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무료 오피스 시장이 뜬다

[Info@Biz] 구글, 절대 강자 MS에 도전장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없이 업무를 볼 수 있는가.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10명 가운데 8명에 속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둘 중 하나일 게다. ‘구글 문서도구’로 알려진 ‘구글 독스’를 쓰는 얼리어답터이거나 ‘한컴오피스’를 쓰는 공무원이거나. 물론 오피스 소프트웨어(SW)를 아예 쓰지 않는 사람은 이 질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글과 MS의 ‘오피스 전쟁’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오피스 SW의 절대 강자로 오랫동안 군림해 온 MS가 구글의 도전에 맞닥뜨린 건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상전벽해라고 했던가. 불과 4년여 만에 MS와 구글의 오피스 전쟁은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로 바뀌었다.

불씨는 2006년 3월 구글이 온라인 워드프로세서 서비스 ‘라이틀리’를 인수하면서 지펴졌다. 구글이 웹기반 오피스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란 예측은 2006년 10월, ‘구글 독스(http://docs.google.com)’ 서비스를 시작으로 현실화됐다. 구글 독스는 라이틀리가 제공하던 워드프로세서에 표계산(스프레드시트) 기능을 더한 웹오피스 서비스다.

SW를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웹에 접속해 업무용 문서를 작성·편집할 수 있다. 기능만 제대로 받쳐준다면 굳이 비싼 돈을 내고 MS 오피스 같은 패키지 SW를 사서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MS 오피스 문서들도 웹에서 바로 열어보고 편집할 수 있다니,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닐까.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로 출발한 구글 독스는 2007년 4월 프레젠테이션 기능을 더하면서 오피스 SW로서의 모양새를 본격적으로 갖췄다.

MS 오피스 핵심 제품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와 정면 대결하게 된 셈이다. 구글 독스엔 포함되지 않지만 G메일·캘린더·노트 등은 MS ‘아웃룩’, ‘원노트’와 부딪치는 서비스다.

구글은 철저히 웹 기반 서비스를 고수하며 PC 기반 설치형 제품인 MS 오피스를 뛰어넘으려고 했다. 구글 독스는 일일이 프로그램을 사서 설치하는 대신 웹서비스 형태로 오피스 기능을 빌려주는 모델이다. 지금까지 문서 저장소 역할을 도맡았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는 방대한 구글 서버가 대신 맡았다.

MS, 전 세계 문서 시장의 81% 점유

반면 MS는 여전히 데스크톱 PC와 HDD를 고수했다. 안정된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개척지로 뛰어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패키지 형태로 사서 PC에 깔아 쓰는 ‘MS 오피스’는 여전히 위세가 당당했고 성능 또한 날로 강력해지고 있었다.

기능 또한 구글 독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구글 독스는 ‘빌려 쓰는 웹서비스’란 한계가 뚜렷했다. 막강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패키지 SW에 비하면 구글 독스는 단순하고 기본 기능에 충실한 서비스다. 게다가 MS는 입버릇처럼 “오피스 시장과 온라인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막강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MS 오피스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주요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는 이용자는 10명 가운데 2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서를 열고, 편집하고, 저장하는 기능만으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필요할 때마다 웹에 접속해 간편히 쓸 수 있는 구글 독스로 점차 눈을 돌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공짜로.
[Info@Biz] 구글, 절대 강자 MS에 도전장
MS도 변화에 올라타게 된다. 2007년께부터 MS는 ‘소프트웨어+서비스(S+S)’란 얘기를 꺼내든다. 이용자는 지금처럼 PC에 오피스 SW를 깔아두고 원하는 기능을 풍성하게 쓰면서 문서 공유나 협업이 필요할 때 웹으로 연동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MS쪽 그림이다. PC든, 웹이든 이용자가 필요할 때 원하는 방식대로 골라 쓸 수 있는 선택권을 덧붙인 셈이다.

2008년 11월에는 보다 짜임새 있게 개편된 ‘3세대 윈도 라이브’도 등장했다. PC와 웹을 유기적으로 연동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MS 오피스의 주요 기능은 웹으로 제공되지 않았다. 사진 편집 기능인 포토스케이프가 ‘구글 피카사’와, 윈도 라이브 핫메일이 구글 G메일과, 윈도 라이브 메신저가 ‘구글 토크’와 부딪치는 정도였다.

그러는 동안 구글 독스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스프레드시트 이용자 화면이 개선됐고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특히 웹에 문서를 만들어 놓고 여럿이서 동시에 편집하는 기능은 이른바 얼리어답터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3월에는 ‘자유 그리기’ 기능도 덧붙였다.

구글 독스, 간편함 내세워 공세

이제 MS에 반격할 차례가 왔다. MS는 지난 5월 19일, ‘MS 오피스 2010’을 공식 출시하면서 ‘MS 오피스 웹 앱스(MS Office Web Apps)’를 선보였다. 말 그대로 MS 오피스 주요 기능을 웹에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웹 앱스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원노트로 구성돼 있다. 웹 앱스를 이용하면 PC에 MS 오피스가 깔려 있지 않아도 웹에서 곧바로 MS 오피스의 주요 파일을 열고 편집할 수 있다. 값을 치를 필요도 없다. 윈도 라이브 서비스에 가입하면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다. 웹 앱스 가운데 워드나 엑셀은 여럿이서 웹으로 동시에 편집하는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 이용자라면 ‘MS 셰어포인트 서버’와 연동해 자체 웹 앱스를 꾸릴 수도 있다. 사무실 동료끼리 셰어포인트 서버에 접속해 워드·엑셀·파워포인트·원노트 문서를 공유하고 공동 편집하는 식이다.

그조차 부담스럽다면 돈을 내고 임대 형태로 기업용 웹오피스를 구축해도 된다. 구글이 1인당 연간 50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보다 넓은 저장 공간과 확장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MS 오피스는 또한 모바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 모바일 6.5’부터 ‘MS 오피스 모바일’이 기본 내장된다. 이제 PC뿐만 아니라 웹과 휴대전화에서도 손쉽게 MS 오피스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를 연 모양새다.

이뿐만 아니다. MS는 지난 4월 페이스북과 손잡고 독스닷컴(http://docs.com)을 띄웠다. MS 오피스로 작성한 문서를 곧바로 올리고 웹에서 친구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즘 들어 가장 주목받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떠오른 페이스북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MS는 2007년 10월 페이스북에 2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1.6%를 인수한 바 있다. 비율로 따지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외부 투자자 가운데는 ‘큰손’이다. 두 공룡의 연합은 구글에도 적지 않은 위협거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전체 오피스 SW 시장을 놓고 보면 MS가 절대 강자임에 틀림없다. 특히 돈이 되는 기업용 시장에선 MS가 단연 앞선다.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전 세계 문서 시장의 81%는 MS 오피스가 차지하고 있다.

구글 독스 이용 기업은 4%로, 수치만 놓고 보면 아직도 찻잔 속 태풍일 뿐이다. 하지만 구글 독스는 1억7000만 명에 이르는 전 세계 G메일 이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언제든 오피스 시장의 스타로 떠오를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MS 오피스 웹 앱스는 아직 정식 서비스되고 있지 않다. 한글판은 올해 하반기께 선보일 예정이다. 독스닷컴도 아직은 시범 서비스 상태지만 머잖아 정식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끌어 모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MS가 윈도 라이브와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발판 삼아 웹오피스 서비스를 잡을 수 있을까. 진짜 재미있는 승부는 이제부터다.

이희욱 블로터닷넷 기자 asada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