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

정류장이나 역을 따라 지나는 모든 행인들이 내 가게의 고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점포 창업자들의 다수가 유동인구가 풍부한 유명 상권을 먼저 떠올리고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잠재 고객에 대한 열망의 발로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동인구가 풍부한 상권이라도 분명히 흥하는 가게와 망하는 점포가 공존하고 있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내 고객이 될 손님들은 따로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Small Business] ‘좁히는 전략’ 구사… 핵심 수요층 ‘꽉’
가령 액세서리점을 예로 들면 중·장년 남성들은 아무리 그 앞을 무더기로 지난다고 하더라도 누구 하나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스포츠 용품점이나 골프점 등은 상대적으로 여성 고객의 발길을 끌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단순한 예시지만 점포들도 업종별로 분명한 주요 소비층이 있고 그에 따라 영업 전략을 세우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두루뭉수리하게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종을 찾으려고 헤매지 말고 확실한 주 타깃 고객을 정해 반드시 사로잡는 ‘좁히는 전략’이 어려운 창업 시장에서 좋은 성공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닥터올가팜(www.orgapharm.co.kr)’은 오직 유기농 인증 마크가 부여된 화장품 브랜드만 취급해 확실한 수요층을 만들어 가는 유기농 화장품 전문점이다.

확실한 수요층에 확실한 신뢰를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유기농 인증 마크가 부여된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도가 높아요.” 닥터 올가팜 신도림점을 운영하는 진미경(39) 사장은 골프 숍과 레스토랑 등 10년 넘게 다양한 점포를 운영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그때마다 창업계의 트렌드를 읽고 그 흐름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진 사장은 유기농 화장품 역시 이제 트렌드가 될 업종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시장조사를 하다가 홈쇼핑이나 대중에게 알려진 유기농 제품들이 국제 인증을 받지 않은 ‘무늬만 유기농’인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면 “공신력을 가진 진짜 유기농 화장품 전문점은 반드시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신도림점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진 사장의 닥터 올가팜은 미국·호주·유럽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 유기농 마크를 받은 화장품들을 특정 브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취급하는 멀티숍 형태다. 판매하는 제품들은 비오템·피오지더미·아로미타카·퍼펙트포션 등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유기농 화장품 업계에서는 상위에 속하는 브랜드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제품들을 그때그때 특별히 선별해 구성하고 있다. 마치 사무용품점이나 전자제품, 운동화 전문점처럼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한 분야 내의 다양한 용품들을 한곳에 모아 놓아 국내 유기농 화장품에 한해서는 거의 카테고리 킬러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Small Business] ‘좁히는 전략’ 구사… 핵심 수요층 ‘꽉’
광고 시장이 끌고 가는 이미지가 곧 소비로 이어지는 화장품 시장에서 고집스레 유기농을 찾는 소비자들인 만큼 제품에 대한 선호 취향이 매우 확고하다는 것이 진 사장의 귀띔이다. 심지어 소비 패턴을 조사해 보니 “몸에 쓰는 제품도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보디·클렌징별로 각기 다른 제품과 브랜드를 골라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품을 권할 때 한번 써보라고 말하지 않아요. 다른 제품에 비해 어떤 점이 어떻게 다른지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고객이 이해할 수 있을 때 구매가 이뤄져요”라고 경험을 털어놓는다.

확고한 취향을 가진 합리적인 소비자들이기에 한 번 고객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그만큼 로열티가 높은 단골손님이 되어준다. 이 때문에 언제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어떤 제품이든 브랜드에 상관없이 갖춰 두고 주 소비자층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진 사장은 이런 까다롭지만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좀더 전문적으로 상담하기 위해 ICAA(영국테라피센터) 전문 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유기농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층의 특성을 파악해 보면 화장품도 단순히 미의 추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유·재생 등 테라피적인 측면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에 대한 단순 설명을 넘어 스스로 테라피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야겠다고 판단하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제품뿐만 아니라 판매자도 전문성 확보

단순히 천연이니까 좋다는 긍정적인 정보 외에 전문 지식을 토대로 제품 성분과 효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고객별로 피부 상태와 환경에 맞는 제품을 차별화해 권하기 때문에 고객들도 진 사장의 이러한 노력을 알아주는 듯하다고.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며 적합한 제품을 고객에게 컨설팅해 주는 방식은 스스로에게도 자긍심을 갖게 해 줬고 고객들 역시 전문성 있는 상담을 받았다는 생각에 거의 대부분 재구매가 일어나는 단골손님이 된다고 한다.

신도림점은 지역 특성상 주 고객층이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부들이다. 특히 아토피 같은 아이들의 질환에 도시 생활과 화학 성분이 큰 원인이 된다고 믿는 주부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신체 접촉이 많은 부모들도 스스로 화학 성분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도 화학 성분이 강한 제품을 덜 사용하려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런 엄마들을 위해 화장품 외에도 유기농 수유 패드, 생리대, 클렌징 솜 같은 몸에 직접 닿는 민감한 제품들을 준비해 뒀어요. 아이가 좀 큰 엄마들을 위해서는 아로마 유기농차, 방향제, 양초, 유기농 알로에 제품 같은 생활 용품들을 갖춰 놓았는데 반응이 꽤 좋습니다.”
[Small Business] ‘좁히는 전략’ 구사… 핵심 수요층 ‘꽉’
점포를 오픈한 지 3개월여 만에 월평균 매출이 2000만 원 남짓으로 올라섰다. 순수익은 제품 판매가의 35%가량이 된다. 창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33㎡ 점포의 임차비용과 시설비를 포함해 약 8000만 원이 들었지만 투자 대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주부나 여성 창업의 경우 손님을 직접 상담하거나 영업력이 필요한 업종은 피하려는 경향이 많아 카페나 단순 판매점 같은 업종들로 창업자가 몰린다.

하지만 여성의 세심한 감성을 살린다면 고객의 니즈를 훨씬 쉽게 이해하고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성 창업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장점을 개발하고 활용한다면 작은 판매 점포라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알찬 가게를 만들 수 있다.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들도 시작은 작은 점포 하나였다.

남성 CEO들처럼 초반의 공격적인 확산보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가는 여성들만의 경영법으로 직영점을 늘려가는 메가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출발해 종내는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브랜드들을 이제는 업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점포 창업 시기인 요즘, 여성 창업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보다 다양한 업종으로 진출해 성공하기를 바란다.

[Small Business] ‘좁히는 전략’ 구사… 핵심 수요층 ‘꽉’
이재영 대표


덕성여대 심리학과 졸업. 한국광고연구원(KADI) AE.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컨설턴트. 김앤리컨설팅 대표로 각종 언론에 창업 관련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대표 jy.lee2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