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의 오류

요즘 여러 경제연구소들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앞 다퉈 내보내고 있다. 결론은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최근 발표된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0년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집값은 2억4692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 미국 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발표에 따르면 같은 기간의 미국 평균 집값은 21만5400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억4472만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집값의 99.1%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이 미국의 1인당 소득보다 훨씬 적으므로 소득 대비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이 부분이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경제연구소들이 지적하는 것이다.
자산·소득으로 분석한 부동산 거품론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야

그러나 이런 분석은 올바른 분석법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사물을 비교할 때 한 가지 특성으로만 분석하면 오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A라는 요소로 비교하면 이쪽이 유리하고, B라는 요소로 비교하면 저쪽이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가능한 한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고 거기에 가중치를 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부 보고서의 경우 이런 면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분석을 해놓고, 언론에서는 이것이 진실인 양 대서특필하는 식이다.

분석 방법에 얼마나 다양한 방법이 있는지 예를 들어보자.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미국 땅의 면적은 916만1966㎢로, 우리나라보다 95배나 큰 땅을 갖고 있다. 한편 미국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국내총생산(GDP)은 14조2600억 달러(2009년 기준)이며, 같은 기준의 우리나라 GDP는 1조356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0.5배 정도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GDP를 모두 땅을 사는데 썼다고 생각해 보자.

다시 말해 GDP를 면적으로 나누면 그 나라의 땅값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분석하면 미국의 땅값은 ㎡당 1.56달러면 충분하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땅값은 어떨까.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당 13.99달러다. 이는 미국 땅값의 9배에 달한다.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의 경제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땅값이 미국보다 9배나 비싸야 정상인데, 현재의 집값 수준이 비싸기 때문에 우리나라 집값이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A방법론).

같은 자료를 놓고 반대의 분석도 가능하다. 그 나라의 GDP를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GDP가 된다. 미국의 인구수는 2009년 7월 현재 3억721만 명이므로 구매력 기준의 1인당 GDP는 4만6417달러가 된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 1인당 GDP를 계산하면 2만7954달러가 된다(CIA 보고서에는 반올림해 4만6400달러, 2만8000달러로 나와 있음).

이때 1인당 GDP는 개인의 구매력을 의미하므로 이것을 기준으로 집값을 비교하면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는데 들어가는 기간은 7.8년이고 미국은 4.6년으로, 한국이 68%나 더 오래 걸린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집값이 미국보다 소득 대비 68%나 더 비싸다고 할 수 있다(B방법론).

그러면 A와 B 두 개의 방법론 중에서 어느 것이 맞을까. 결론은 두 개 다 맞는 방법론이다. 우리나라 땅값이 미국에 비해 9배나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나, 우리나라 집값이 미국에 비해 68%나 고평가됐다는 분석의 결과는 전혀 다르지만 이 두 개 분석론이 다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분석의 기준이 서로 다를 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물을 비교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분석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석 결과가 나오게 된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어느 분석론이 맞는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석 방법 중 한 가지만을 진실인 양 왜곡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여러 방법론으로 분석하고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나만 발표하는 것도 문제고, 여러 방법론 중 한 가지밖에 몰라서 그것으로만 분석하는 것도 문제다.

분석 기준에 따라 바뀌는 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B분석론만 맞는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자동차 값은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에서 팔리는 차 값의 두 배 정도에 달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차 값은 소득 대비 세 배 정도 거품이 있으니 차를 사면 안 되는 것일까. TV 등 가전제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팔리는 가전제품은 같은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가전제품보다 상당히 싸다.

쌀값 등 식료품 가격과 명품을 포함한 옷값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식료품 가격이 거품이라는 보고서는 없는 것일까.

분석 기준에 따라 왜 이렇게 결과에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라마다 특성이 달라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대비 1인당 GDP가 상당히 적은 나라에 속한다. GDP 규모로는 세계 13위에 해당하는 경제 대국이지만, 1인당 GDP로 보면 세계 49위에 해당하는 중진국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 전체의 경제력을 기준으로 분석한 A방법론에 따르면 우리나라 땅값이 아주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1인당 GDP 기준으로만 분석한 B방법론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읽었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개미가 1년에 3만 달러씩 번다고 가정하자. 개미는 그중 80%인 2만4000달러를 매년 저축했고 1년에 5만 달러씩 버는 베짱이는 그중 8%인 4000달러 정도만 저축하고 나머지는 버는 대로 다 썼다고 하자.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보면 원금만 치더라도 개미는 24만 달러를 모았을 것이지만 베짱이는 높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4만 달러 정도밖에 모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개미 마을과 베짱이 마을의 집값이 우연히도 모두 20만 달러라고 하자.

개미 마을에 사는 개미의 입장에서는 집값이 20만 달러라고 해도 평균 자산 24만 달러보다 적으므로 큰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베짱이 마을에 사는 베짱이들은 모아 놓은 자산이 4만 달러밖에 안 되므로 집값의 80%인 16만 달러를 은행에서 빌려야 집을 겨우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마을의 집값이 합리적일까. 자산의 입장에서 보면 부채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개미 마을이 싼 것이고, 소득의 입장에서 보면 4년의 소득이면 집을 살 수 있는 베짱이 마을보다 6.7년이나 돈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개미 마을의 집값이 비싸게 보이는 것이다.

개미의 시각으로 보면 개미 마을의 집값은 비싼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베짱이의 시각으로 보면 개미 마을의 집값에는 거품이 한참 끼어 있는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일부 연구소가 분석하고 있는 소득 대비 집값이라는 분석론은 그동안 모아 놓은 자산이 하나도 없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다. 버는 대로 소비하고 나이가 들어도 취업하기가 쉽고 복지 정책이 잘돼 있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힘들게 저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노년 취업이 어렵고 국가 차원의 복지 정책이 미흡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축만이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해 왔고 높은 저축률을 자랑해 왔다. 이 때문에 1인당 소득이 미국보다 적지만 자산 규모 면에서는 미국보다 적지 않다.

결국 자산이 적고 소득이 높은 미국에서 개발된 분석론을, 소득은 낮지만 자산이 많은 우리나라에 억지로 적용하려고 보니 현실과 다른 분석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개미 나라에서는 개미 나라의 실정에 맞는 분석 방법을, 베짱이 나라에서는 베짱이 나라에 맞는 분석 방법을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산·소득으로 분석한 부동산 거품론
아기곰은...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등에서 재테크 강의를 하고 있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