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투자법 vs 아마추어의 투자법

얼마 전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홈런 타자였던 김봉연 극동대 교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인터뷰 내용 중 필자에게 인상 깊게 다가 온 말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홈런 타자와 평범한 타자의 차이는 바로 실투를 놓치느냐, 놓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일류 타자라고 하더라도 투수가 던진 최고의 공을 마음대로 칠 수는 없다. 일류 타자의 기준인 3할대 타율은 바꿔 말하면 타석에 10번 나와 7번은 죽는다는 얘기다. 30%의 생존 확률에서 홈런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차례를 바꿔서 이번에는 투수의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순간에 실투하지 않는 것이 일류 투수와 이류, 삼류 투수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누가 더 실수를 하지 않느냐에 따라 투수와 타자의 승부가 갈라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존경 받는 투자 컨설턴트이자 세계 최고의 연·기금 중 하나인 예일대기금의 투자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찰스 엘리스는 투자를 테니스 게임에 비유한다. 테니스 게임을 분석해 보면 일류 프로 테니스 선수와 아마추어가 승리하는 방정식이 다르다.

프로는 점수를 얻는 게임을 하고 아마추어는 점수를 잃지 않는 게임을 한다는 것. 프로 테니스 선수들은 정확한 공격을 통해 점수를 따는 데 비해 아마추어는 상대방의 실수로 점수를 얻는다.

아마추어가 이기는 길은 멋진 폼이나 작전 등을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제대로 받아 넘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엘리스는 “아마추어는 서브를 강하게 넣거나 라인 가까이로 맞추려고 할 게 아니라 그냥 공을 되넘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따려면 잃고, 잃지 않으려면 딴다’
스포츠의 승패와 비슷한 투자의 세계

야구와 테니스의 성공 방정식을 잘 들여다보면 투자와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사람들은 투자의 성공 비법이나 기막힌 정보를 찾지만 이런 것들은 대개 최악의 결과를 낳곤 한다. 그리고 사이비 고수들이 등장해 자신의 특별한 투자 비법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그들을 따라해서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얼마 전 500억 원을 벌었다며 해성처럼 나타난 경매의 대가라는 사람의 말만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처럼 배신과 고통 속에 보내는 일이 더 많다. 승자가 되는 법을 좇는 사람들은 패자가 됐고, 반대로 패자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곳이 바로 투자의 세계다.

왜 우리는 패자가 되지 않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까. 1차적으로는 바로 투자의 속성 그 자체가 언제든지 손실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다.

상승과 하락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동전을 얘기할 때 앞면만 보고 동전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앞면과 뒷면을 모두 얘기해야만 온전한 동전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투자라는 행위를 할 때도 항상 앞면에 해당되는 상승과 뒷면에 해당되는 하락(또는 손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면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합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는 제거하고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어떤 주식을 갖고 있다면, 뉴스를 보더라도 호재에 관계된 글에 자꾸 눈이 간다. 부정적인 측면을 제공하는 정보를 애써 무시하는 경험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한두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최종 수익은 앞면이 아닌 뒷면에 의해 결정된다.
<WBC> 역전의 용사
    (샌디에이고=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16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4회말 무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태균이 역전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2009.3.16
mtkht@yna.co.kr
(끝)
역전의 용사 (샌디에이고=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16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4회말 무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태균이 역전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2009.3.16 mtkht@yna.co.kr (끝)
한 번 예를 들어 보자. 1000만 원을 투자해 100%(흔히 더블 쳤다고 표현한다)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치자. 그러면 투자 원금 1000만 원과 수익 1000만 원을 합해 20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얼마 후 가격이 떨어져 마이너스 5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0만 원의 마이너스 50%이니까 다시 1000만 원이 된다. 100%와 마이너스 50%는 이처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

아무리 많이 따더라도 딴 상태에서 조금만 잃어도 급격하게 투자한 돈이 쪼그라든다. 딴 것에만 초점을 맞춘 사람들이 나중에 실망스러운 결과만 안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최종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밝은 면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마디로 손실을 막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게 더 나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손실을 막기 위한 전략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적립식 투자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투자 시점과 투자 금액을 시간 축에 따라 분산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 방법이 손실을 막는 투자 방법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A라는 주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회사의 주식을 매월 10만 원씩 1년간 적립식으로 투자했다고 치자. 첫째 달에는 주가가 1만 원이었다. 10주를 매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달에는 주가가 대폭락해 2500원이 됐다.

이번에는 40주를 사들였다. 이런 식으로 1년간 매입하면 결국 적립식으로 투자한 사람은 1년 주가의 평균가격에 사들였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적립식 투자법을 ‘평균 단가 매입법’이라고도 한다.

1년 뒤 돈이 필요해 주식을 팔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평균 매입 가격이 5000원인데 시세가 4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모든 사람 앞엔 세 가지 선택 방법밖에 없다.

첫째, 손해 보고 파는 것이다. 둘째는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나머지는 또 사는 것이다.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또 사들여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 놓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시장은 사 놓은 평균가격 이상으로 시세를 기록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때 팔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적립식 투자는 이처럼 돈을 따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잃지 않는 데 주안점을 둔 방법이다.

필자의 친구 중 한 명은 이런 원리를 설명해 주었더니 금세 자신의 방법으로 써 먹고 있다. 그 친구는 매월 100만 원을 몇 개의 펀드에 나눠 적립식 투자를 한다. 일단 처음에는 무조건 1년 이상 불입한다. 그 다음해부터는 30%의 수익이 발생하면 그 펀드를 일단 환매한다.

그리고 새로 불입하는 것처럼 같은 금액을 다시 펀드에 넣기 시작한다. 반대로 마이너스가 나면 계속 오를 때까지 불입해 나가면서 기다린다. 이 친구는 이런 간단한 원칙을 적용해 거의 손해를 본 일이 없다.

손실을 막는 데 더 큰 노력 기울여야

투자자들은 어떤 정보나 기막힌 비법이 투자 성공의 요체라고 여기고 이런 것들에 갈증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실제 투자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런 것들은 접어두고 손실을 줄이고 간단한 투자 원칙을 무기로 삼아 시장에서 생존한다.

투자는 위험한 것이다. 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내 소중한 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이 아닌 실수를 줄이는, 지지 않는 게임을 해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금과옥조처럼 전해지는 말이 있다. “따려고 하면 잃을 것이고, 잃지 않으려고 하면 딸 것이다.”

약력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