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웃었다. 지난 2월 24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연아의 경기 순서는 ‘라이벌’로 불리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 바로 뒤였다.

아사다 마오는 이날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공중 3회 반 회전)을 성공하면서 시즌 최고 점수보다 10점 이상 높은 73.78점을 기록했다. TV 카메라는 그와 동시에 김연아를 주목했다. 순서를 기다리던 김연아는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듯.

김연아가 울었다. 2월 26일 여자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연아는 경기가 끝난 후 바로 눈물을 보였다. 김연아의 경기를 유심히 봐 왔다면 알겠지만 그는 지금까지 연기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린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대해 ‘그동안의 국민적 성원에 대한 짐을 벗었기 때문’이라는 등의 해설이 나왔다. 하지만 김연아는 답했다. ‘잘 모르겠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친 스스로에게 만족해 터져 나온 눈물 이었다.

신지애가 웃었다. 아니, 신지애는 항상 웃는다. 숨 막히는 승부의 순간에도 그는 항상 웃는다. 달리 생각하면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다.

신지애 이전 한국 여자 골프를 대표하던 박세리는 달랐다. 항상 무표정한 포커페이스였다. 그는 최고의 승부사였지만 신지애 만큼 승부를 ‘즐기지’는 못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신지애를 차기 ‘여제’로 점찍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야기가 워낙 화제가 돼 ‘소녀 가장’의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신지애는 BMW와 아우디 등 성능이 뛰어난 수입차를 직접 운전하며 속도를 즐기는 ‘스피드광’이며 ‘펨폴즈(호주 와인)’와 ‘샤토 탈보(프랑스 와인)’를 좋아하는 와인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렇게도 뛰어난 골프는 10년 후 정도 그만두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게 그의 꿈이라고 한다. 신지애가 울었다. 항상 웃는 그도 울 때가 있다. 골프를 시작하고 단 세 번 울었다고 한다.

2009년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L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놓쳐서 울었다.

전 세계의 여자 골프 선수들이 한 번만이라도 뛰어보기를 꿈꾸는 LPGA에서 데뷔 첫해에 상금왕을 차지하고도 최고 선수상을 한 타 차이로 놓친 게 억울해 울 줄 아는 게 바로 그다.
G세대 스포츠 스타 DNA
적극적이고 긍정적…세계가 ‘내 무대’

이전의 스포츠 선수와는 뭔가 다른 이들은 최근 ‘G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G세대는 푸른색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Global)’의 영어 첫 글자에서 따온 신조어다.

1988년 이후 태어나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자라난 G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특히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세계화돼 있다.

별 다른 열등감과 부족함 없이 자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바라본다는 게 이들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에게 충실하며 노력을 즐길 줄 안다.

세계에 대한 도전 욕구도 크다. G세대는 글로벌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대인배 김슨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김연아가 올림픽을 포함한 어떤 큰 무대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던 것, ‘상금왕’ 신지애가 LPGA 대회에서 데뷔 첫해에 ‘올해의 선수상’을 한 끗 차이로 놓치고 울었던 건 바로 이 같은 마인드에 있다.

G세대의 특징으로 이야기되는 ‘개인주의’도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G세대는 ‘내 행복’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사회의 변화를 위해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보다 현실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행복을 뒷받침하는 물질적 만족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이를 이루기 위한 ‘스펙(자격)’에도 ‘노골적’일 정도로 집착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G세대들이 전력투구할 수 있는 일자리와 환경을 제공하는 게 기성세대의 역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연희 베인&컴퍼니 대표는 “다양성이 생명인 G세대인 만큼 국내 소수 명문대 위주의 채용이나 인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업 조직 문화 면에서도 이들이 잘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코칭이나 멘토링 제도를 도입해 이들이 입사 초기 느낄 수 있는 소외감을 최소화하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