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절대품질’ 확보전략② - ‘절대품질’의 의미와 조건

도요타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 과제는‘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모든 생산 거점에서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일본에서는 ‘절대품질’이 확립돼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한데 비해 해외 거점의 품질이 ‘절대품질’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동일한 ‘절대품질’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절대품질’을 확립한다는 것은 어떤 조건을 갖추는 것일까.

‘절대품질’의 확보는 글로벌 기업의 필수 과제다. 지역별 생산 거점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절대품질’의 기준이 지켜지도록 엄격히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각 거점의 품질관리가 쉬워질뿐더러 거점끼리 비교 평가가 가능해진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도 있다.

필자가 국내 대기업 3곳의 해외 진출 공장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부품 납품 업체(한국 진출 업체 및 현지 업체) 50곳을 조사한 적이 있다. ‘작업표준’은 90% 정도가 준비돼 있었지만 QC(Quality Control) 기능의 핵심인 ILO(Income quality control, Line quality control, Out going quality control) 시스템을 조사해 봤다. ILO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단 5%에 불과했다.

더욱이 신뢰성 시스템인 ELT(Early Life Test:조기수명시험검사), FLT(Full Life Test:신뢰성수명시험검사)의 시설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전무했다.

또 완성 업체(모기업) 공정이나 시장(Field)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부품 공급 업체로 정보가 전달돼 개선 조치를 취하고, 다시 개선된 제품이 완제품 업체(모기업)로 납품되면 완제품 업체(모기업)의 ‘수입검사자(IQC)’가 확인 검사 뒤 공장으로 입고되는 피드백(Feed Back) 시스템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는 업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품질 시스템(Q-System)을 만들겠다고 아우성을 쳐봐야 소용없다.

자주·순차검사 철저히 해야
** FILE ** Mercedes star emblems are seen at the assembly line of DaimlerChrysler in Sindelfingen, southwestern Germany, in this Feb. 20, 2006, file picture. The German-American automaker DaimlerChrysler posted a 37 percent drop in third-quarter net profit Wednesday, Oct. 25, 2006. (Photo/Daniel Maurer, File) 

<저작권자 ⓒ 2006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FILE ** Mercedes star emblems are seen at the assembly line of DaimlerChrysler in Sindelfingen, southwestern Germany, in this Feb. 20, 2006, file picture. The German-American automaker DaimlerChrysler posted a 37 percent drop in third-quarter net profit Wednesday, Oct. 25, 2006. (Photo/Daniel Maurer, File) <저작권자 ⓒ 2006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세계 제조업체 중에서 ‘절대품질’이 가장 잘된 곳은 벤츠가 아닐까 싶다. 세계 어디를 가나 품질이 거의 균일하다. 어느 지역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좋다거나, 혹은 나쁘다는 지적이 없다.

‘명차의 고향’이라는 독일 남부 도시 진델핑겐에 있는 벤츠 공장은 4만2000명의 근로자가 연 47만 대를 생산하는 큰 공장이다.

규모는 크지만 기본이 확립돼 있어 볼트 하나까지 조이고 확인하는 작업 모습을 보면 그들이 작업자라기보다 검사자라고 착각할 정도다. 그만큼 ‘자주·순차검사(자주검사는 자기 공정의 작업 관리 포인트를 체크한 뒤 다음 공정에 불량을 보내지 않도록 자기 공정은 자기가 검사하는 방법, 순차검사는 자주검사의 결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 공정의 작업 내용을 먼저 확인한 후 자기 공정으로 들어가 불량을 만들지 않는 전수 검사 방법)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작업 태도를 보면 ‘기본 준수’가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임금 또한 연공서열에 따르지 않고 얼마나 많은 공정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결정한다. 이는 벤츠가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공’을 양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벤츠의 생산방식은 ‘혼류생산(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2개 이상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라기보다 ‘변품종 변량 생산’이다. 부품 종류도 다양해 운전석 계기판이 4000여 종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에 가까운 기능을 가진 작업자를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어디를 가도 ‘절대품질’이 확보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확하게 ‘자주·순차검사’를 실시하는 등 기본이 확립된 작업자와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 작업자’들이 엄격한 ‘절대품질’의 기준을 지키면서 ‘불량 제로(Zero)’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벤츠가 100년이 지나도록 명품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향후 제조업은 하이브리드(Hybrid)카를 만드는 것과 같이 여러 분야의 기술이 복합되는 ‘통합형 제조업체’로 발전할 것이다.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부품이 3만 개나 되며 반도체 관련 장비 부품이 100여 개가 들어간다.

