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분석
올해 선정된 100대 기업의 경영 성과와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현재 시장에서 기업이 평가받고 있는 가치를 알아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가총액을 알아보는 것이다. 올해 선정된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684조 원이다. 지난해 선정된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432조 원으로 252조 원가량 늘었다. 2007년에 마이너스 43%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1년 사이 플러스 성장(58%포인트)으로 돌아선 것.전체 기업으로 보면 949조 원을 기록했다. 2009년 585조 원에 비해 무려 364조 원이나 증가해 62%포인트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06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2007년에서 이듬해까지 실물 경기에 영향을 주며 국제적인 경제·금융 위기 사태로 커졌다. 2009년 100대 기업 조사에서 시가총액이 43%나 급감한 것은 국내외 경기 악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2010년 조사에서 50%가 넘는 시가총액 ‘턴어라운드’는 한국의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금융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실제로 한국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 위기 탈출을 견인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이 눈부시다. 2009년 조사에서 66조 원에 머물렀던 시가총액은 올해 조사에서 117조 원으로 늘어나 77%나 성장했다. 작년 조사에서 10조 원대 시가총액을 기록한 기업 수가 9개사였던 데 비해 올해 조사에서는 삼성전자 117조 원을 비롯해 20조 원 이상만 6개사, 10조 원 이상은 19개사로 크게 증가했다. 상위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299조 원으로 100대 기업 시가총액의 43%를 차지했다.
시가총액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한국전력공사와 하이닉스반도체다. 이들 기업은 시가총액 순위에서 각각 5위와 12위로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종합 순위에서는 389위와 413위로 크게 밀렸다.
한국전력공사는 당기순이익이 1510위에 머무르는 저조한 실적으로 종합 순위가 2년 연속 1000대 기업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시가총액은 2008년 18조 원에서 2009년 말 21조 원으로 상승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도 당기순이익 순위가 1530위에 머물러 13조 원대의 높은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종합 순위에선 400위권으로 밀려났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4월 26일 발표한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이 1조796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국제 유가(WTI)의 상승이 가장 큰 영업 환경 악화의 원인이다.
현재의 요금 수준도 한전의 만성 적자를 가져오는 원인이다. 판매 단가가 전력을 생산해 내는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 전문가들은 고질적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3분기쯤 요금 인상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가총액 10조 이상 기업 19개사
매출액은 한 기업의 사업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규모를 얘기할 때 ‘○○억 원대’ 기업이라고 말하는 수치가 매출액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답게 매출액 상위에 랭크된 기업의 경우 제조업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이는 상위 10대 기업을 분석해 보면 잘 나타난다. 9위를 차지한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9개 기업이 모두 제조업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조사와 마찬가지로 부동의 매출액 1위 자리를 지켰다. 구체적인 매출액 규모도 72조 원에서 89조 원으로 약 23% 성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상위 8개 기업들은 모두 지난해 조사보다 매출액 규모가 줄어들었다. 2009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 중 30조 원 이상인 기업이 5개, 20조 원 이하인 기업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반면 올해 조사에서는 매출액 30조 원 이상인 기업이 5개, 20조 원대가 4개였으며 10조 원대 기업도 등장해 전체적인 매출액 규모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상장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200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기업의 매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금융 위기와 경기 부진 여파가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국제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주목받는다. 현대중공업의 매출액 신장 비결은 비조선 분야의 선전 덕분이다. 특히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 대형 엔진, 건설 장비 등에서 뛰어난 영업 성과를 기록했다.
SK네트웍스는 매출액 순위(21조 원)가 7위에 랭크됐지만 종합 기업 순위에선 64위로 밀렸다. 이는 당기순이익이 504억 원에 불과해 147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하이닉스반도체·대한항공·두산중공업 등도 비슷한 사정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매출액으로 전체 3위이지만 당기순이익이 1510위에 머물러 기업 종합 순위가 389위로 밀렸다.
대한항공은 매출액 26위로 100위 안에 들었지만 당기순이익이 1513위에 머물러 전체 순위는 416위를 기록했다. 두산중공업도 당기순이익 1529위로 매출액(36위) 순위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기록했다.
선정 대상 기업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1127조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0대 기업의 매출액 총합은 728조 원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환율 효과로 대기업 선전
2009년 국내 기업들은 비교적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내실 있는 경영을 했는가’를 알 수 있는 당기순이익 규모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43조7896억 원이었던 비해 올해 조사에서는 55조1703억 원을 기록해 25%가 늘어났다. 10대 기업의 경우에도 전년의 당기순이익이 18조995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조사에서는 27조3998억 원으로 44%나 늘어났다.
하지만 내실 있는 기업 경영은 우리 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성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선정 대상 기업의 당기순이익(55조1703억 원)이 1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55조7173억 원)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에 비해 평균 174원 넘게 상승한 환율은 수출 위주의 대기업이 영업 수지를 맞추는 데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대외적 악조건은 100대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의 영업 이익률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전체의 순이익이 100대 기업의 순이익에 미치지 못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당기순이익 1위는 삼성전자가 9649억 원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포스코·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이 작년과 비슷한 순위를 유지하며 선전했다. 당기순이익 10위권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LG전자다. 2052억 원으로 5위에 오른 것.
작년 조사에서 20위권에도 오르지 못한 LG전자는 올해 뛰어난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종합 순위에서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작년에 각각 6위와 8위에 오른 SK텔레콤과 LG디스플레이는 새롭게 10위권에 들어선 LG전자와 기아자동차에 자리를 내줬다.
100대 기업 중 당기순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한 기업은 동부제철과 호남석유화학이다. 동부제철은 전년 종합 순위 510위에서 올해 97위로 무려 413단계나 뛰어올랐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전기로 제철 공장을 준공해 국내 3대 일관 제철사로 자리 잡아 매출액과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호남석유화학은 종합 순위 26위를 기록해 작년 조사(436위)에 비해 무려 41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당기순이익이 7967억 원으로 16위에 오른 것이 종합 순위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 100대 기업 중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SK케미칼로 전년 대비 무려 1795.91%나 늘어났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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