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방향 트는 간 나오토 내각

<YONHAP PHOTO-0931> To go with analysis story Japan-politics-media by Harumi Ozawa

In a picture taken on June 5, 2010 Japan's new Prime Minister Naoto Kan (C) answers questions surrounded by journalists during "burasagari", or doorstop interview, at the prime minister's official residence in Tokyo. The new prime minister will have to keep the country's powerful media on side if he wants to break the curse of national leaders not surviving in office for more than a year.  AFP PHOTO/JIJI PRESS

/2010-06-06 13:54:17/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To go with analysis story Japan-politics-media by Harumi Ozawa In a picture taken on June 5, 2010 Japan's new Prime Minister Naoto Kan (C) answers questions surrounded by journalists during "burasagari", or doorstop interview, at the prime minister's official residence in Tokyo. The new prime minister will have to keep the country's powerful media on side if he wants to break the curse of national leaders not surviving in office for more than a year. AFP PHOTO/JIJI PRESS /2010-06-06 13:54:17/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강한 경제, 강한 재정, 강한 사회보장을 따로따로가 아닌 한 덩어리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펴겠다. 재정 건전화는 경제성장의 필수 조건이다. 재정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6월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제성장과 재정재건을 양 축으로 한 새로운 경제정책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소비세 인상 등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간 총리가 의료, 노인 요양 등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 내수를 부양하는 ‘제3의 길’을 걷겠다고 밝힌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공공 공사에 재정을 지출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제1의 길’이나 규제 개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제2의 길’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간 총리의 이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 비전에 시장에선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 재정 중시파 대거 입각 =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지난 6월 8일 정식 출범했다. 간 총리는 17명의 각료들과 함께 이날 저녁 아키히토(明仁)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일본의 제94대, 61명째 총리로서 새 내각을 공식 발족시켰다.

간 총리는 신임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에 센고쿠 요시토 국가전략상, 재무상엔 노다 요시히코 재무성 부대신을 임명했다. 또 국가전략상 겸 소비자담당상엔 아라이 사토시 총리 보좌관, 행정쇄신담당상에는 렌호 참의원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이 밖에 오카다 가쓰야 외무상과 가메이 시즈카 금융상 등 11명의 각료는 그대로 유임했다.

간 내각의 평균연령은 59.0세로 직전 하토야마 내각의 60.7세보다 젊어졌다. 간 총리는 “새 내각은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스피드를 낼 것”이라며 “앞으로 ‘기병대 내각’이라고 불러 달라”고 말했다.

간 내각에서 주목되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인물들이 대거 입각했다는 점이다. 센고쿠 관방장관, 노다 재무상 등은 모두 민주당에서 ‘재정 중시파’로 분류된다. 이들이 내각의 핵심을 장악함으로써 향후 일본의 정책 방향은 재정 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커졌다.

◇ 포퓰리즘 수정 착수 = 간 나오토 내각은 작년 8·30 총선 당시 내걸었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게 자녀 수당이다. 나가쓰마 아키라 후생노동상은 새 내각 출범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 자녀 수당 지급과 관련, “전액 지급은 재정상의 제약 때문에 어렵다”고 밝혔다. 자녀 수당과 관련해 나가쓰마 후생노동상이 전액 지급 포기 의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정부는 자녀 수당을 올해는 공약했던 금액의 절반(중학생 이하 자녀 1인당 월 1만3000엔)을 지급하고 내년에는 전액(1인당 월 2만6000엔) 지급하기로 했었다.

자녀 수당을 전액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간 5조4000억 엔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재정 상황이 악화돼 있어 재원 마련이 어려운 처지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자녀 수당의 일부를 보육 서비스 등의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나가쓰마 후생노동상은 “현금이든, 현물이든 1인당 월 2만6000엔 수준의 재원 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간 신임 총리가 새 내각의 핵심 과제로 재정재건을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간 총리는 자신의 지론인 ‘최소 불행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강한 경제, 강한 재정, 강한 사회보장의 일체화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간 내각은 자녀 수당이나 고속도로 무료화와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수정하고 소비세 인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에선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원래 하토야마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은 소비세 인상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간 총리도 올해 1월 재무상에 취임한 직후 “(예산) 낭비를 없애고 나서 (소비세 인상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유럽발 재정 위기를 접하면서 소비세 인상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서는 ‘법인세 5% 인하’ 주장이 자주 언급된다. 한국 등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투자 의욕을 자극하고 2020년까지 평균 명목 경제성장률을 3%로 올리자는 것이다. 간 내각에는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나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겐바 고이치로 공무원제도개혁상과 함께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간사장 등 재정재건론자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새 내각의 정책 방향을 ‘소비세 인상, 법인세 인하, 포퓰리즘 공약 수정’ 등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빈부 격차 시정’을 지향하는 민주당이 저소득층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이 같은 정책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

당장 7월 중 민주당 정권의 중간 평가에 해당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부담스럽다. 일각에선 간 내각이 참의원 선거 이후에나 소비세 인상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시장의 기대감 상승 = 시장에선 벌써부터 간 내각의 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 내각이 경제성장과 주가 부양 유도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Japan] 재정 중시파 ‘중용’…‘제 3의 길’ 간다
JP모건체이스의 예스퍼 콜 주식조사부장은 간 신임 총리가 하토야마 전 총리와 비교해 경제성장에 더욱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의 8·30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나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는 사회정책에 있었다”며 “이제 그 핵심은 경제정책과 성장 촉진으로 옮겨져 주식시장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에 오르기 전 재무상으로 5개월간 재임하기도 한 간 신임 총리는 국가 부채 감축 방안과 함께 1991년 이후 눈에 띄지 않는 속도를 보였던 명목 경제성장률을 앞으로 10년에 걸쳐 연간 3%로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의 국가 부채 규모는 국민총생산(GDP)의 200%에 육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서도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도쿄에 있는 도이치방크아게의 수석 전략가인 가미야마 나오키는 새 총리가 더욱 정제된 재정정책을 펼쳐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 부채 규모에 대해 투자가들의 걱정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가 재정 원리의 측면에서 보면 하토야마 전 총리보다 신임 총리가 낫다”며 “투자가들이 일본에서의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일본 시장이 안전한지 궁금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인기를 위해서도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며 “관련 정책은 7월로 예정된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신임 총리에게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집권 민주당의 지지율도 V자형으로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 나오토 신임 총리에게 ‘기대한다’는 응답은 59%로 ‘기대하지 않는다(33%)’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작년 8·30 총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총리 내정자에 대해 ‘기대한다’는 응답(63%)과 거의 비슷하다. 또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3%로 하토야마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지난 2일과 3일 실시된 여론조사(28%)에 비해 높아졌다. 자민당은 이 기간 20%에서 17%로 떨어졌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간 총리에게 ‘기대한다’가 57.6%, ‘기대하지 않는다’는 37.2%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36.1%로 직전 조사 때의 20.5%에 비해 무려 16%포인트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자민당 지지율은 20.8%로 5월 말 실시됐던 직전 조사 때의 21.9%에 비해 후퇴했다. 간 총리에게 기대하는 것으로는 지도력이 32.3%로 가장 높았고 ‘국민에 대한 설명 능력(21.4%)’, ‘서민 감각(16.3%)’, ‘성실과 겸허(12%)’ 등의 순이었다.

차병석 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