한마디로 전 분야의 첨단 기술을 통합한 제품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품질’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기본의 준수’라는 정신적 무장만으로는 어려우며 결국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의 작업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 작업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가 향후 기업들의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요즘과 같이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 작업자의 육성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벤츠와 같이 다기능 수준에 따라 연봉이 지급되는 임금체계에서는 다기능 기술자 양성이나 공정 이동이 쉽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요 기능을 요하는 공정이든, 단순 기능을 요하는 포장 작업이든 간에 같은 임금이 지급되는 동일 임금 시스템에서는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공을 양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벤츠와 같이 고가 제품을 만들거나 하이브리드카와 같이 최첨단의 복합 기술을 필요로 하는 ‘통합형 제조업체’는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 작업자가 필요하지만, 저가 제품의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드는 ‘단순형 제조업체’에서는 단순 작업으로 제품이 생산되므로 장인에 가까운 다기능의 작업자가 필요하지 않다. 결국 세계 제조 업계가 통합형과 단순형 제조업체로 구분돼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되새김 경영(Rumination)’ 필요
[Business SpecialⅠ] 한계불량률제 ‘필수’…다기능 근로자 확보 ‘관건’
통합형 제조업체에서는 조금이라도 자만하거나 방심하고 조직 문화가 느슨해지면 돌발 품질 사고가 어느 때든 일어난다. 앞으로는 도요타 사태와 같은 돌발 품질 사고가 빈번히 일어날 것이다.

대형 품질 사고가 발생되고 리콜(Recall)이 실시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경쟁사보다 개발이 늦어지게 된다. 경쟁사보다 뒤처진 시간이 길면 길수록 오늘날과 같은 ‘애플 생태계’의 환경에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생산 공장에서는 ‘절대품질’의 달성과 유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절대품질’의 기준을 세우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국가 어느 공장이든 회사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도록 ‘한계불량률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계불량률 이상의 불량이 발생할 경우 ‘컷 오프(Cut off)’시키는 강력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절대품질’의 기준은 제품의 특성, 회사의 수준, 비용(Cost)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생산 현장에서의 최종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평균 불량률이 ○○PPM(회사별로 방침에 의거 결정) 이하가 되어야 하고 △일별 불량률의 산포(일의 결과가 목표점을 벗어난 정도)가 거의 없어야 한다. 산포가 클 경우 돌발 불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품질 시스템에 의한 감사(Audit)의 지적 사항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도요타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필자를 찾아와 “좋은 자료 있느냐, 벤치마킹(Bench Marking)할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문의한다. 그러면 필자는 “ISO-9000 인증(국제표준품질규격)을 받았느냐”, “TS-16949 인증(자동차 관련 업체 품질인증시스템)을 받았느냐”고 묻는다.

이렇게 물으면 대다수가 “모두 받았다”고 답한다. 그래서 “돌아가서 그것만 철저히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이나 강구하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고, 기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되새김 경영(Rumination)’이 필요하다. 품질 문제만 터지면 각 회사의 경영진은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면 스텝(Step) 조직이 이곳저곳의 자료를 모아 짜깁기해 새로운 품질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이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오늘날의 품질관리 전문가인 것이다.

진정한 품질관리 전문가는 기존의 규정과 조건을 어떻게 보완하고 준수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문서만 만들어 내지 말고 기존에 해 오던 품질 시스템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절대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경영 활동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활동’을 얼마나, 어떻게 전개하느냐가 중요하다. 품질 문제는 사후 처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선제적 대응으로 예방할 수 있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Business SpecialⅠ] 한계불량률제 ‘필수’…다기능 근로자 확보 ‘관건’
백대균 대표

1944년생.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현대자동차를 거쳐 1989년부터 LG전자, LS산전, LG화학 등 국내외 2000여 공장 컨설팅.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 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