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남자의 액세서리

덥다! 길고도 길었던 추운 날씨가 지나고 이제 잠깐의 봄을 거쳐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두꺼운 재킷이나 바지는 얇아지고 가벼워지며 당신의 숨겨져 있던 몸매들도 서서히 밖으로 나오는 시기다.

평소 운동 부족 때문에 두꺼운 재킷 속에 몸매가 가려져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릴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긴장 되는가.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다. 감추고 싶은 부분을 감출 수 없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에 집중시켜라. 그것도 하나의 탈출구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남자 모델이 입은 슈트 화보나 광고를 보고 ‘연예인이니까, 혹은 모델이니까 저런 옷도 소화하지’라는 질투 어린 댓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댓글이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심미안의 완성을 위한 최고의 옷걸이로 이용한 연예인 혹은 모델이라는 사람들이 입은 의상들은 그들이기에 어울린다.

그들의 큰 키와 주옥같은 얼굴은 모터쇼의 콘셉트카처럼 디자이너의 콘셉트를 표현하는 하나의 소품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완벽해 보이지만 어느 한 부분은 분명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우리는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새 그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이 아닌 반짝반짝 튀어 오르는 그들의 작은 아이템들에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얇아지고 가벼워지는 당신의 초여름 옷차림 속에서 당신의 비밀을 감추어 주고, 동시에 당신의 패션 센스를 멋지게 드러내 줄 4가지 소품 아이템을 소개한다.


벨트(Belt)
벨트에서 머니클립까지…센스 ‘UP’
수학도 기본 원리를 이해한 사람이 응용도 잘한다. 옷차림에도 이 논리는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기본을 무시한 차림은 ‘엉성한 멋을 부렸다’는 다소 창피한 인상을 주고 만다. 그 기본의 중요성을 여과 없이 나타내는 첫 번째 아이템은 바로 벨트다.

벨트는 남성들에게도 꽤 익숙한 패션 소품이지만 벨트만큼 당신의 패션 센스를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것도 드물 것이다. 생각 없이 남들보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종종 눈에 띄는 특정 브랜드의 이니셜이나 로고 버클이 달린 벨트를 큰돈 들여 장만한다.

심지어 정품이 아닌 명품 브랜드를 카피한 ‘짝퉁’ 벨트를 매기도 한다. 특히 정장 슈트 차림에 이러한 커다란 버클이 달린 벨트를 하는 것이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언제나 클래식하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하는 룩이 좋다고 주장하는 필자이지만, 이젠 명품 브랜드 버클 벨트의 유행은 인당수에 던져 버리고 필자가 제안하는 스타일이 주는 복(福)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상상해 보자. 그런 버클들은 종종 버튼을 채운 슈트 재킷에 필요 없는 ‘벌어짐’을 제공한다. 또한 상체와 하체를 분리돼 보이게 하는 효과는 덤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패션 코드는 매우 상스러우며 남성복 패션 정석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위험한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올여름 벨트를 고르는 팁을 하나 제안하자면 벨트는 그저 단순하고 튀지 않는 것이 최고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서머 팬츠들의 다양한 컬러는 우리에게 다양한 컬러의 벨트를 선택하게 만들어 준다.

캐주얼한 치노 바지와 청바지에 정장 벨트는 당연히 버터와 해장국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올 시즌 다양한 색상의 위빙 가죽 벨트 (꼬임 형태로 만들어진 벨트)와 천이나 컨버스로 만들어진 고운 웹 벨트는 당신을 주말에 센스 있는 멋쟁이로 만들어 줄 것이다.

잘 고른 벨트 하나는 당신의 부담스러운 뱃살을 시각적으로 가려주는 좋은 방패가 된다. 식스 팩도 없는 당신의 복부를 더 난감하게 만들어 줄 이상한 습관의 벨트 착용은 차라리 노 벨트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A.P.C: 10만 원대, 타미 힐피거: 10만 원대


커프 링크스(cuff links)


필자가 남성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나에게 처음으로 남성복의 매력을 알려준 영국 테일러는 항상 그의 셔츠 커프스에 그냥 단추가 아닌 쇠붙이를 달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고급 슈트에 보일 듯 말 듯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던 그 우아한 금속이 커프 링크스(cuff links)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대가로 나는 그 테일러에게 제법 많은 돈을 바쳐야 했다.

