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선 ‘여권 실세’ 오자와

<YONHAP PHOTO-1089> A protester holds a poster during a demonstration against Japan's ruling Democratic Party Secretary-General Ichiro Ozawa near the venue of the party's annual convention in Tokyo January 16, 2010. The Japanese ruling party's number two, Ichiro Ozawa, said on Saturday he would not resign, media reported, after the arrest of three aides over a funding scandal that may hit government support ahead of a key mid-year election.  REUTERS/Yuriko Nakao (JAPAN - Tags: CIVIL UNREST POLITICS)/2010-01-16 16:40:4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protester holds a poster during a demonstration against Japan's ruling Democratic Party Secretary-General Ichiro Ozawa near the venue of the party's annual convention in Tokyo January 16, 2010. The Japanese ruling party's number two, Ichiro Ozawa, said on Saturday he would not resign, media reported, after the arrest of three aides over a funding scandal that may hit government support ahead of a key mid-year election. REUTERS/Yuriko Nakao (JAPAN - Tags: CIVIL UNREST POLITICS)/2010-01-16 16:40:4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7%.’ 일본의 교도통신이 지난 4월 28일과 29일 이틀간 긴급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의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 지지율이다. 지난 4월 초 벌인 조사 때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하토야마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11.1%포인트 올라간 64.4%였다. 일본에서 내각 지지율 20%선은 총리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얘기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여기에 시민 검찰로 불리는 검찰심사회가 정권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기소해야 한다고 최근 결정한 것은 결정타였다. 검찰심사회의 결정으로 오자와 간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커지면서 하토야마 정권은 풍전등화의 신세다.

반세기 만에 선거에 의한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 정권의 첫 내각이 출범 1년도 안 돼 몰락 위기를 맞은 셈이다. 특히 오는 7월엔 정권의 중간 평가인 참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어 일본 정계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 사퇴 압력 커지는 ‘어둠의 쇼군’ = 시민들로 구성된 도쿄지방검찰청 검찰심사회는 정치자금 관리 단체인 리쿠잔카이의 토지 구입을 둘러싼 정치자금 보고서 허위 기재 사건과 관련해 오자와 간사장을 기소하라고 4월 27일 의결했다.

검찰은 오자와 간사장을 다시 수사해 기소 여부를 3개월 내에 결정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재수사 후에도 불기소했는데, 검찰심사회가 다시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하면 법원은 그를 강제 기소해야 한다.

현재로선 오자와 간사장이 어떤 식으로든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기소될 경우 일본 정계에서 ‘어둠의 쇼군(將軍·실력자)’으로 불렸던 오자와 간사장은 정치 생명이 끊어질지 모른다. 그전에도 오자와는 민주당 간사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 왔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오자와 간사장이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은 83.8%에 달했다.

물론 오자와 간사장 본인이나 하토야마 총리는 사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여론조차 호의적이지 않다. 당 원로인 와타나베 고조 전 중의원 부의장은 “하토야마 총리가 결단해야 한다”며 오자와 간사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은 이에 심정적으로 동조한다.

◇ 하토야마-오자와 동반 퇴진설 = 오자와 간사장이 사퇴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하토야마 총리도 오자와 간사장 못지않게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가 5월 말까지 결론 내겠다고 공언한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해결될 전망은 불투명하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미국과 현지 주민 간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하토야마 총리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위기의 하토야마 총리…동반 퇴진 가능성
교도통신 조사에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5월 말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하토야마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은 종전보다 7.3%포인트 치솟은 54.4%였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5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5월 위기설’이나 ‘오자와-하토야마 동반 퇴진설’ 등이 공공연히 떠돌아다니는 배경이다.

더구나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은 ‘정치적 운명 공동체’다. 당내 세력이 약한 하토야마 총리는 최대 계파의 수장인 오자와 간사장에 기대왔고 오자와 간사장은 하토야마 총리를 등에 업고 권력을 행사해 왔다.

둘 중 한 명의 퇴진은 모두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대로 참의원 선거를 치를 경우 패배가 확실하다는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

◇ 정계 개편 소용돌이 올 수도 =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의 진퇴 여부를 포함해 일본 정치권의 최대 분기점은 7월 참의원 선거다. 작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대승을 거둬 압도적인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참의원에선 사민당·국민신당 등 연립정당과 힘을 합쳐야 과반수가 된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잃을 경우 참의원은 ‘여소야대’ 형국이 된다.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갖고도 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에 휘둘리면서 지난해 정권을 잃었던 상황과 비슷해진다. 당시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혀 정책 추진에 실패하면서 정권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물론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다고 당장 정권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 오자와 간사장의 퇴진과 참의원 선거 패배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면 민주당 정권은 중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 경우 일본에는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최대 야당인 자민당도 정권을 접수할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자민당은 최근 마스조에 요이치 전 후생노동상과 요사노 가오루 전 재무상 등 중진들이 속속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면서 사분오열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 야당인 자민당에 모두 실망한 국민들은 제3의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우후죽순처럼 신당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합종연횡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차병석 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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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살아있는 권력’의 성역 찌른 日 검찰수사회

시민 참여로 ‘무소불위’ 검찰 권력 견제

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은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에도 칼을 겨눈다’던 도쿄지검 특수부조차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일본 정계 최고의 실력자다. 하지만 그런 오자와에게 ‘시민 검찰’이 비수를 꽂았다. 수차례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오자와를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몬 막강한 조직, 바로 ‘검찰수사회’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기소 독점권을 가진다. 또 기소편의주의에 입각해 검사에게 기소와 불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재량권이 주어지며,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제도도 없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검찰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권력형 비리와 대형 사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외부 압력 때문에 중립성을 잃는 등 각종 폐해가 발생했다. 검찰심사회는 이런 문제점들을 방지하고 검사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검찰의 기소 과정을 직접 심사하도록 만들어 놓은 민간 기구다.

검찰심사회는 일본 전국에 총 165개가 있다. 중의원 선거권을 가진 지역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11명을 추첨해 위원을 구성한다. 임기는 6개월이다. 심사 회의엔 항상 위원들 전원이 참석해야 한다.

검찰의 불기소에 대해 검찰심사회에 심사 청구를 낼 수 있는 자격은 고소·고발인과 형사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이 갖는다. 검찰심사회는 과반 찬성으로 ‘불기소 상당(타당)’과 ‘불기소 부당’,‘기소 상당’ 의견 가운데 하나를 낸다. 단, 기소를 적극 요구하는 ‘기소 상당’ 의견을 내려면 위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검찰은 ‘불기소 부당’이나 ‘기소 상당’이란 의결 결과가 나오면 수사를 재개하고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재수사 후에도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검찰심의회가 또다시 ‘기소 상당’을 의결하면 법원이 변호사를 지정해 강제 기소한다.

검찰심사회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뒤집고 강제 기소를 의결한 사례는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시시의 육교 붕괴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당시 현장 경비 책임자였던 아카시 경찰서 부서장이 강제 기소된 사건이었다. 또 2005년 5월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후쿠치야마선 열차 탈선 사고와 관련해 JR서일본의 전직 사장 등 3명이 기소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