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삼성생명’은 어느 회사?

삼성생명과 만도가 증시에 입성하면서 요즘 장외시장에선 어떤 기업이 ‘포스트 삼성생명’이 될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무려 2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리면서 상장이 예상되는 우량주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포스트 삼성생명’ 1순위는 같은 삼성그룹 계열 IT 서비스 업체인 삼성SDS다. 실적도 좋은 데다 우량 통신 업체 삼성네트웍스를 이 회사와 합병한 것도 상장 전략의 하나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장외 주식 전문 사이트인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추가 상장이 유력시되는 장외 우량주 기준은 대기업 계열사, 높은 성장 가능성, 유통 물량 등”이라며 “현재 이 모든 종목을 충족한 종목 중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은 삼성SDS”라고 말했다.

우선 실적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의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영업이익 2675억 원, 당기순이익 2654억 원을 기록해 직전 해 대비 각각 3%, 13%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최근 3년간 삼성SDS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평균 상승률도 각각 2%, 8%에 달한다. 유통 물량도 1억6016만8000주로 많은 편이다. 장외 주식거래 전문 업체 피스탁에 따르면 삼성SDS의 장외 거래 가격은 지난 3월 말 7만5750원에서 4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5월 6일 8만 원 선을 돌파했으며 5월 19일에는 8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네트웍스와 합병으로 상장 기대감

올 1월 삼성네트웍스와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것도 상장 기대감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회사 쪽은 상장에 대해 뚜렷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삼성그룹이 조만간 삼성SDS를 상장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5월 19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그룹이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법적인 문제 해결이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비상장사를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SDS를 꼽았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SDS는 지난 3년간 성장이 다소 정체돼 있어 신규 성장 동력 확보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인식 대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18.27%로 높다는 점도 삼성SDS의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업계 경쟁 업체 SK C&C의 성공적인 상장도 삼성SDS 상장 추진에 탄력성을 부여할 요소로 평가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역시 비상장 기업인 삼성에버랜드도 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약 26%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규정에 따란 오는 2012년 4월까지 5% 초과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훈 연구위원은 “지분 매각 규모와 적정 가격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주식 대부분을 대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장외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외시장의 또 다른 우량 종목으로는 현대카드를 들 수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실적은 양호하지만 상장 가능성은 삼성SDS보다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 2001년 출범 당시 카드 시장점유율(신용구매 부문)은 1.8%대에 불과했지만 2010년 현재 16%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카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이 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카드 지분은 최대 주주인 현대·기아차그룹이 53.98%, 2대 주주인 GE캐피탈이 43.0%를 보유하고 있는데 양대 주주가 그동안 절묘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현대카드의 성장을 이끌어 온 터라 경영권 행사에 자칫 방해가 될 수 있는 상장을 반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무기로 시장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해 왔던 현대카드만의 강점이 상장 이후 사라질 수 있다는 내부의 우려도 현대카드가 상장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정인식 대표는 “현대카드의 IPO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배당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라면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장외 주식 사이트 피스탁의 차원식 기업분석팀장은 장외 우량 종목으로 KT의 자회사인 KTCS와 KTS 그리고 LG CNS,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추천했다. KTCS와 KTS의 경우 실적이 양호할 뿐더러 올 가을께 상장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눈여겨볼만한 종목이라는 게 차 팀장의 분석이다.
삼성SDS ‘유력’…KT 자회사도 ‘관심’
KTCS·KTS도 가을께 상장

이석채 KT 회장은 이들 자회사들을 상장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결정해 둔 상태다. 늦어도 올 10월께에는 이들 두 자회사의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들 두 회사의 장외 거래 가격도 예상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돼 있어 투자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 팀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KTCS와 KTS의 예상 공모가를 각각 4000원과 5000원으로 예상했다. 5월 20일 현재 KTCS와 KTS의 장외 거래 가격은 각각 3800원과 4600원 선이다.

지난 5월 3일 5만 원대를 돌파한 현대삼호중공업의 장외 거래 가격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5월 20일에는 전날보다 3500원이나 급등한 5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 회사의 장외주식 가격이 무려 15만 원대까지 갔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분 95%를 소유한 대주주 현대중공업이 현금화의 필요성을 느낄 경우 상장 작업은 더욱 이른 시간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1852억 원, 당기순이익은 3467억 원이다.

(주)LG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LG CNS의 경우 경쟁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IT 서비스 업계의 라이벌인 SK C&C는 이미 증시 입성을 마친 상태며 삼성SDS도 상장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LG그룹도 구체적 상장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LG CNS의 경우 웬만한 상장 기업보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어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삼성SDS를 포함한 장외 종목들의 추가적인 상장을 염두에 둔 ‘Pre-IPO’ 상품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기금·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삼성생명 이후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장외 종목을 찾고 있다는 것.‘ Pre-IPO’는 상장 추진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장외에서 지분을 대거 매입, 편입함으로써 높게 책정될 공모가 및 상장 후 주가 흐름 등에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의미한다.

정인식 대표는 “유진투자증권의 사모 펀드(PEF)가 장외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상당 부분 선(先)편입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후발 주자들이 높은 수익을 보장할 만한 장외 종목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