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미는 주식시장에서 ‘봉’으로 취급을 받을까. 한번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봉’이 될 수밖에 없다. 첫째, 개미들은 순박한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개미가 처음으로 머리를 얻는 형태는 ‘주변에서 하니까’,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에서’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개미들의 첫 주식 투자는 작은 규모의 소심한 동기에서 출발한다.

공부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주식을 하면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빨강색, 파랑색이 주가가 오르고 내린다는 의미라는 점. 이게 미국에서는 반대로 읽혀진다는 것쯤은 호사스러운 상식이 된다.

둘째, 개미들은 정말 순박하다. 왜냐하면 손실보다 얼마의 수익이 난 것밖에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망증인지 아니면 일부러라도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무용담으로 늘어놓는 투자 얘기는 ‘딴’ 것이지 ‘잃은’ 얘기는 아니다.

셋째, 주식을 하다 보면 개미들은 진짜 순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가 나면 종목의 토론방에 들어와 이런저런 ‘담화’를 늘어놓곤 그만이다. 대부분 손실은 운 때문이고 다 내 탓이다. 남의 탓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작전들이 활개를 치는 것 같은데 확인할 길이 없으니 답답할 것도 같은데, 그저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 정말 순박하다.

그런데 좀더 깊이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면 개미들이 100전 100패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확인된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추론적으로 이런 몇 가지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기관과 개미와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물론 다윗이 이기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골리앗을 이길 수 없다. 왜? 기관은 헤징이라는 기능을 이용한다. 헤징이 무얼까?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가 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가 오는 것이 위험이 된다. 비를 맞는 위험을 피하려면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하는데, 일기예보를 믿고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을 들고 가는 사람은 비가 올 때까지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비가 오면 이런 불편함이 일시에 상쇄된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정확한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배짱 좋게 그냥 나간다. 그러다 비가 오면 흠뻑 젖는 것이고 오지 않으면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아 편하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개미들은 대부분 전자처럼 가능하면 비를 피하고자 한다. 그런데 한계는 여기까지다. 어떻게 피하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둘째, 시장에서 큰손과 작은손의 차이는 엄청나다. 큰손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작은손은 어렵다. 간단하다. 기관이 큰손이고 개미는 아주 작은손이다. 그러니 시장에서 기관이 매입하느냐, 매도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변하고 수익 구조가 변한다.

개미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개미 ‘×’ 만큼도 안 된다. 셋째, 기관이라고 부른 투자가를 외국인으로 바꾸어 보면 더 뚜렷하다. 지금 내게 미국 계좌에 1억 달러가 있다면 이를 고스란히 한국 계좌에 옮기고 원화로 바꾸면 1240억 원이 된다.

예금 금리는 한국이 미국보다 2~3% 높다. 금리 스프레드(금리 차) 수익도 있다. 240억 원 정도 떼어서 주식에 투자하면 큰손이 된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 왜 이 물 반 돈 반인 자산시장에서 투자를 하지 않을까?

이러니 필자는 항상 이야기한다. 가능하면 주식시장 투자를 하지 말아달라고…. 굳이 해야 한다면 3년, 5년, 10년 단위로 가치주와 성장주를 찾아 장기 투자를 권한다. 작은 투자 마인드가 엄청난 투자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게 주식 투자다.

얼마 전에는 스페인 사태와 천안함 결과 보고로 증시와 환율시장이 동시에 출렁거렸다. 언론은 언론대로 무책임하게 패닉 상태를 ‘팩트(fact)’로만 보도한다. 이래저래 개미들에겐 참혹한 5월이었고 또 다른 6월이 오고 있다. 그저 장기 투자로 잊고 살자.q

[경제산책] 개미는 ‘봉이야~’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약력 :
1962년 경남 거창 출생. 86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6년 캔자스대 경제학 석·박사. 97년 선문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