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부문 -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약력을 보면 특이한 이력이 눈에 띈다. 지난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역임한 것. 하지만 이 기간을 제외하면 196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사한 이후로 40여 년간 한곳에 몸담은 ‘우리맨’이다.

2008년 6월부터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으니,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를 온몸으로 견뎌 온 사람 역시 이 회장이다. 취임 이후 글로벌 30위권 금융그룹 도약 등 대형화를 추진했던 이 회장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았다. 이 회장의 순발력이 발휘된 것도 바로 이 무렵부터다. 리먼 파산 이전인 2008년 8월 1일부터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에 대응해 전 계열사에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게 했다.

9월부터 본격적인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한 이 회장은 그룹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및 은행·증권 등 주요 계열사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으로 구성된 ‘국제 금융 위기 TFT’를 운용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을 매주 파악하고 자금 조달 현황을 점검한 것.
금융 위기 ‘훌훌’…턴어라운드 성공
10월에는 은행·증권·자산운용·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CEO 비상대책회의’를 설치해 위기 대응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그룹 차원의 체계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초에는 금융권으로는 최초로 지주회사 차원의 ‘비상대책 상황실’을 가동해 각 계열사의 자산 건전성, 자본 적정성, 유동성 등을 체크하고 위험 요소를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고강도 긴축 경영도 이 회장의 주도 하에 이뤄진 모범적인 위기 극복 사례다. 그룹 내에 위기의식을 전파하고 책임 경영 및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우선 2008년 10월에 그룹 각 계열사 임원의 급여 10% 반납을 결정했고 2008년 4분기에는 예산의 10%를 삭감했다.

또한 2009년 예산 수립 시 증가율을 2008년 실적 대비 한 자릿수로 통제했다. 2009년 2월에는 전년 그룹 경영 실적을 발표한 직후 임원 급여 10% 추가 반납, 2009년 예산 중 변동비성 경비 20% 절감 등을 결의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수익 중심의 내실 경영에 주력

이 회장은 작년 한 해 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수익 중심의 내실 경영’에 두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과도한 외형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조기에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자금 중개 기능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저비용성 수신 증대, 적정 예대율 유지, 고비용 자본 구조 개선 등을 추진했다.

이 회장이 추구한 내실 경영 전략은 전반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2008년 하반기 마이너스 5073억 원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상반기에 3854억 원의 흑자로 전환됐다. 2009년 누적당기순이익은 1조260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 1분기에만 573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탁월한 경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익성 개선 노력의 결과 순이자마진(NIM)도 뚜렷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고 지속적인 자본 확충 노력으로 그룹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2008년 10.9%에서 2010년 1분기 현재 12.3%로 크게 개선됐다. 시가총액 역시 2008년 말 5조 원에서 최근에는 14조 원까지 3배나 상승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내 경영 체제 전반에 걸쳐 개선 방안을 수립, 추진해 오고 있다. 은행 자회사의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폐지해 행장 추천권을 지주회사로 가져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 금융그룹 회장의 인사권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 회장은 그룹의 성장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록세일, 자사주 매입, 과점적 대주주 그룹 형성 등 지분 매각 방안에 대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금융권 최초의 청년 인턴십, 소외 계층에 대한 문화 활동 지원, 자원 봉사 활동 등 사회 공헌 프로그램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약력 : 1944년생. 67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9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2000년 KAIST AIM대학원 졸업. 79년 한일은행 일본 도쿄·오사카지점 주재. 96년 한일은행 상근이사. 99년 한빛증권 대표이사. 2002년 우리증권 대표이사. 200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