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뉴 골프 2.0 TDI

디젤엔진은 폭발력이 높아 파워와 연비가 좋지만 소음과 진동도 크기 때문에 트럭과 버스 등 큰 차량에 주로 적용된다. 문제는 소음과 진동을 어떻게 잡느냐다.

6세대 골프가 새로 나오면서 폭스바겐 측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운 것은 방음과 방진이었다. 입소문이 굉장히 좋기에 페이톤(폭스바겐의 최고급 세단) 디젤 모델만큼의 정숙성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링(가속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대차 베라크루즈 정도의 소음이 들린다.
체급은 ‘라이트급’, 펀치력은 ‘헤비급’
그러나 후드가 짧은 준중형차에서 이 정도 소음은 굉장히 조용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링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살짝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주행하다 보면 소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게 된다.

방음에 신경을 얼마나 썼는지 일단 대시보드를 덮고 있는 재질을 만져보았다. 고무에 가까운 말랑말랑한 재질이다. 렉서스는 센터패시아의 모든 마감을 이런 말랑말랑한 소재로 뒤덮는 지독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밖에 차음 필름을 넣은 겹유리와 엔진룸 방음재는 기본이고,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 등에서 새는 소음도 철저히 틀어막았다고 폭스바겐 측은 설명하고 있다.

듀얼 클러치의 매끈한 ‘발맛’ 일품

실내는 온통 검은색에 가까운 진회색으로 뒤덮여 있어 다소 삭막한 느낌이다. 주택의 아늑함보다 공장의 삭막함이 느껴진다. 오디오의 품질이나 조작의 편의성 등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인테리어에 쓸 돈을 방음과 주행 성능에 쏟아 부었다”는 제작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체급은 ‘라이트급’, 펀치력은 ‘헤비급’
그러나 이 가격대의 중형 세단인 어코드(혼다)·캠리(도요타)·알티마(닛산)도 인테리어는 썩 훌륭하지 않기 때문에 평균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주행 성능은 폭발적이다. 디젤엔진 2000cc급은 가솔린엔진 3000cc 이상의 힘을 낸다. 골프의 무게는 1379kg으로 ‘다윗’ 몸체에 ‘골리앗’의 파워를 가진 셈이다. 도로 위에 적수가 없다. 또한 고급 차량에만 쓰이는 레이저 용접을 프레임의 모든 부위에 적용한 차체 또한 고속에서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준다. 맷집 또한 헤비급인 셈이다.

가속페달의 느낌은 너무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가속이 필요할 때 매끄럽게 밟히면서 부드럽게 차가 튀어 나간다. 듀얼 클러치(DSG)를 사용해 변속 충격이 거의 없으면서 굉장히 빨리 시프팅(변속)되기 때문이다. 낚시할 때 ‘손맛’이 좋다고들 하는데, 이 차를 몰 때의 매끄러운 ‘발맛’ 때문에 자꾸 가속페달을 밟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생긴다.
체급은 ‘라이트급’, 펀치력은 ‘헤비급’
작은 체구에 비해 브레이크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많은 수입차에 적응됐음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를 움찔움찔 밟아야 했다. 발에 걸리는 묵직한 제동력도 ‘발맛’에 일조하고 있다.
직경이 다소 작아 보이는 운전대는 재빠르게 감을 수 있는 반면 제법 묵직한 편이다. 서스펜션 감각은 다소 딱딱하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불편하기로는 최악인 폭스바겐 고유의 오디오 일체형 내비게이션은 다행히 달려 있지 않다. 대신 조수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에 운전석 무릎 에어백까지 달려 있어 편의성보다 안전에 무게를 두었다. 헤드램프 조절 장치로 상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뛰어난 연비로 200km를 주행했는데도 연료 게이지는 4분의 1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