프렌치 커프스(일반적인 커프스를 두 번 접어 만든 커프스)가 사용된 고급 셔츠에 어울리는 커프스 링크는 당신에게 신사적인 품위를 선물한다. 특히 비즈니스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잘 고른 커프 링크스는 프로 정신의 상징이다. 어찌 보면 커프 링크스는 여자의 귀고리와 같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엔 남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조금 과해 보이는 커프 링크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계나 반지 같은 눈길이 갈 만한 아이템은 잠시 빼두는 것이 방법이다. 어떠한 특별한 특징 없이 은은하게 가끔씩 상대방이 당신의 소매에 자주 눈이 가게 한다면 당신의 조그마한 한 쌍의 금속들은 그 몫을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그래야 당신의 과한 커프 링크스가 조금이나마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것에 무슨 제약이 그렇게 많냐고 불평하고 있다면 필자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아한 격식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란스미어: 10만 원대, 던힐: 20만 원대


포켓치프(pocketchief)
벨트에서 머니클립까지…센스 ‘UP’
어렸을 적, 외화에서 본 멋진 외국 신사의 재킷 주머니에 항상 손수건 같은 무엇인가가 구겨진 채 밖으로 살짝 나와 있는 것을 보곤 했다.

어린 필자에게 그 구겨진 천 같은 무엇인가는 무척이나 멋있어 보였는지 휴지를 구겨 넣어 보기도 하고 코를 푸는 손수건을 비슷하게 넣어 보았던 귀여운 기억들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민망한 기억이지만 어린 필자에게 어필했던 그 무엇인가는 바로 포켓치프(pocketchief) 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남성들에게 포켓치프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에게 포켓치프는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다. 요즘 핫 트렌드인 클래식 한 남성 복식 유행에 분명 이 조그마한 천 조각은 큰 역할을 한다.
딱딱한 남성의 슈트에 다양한 색상을 허용하고, 하나의 포인트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슴 포켓에 살짝 보이는 포켓치프는 한국 남성들에게 분명 센스 있는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군다나 더운 여름 답답한 타이를 풀고 포켓치프로 가슴에 포인트를 준다면 멋진 타이를 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포켓치프 컬러 중 하얀색은 분명 안전한 선택이 되겠지만 셔츠와 보색 관계인 색상의 실크 포켓 스퀘어는 분명 당신을 더 돋보이게 할 것이다. 타이와 똑같은 재질로 매치하면 역효과에 속이 쓰릴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 필자가 요즘 좋아하는 포켓 스퀘어는 빳빳한 리넨 소재의 하얀색 포켓 스퀘어다.

그 테두리에 파란색으로 파이핑(piping) 처리돼 있는데 살짝 삐뚤게 집어넣은 그 사각형 포켓 스퀘어가 필자의 남색 타이에 자꾸 손이 가게 하는 비밀이다. 당신의 재킷 왼쪽 가슴의 주머니는 담배나 펜, 안경을 넣는데 쓰이는 게 아니다. 포켓치프를 꽂아 당신의 패션에 멋스러움을 더해 보길….

알락산더 올츠: 4만 원대, 밸그라비아: 6만 원대


머니클립(Money clip)


바지 주머니에서 바로 돈을 꺼내 계산하는 행동 만큼이나 볼품없고 없어 보이는 행동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명품 지갑이라도 몇 장의 신용카드와 약간의 지폐, 그간의 영수증과 잡다한 카드, 심지어 명함까지 들어간 뚱뚱한 지갑도 당신의 스타일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바지 뒷주머니 속에 지갑을 넣고 생활하되면 허리의 불균형으로 당신의 노후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가 ‘강추’하고 싶은 아이템은 바로 머니클립(Money clip)이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빼고 자주 사용하는 신용카드 몇 장과 신분증, 그리고 약간의 돈을 넣어 가볍게 가지고 다니는 이 얇고 콤팩트한 지갑의 새로운 모습은 가볍고 손에 쏙 들어올 뿐더러, 덤으로 꼭 필요한 것만 들고 다니게 하는 부지런한 습관을 당신에게 선물할 것이다. 아 참! 돈이 빠지지 않게 머니클립에 클립 부분이 두껍고 큰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티파니 : 30만 원대, 에르메스: 가격 미정


약력 : 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