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직 동부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장기 성과 중심 운용이 성공 비결”
“자산운용사가 공장이라면 펀드는 제품입니다. 공장이 커지려면 더 좋은 상품을 만들면 되고 자산운용사가 성장하려면 더 높은 성과의 펀드를 키워내면 됩니다.”

최근 동부자산운용이 내놓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해외 펀드면 해외 펀드, 가치주 펀드면 가치주 펀드, 금융공학 펀드면 금융공학 펀드 등 내놓은 상품마다 족족 각 섹터에서 최상위권 펀드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동부자산운용의 업계 순위도 상위권으로 크게 점프했다. 특히 이 회사의 수탁액은 현재 6조900억 원 규모로 3년 전에 비해 무려 250% 가까이 늘어났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잠재력을 폭발시켜줄 키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동부자산운용도 이 역할을 하는 키 플레이어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동부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한동직 대표다. 그를 만나 성장의 비결을 들어봤다.

취임 후 3년여 만에 회사의 수탁액이 무려 250% 이상 성장했습니다. 비결은 무엇인지요.

저는 특히 1년 이상의 장기 성과를 중시합니다. 6개월 미만의 성과는 참고만 할 뿐이죠. 펀드매니저들에게도 항상 이를 강조하고요. 이렇듯 장기 성과 중심으로 운용하다 보니 정보력 있는 법인들이 우리에게 많은 돈을 맡기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업이 됐건, 운용이 됐건 ‘멀리 보고 길게 호흡하자’는 생각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사장님께서도 펀드매니저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예전에 자산운용을 하면서 길게 보면 분명 좋은데, 짧게 보면 부침이 있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때 윗분들에게 좀 야단을 맞더라도 ‘길게 가자’고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그게 시장에서 먹혔고요. 특히 제가 몸담았던 대한투자신탁은 채권에 강했습니다. 채권은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그 때문에 당시의 습관이 몸에 밴 듯합니다.

“장기 성과 중심 운용이 성공 비결”
5년 뒤 업계 톱 10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때 동부자산운용의 업계 순위는 49개사 중 31위였습니다. 지금은 70개사 중 20위권 안에 들었습니다. 톱 10의 수준이 운용액 10조 원 수준인데 현재 자문사를 포함한 동부자산운용의 운용액은 7조 원 정도 됩니다.

특히 작년과 재작년 펀드 성과가 좋아 연기금·은행·증권사 등 큰 고객들이 모두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성과만 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다. 물론 제 욕심도 있죠. 이왕 업계에 뛰어들었다면 최소한 메이저급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부그룹은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까.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트렌드는 ‘복합 상품’입니다. 동부그룹은 손해보험·증권·저축은행·자산운용 등 다양한 섹터의 금융 계열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다 다양한 복합 금융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특히 동부화재는 판매력이 강한 보험사입니다.

현재는 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퇴직연금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면 동부자산운용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증권도 최근 점포를 대폭 늘렸습니다. 자산운용으로서는 판매망 확충의 기회가 된 것이죠. 현재는 살짝 아쉽긴 합니다만 타 금융 지주에 비해 잠재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차이나 펀드가 높은 수익률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주력할 펀드 상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장기와 단기로 구분해 추진 중입니다. 단기적으론 가능하면 원금이 보존되고 이에 더해 플러스알파 수익률을 내주는 펀드에 집중할 것입니다. 특히 동부자산운용의 펀드는 지난 3년간 시장에 비해 평균 3~5%의 초과 수익을 내왔습니다. 여기에 금융공학 펀드인 델타 시리즈, 가치주 펀드인 클래식 시리즈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정통 주식형 펀드와 글로벌 펀드에 보다 무게를 둘 생각입니다.

국내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를 이끈 경험이 있습니다. 동부자산운용은 중소형사의 범주에 드는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요.

단점은 세 가지 정도였습니다. 일단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사람 관리였습니다. 중소형사는 다양한 곳에서 선발된 인원들이어서 개인 간의 능력 차가 컸습니다. 셋째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업무 매뉴얼도 없었고 또 이에 따라 일하는 직원들도 없었죠.

장점은 변화의 속도입니다. 대형사는 항공모함입니다. 방향만 조금 바꾸려고 해도 한참 걸리죠. 저는 ‘강압적’으로 일을 추진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회사에 취임해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놓자 직원들이 재미있어 하더군요. 재미는 변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했고, 그 변화는 곧바로 높은 실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에 보다 빨리 들어설 수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장점이었습니다.

남유럽 국가들로 인해 시장이 휘청했습니다. 하반기 주식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저는 적어도 2~3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매우 좋습니다. 이런 펀더멘털이 짧은 시간 안에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금리는 분명 오르긴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수준이 과연 주식시장을 저해할 정도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또 외국인들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분명 오르내림은 있겠지만 당분간은 우상향 추세로 봅니다.

남유럽 변수는 매우 제한적일 것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의 메이저 국가들이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진통은 있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목할 국가는 중국입니다. 저는 글로벌 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중국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간의 고성장으로 후유증도 예상됩니다. 또한 빈부 격차와 투명성 문제도 계속 제기됩니다. 하지만 중국의 역량이라면 큰 무리 없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적으로 얼마나 더 걸리나, 덜 걸리냐의 문제입니다.

사장님의 경영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민되면 원칙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편하고 즐겁게 일하자’는 것입니다. 그룹에서 어떤 지시가 오건, 다른 데서 오건 간에 고민될 때는 무조건 원칙대로 합니다. 또 ‘외유내강’ 스타일로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즐겁고 편하면 회사에 애정이 생깁니다. 이 애정이 바로 실적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30년 가까이 업계에서 한 우물을 파 오셨습니다. 업계에서 일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식 채권 어느 쪽에서 일하든 간에 모두 ‘길게 보고 일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누구든 조직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 내다보고 일하는 게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하나는 ‘명예’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돈이냐, 명예냐 하는 선택에 많이 놓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프라이드와 자부심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길 권합니다. 업계에서 이름이 높아지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보다 큰 사람이 되고 싶다면 또 은퇴 후에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금융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십시오.


한동직 동부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약력 :
1955년생. 82년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82년 대한투자신탁. 2000년 대한투자신탁 부사장. 2005년 대한투자신탁운용 사장. 2007년 동부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