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서 주목받는 원화

“아시아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한국의 원화를 사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일본의 엔화보다 한국의 원화나 인도의 루피화를 매입해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 여행객들의 경우 인천공항만 벗어나면 제대로 된 환전 기회조차 얻기 힘든 원화가 해외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장 알짜배기 통화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블루골드캐피털매니지먼트나 그레디아그리콜 등 주요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엔화를 팔아 원화를 사는 투자자들은 연말 12%의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인도 루피화에 투자하면 원화에는 못 미치지만 10%의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달러화 투자자들은 엔화를 팔아 달러화를 살 경우 7.7%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원화에 투자할 경우 엔화나 달러화에 돈을 집어넣는 것보다 5%포인트 가까운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화 비해 저평가…향후 고수익 기대
이 같은 전망이 나오게 된 이유는 전문가들이 기본적으로 원화와 루피화가 엔화 대비 강세를 띨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은 올 연말까지 엔화는 10.5% 정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같은 기간 원화 상승률은 14%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마디로 원화 가치가 엔화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고, 조만간 큰 폭으로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스티븐 젠 블루골드캐피털매니지먼트 이사는 “원화와 루피화의 가치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는 엔화와 비교해 제대로 평가돼 있지 않다”며 “향후 한국과 일본 등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따로 움직이면 엔화를 통해 원화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일 통화정책 차이도 긍정 요소

금리 인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국·인도와 당분간 금리 동결이 예상되는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도 향후 엔화를 통한 원화 투자 수익을 올려줄 요소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런던 금융시장에선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 중국 위안화 간 간극이 각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 대부분의 스와프 트레이더들은 미국과 중국,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인도의 뒤를 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일본중앙은행은 내년까지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에 베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레디트스위스 관계자는 “일본 중앙은행이 앞으로 1년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드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가도 아시아 금융시장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비해 전망이 좋다고 분석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규모 재정 적자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보다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신흥 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카야 고지 도이체방크 일본 지점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에서 역동적인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다”며 ”일본 자금은 아시아 뮤추얼 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이체방크 일본 지점만 보더라도 인도 뮤추얼 펀드에 올 3월에 1월 대비 18%나 많은 자금을 투자했고 한국 시장에서도 13%의 고수익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금융사들은 5월 말까지 아시아 뮤추얼 펀드 시장에 최소 2840억 엔(3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엔화를 통한 원화와 루피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15일 선보인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아시아 통화 강세를 즐기고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통화가 움직여 온 과정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내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원화와 루피화에 대한 투자가 효자 상품이 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마이클 부캐넌 골드만삭스 아·태지역 담당 애널리스트는 “원화와 루피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투자는 언제든 다시 매우 매혹적인 모습을 띤다”며 “여전히 엔화를 팔고 원화를 사는 것은 권할만한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