 상권에 밀려 고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물론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투자처다. 그러나 그 투자 수익이라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얻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임대 사업도 하나의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진리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통하는 것이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오피스텔·상가, 월세 제때 받기 힘들어
약력: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