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부시 마케팅’과의 전쟁

올림픽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앰부시(ambush) 마케팅’이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스폰서인 것처럼 활동해 광고 효과를 올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규제를 피해가려는 기업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앰부시 마케팅’을 ‘비공식 올림픽’이라고 부를 정도다.‘TOP(The Olympic Partn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올림픽 로고 사용권을 주면서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시즌이 되면 ‘앰부시 마케팅’을 단속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IOC에 평균 3000만∼4000만 달러를 지불한 코카콜라·삼성·제너럴모터스(GM)·맥도날드·오메가·파나소닉·비자카드 등 9개의 공식 글로벌 후원 기업들과 각 국가별 후원 파트너들은 당연히 올림픽에서 독점적인 마케팅 활동을 보장받길 원한다. 돈 한 푼 내지 않은 기업이 올림픽에서 홍보한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기 때문이다.이를 반영하듯 대한올림픽위원회도 최근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공식 후원사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비윤리적인 행동이며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난다. 법적 조치는 물론 해당 기업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앰부시 마케팅’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캐나다에서 발행되는 밴쿠버선지에 따르면 최근 밴쿠버 동계 올림픽위원회가 적발한 올림픽 비후원 기업들의 ‘앰부시 마케팅’은 무려 1500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앰부시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앰부시 마케팅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더 기발한 발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 캐나다의 맥주 회사인 호웨사운드브루닝(Howe Sound Brewing)이라는 업체는 ‘스리 비버스 임페리얼 레드 아일’이라는 맥주를 론칭하면서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이 회사는 3마리의 비버를 광고에 등장시켰는데 지난 2007년과 2009년 북미양조협회가 수여한 금·은·동메달을 목에 걸고 나왔다. 올림픽 직전에 나온 이들의 마케팅 전략은 누가 봐도 올림픽 특수를 겨냥한 것이다.회사는 이런 시각에 대해 “올림픽에 관한 얘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캐나다에서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빨간색 벙어리장갑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문제는 공식 라이선스 사업권을 가진 제품이 아닌 저가의 ‘짝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2002년 월드컵 당시 빨간색 티셔츠가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로 팔려나간 것과 유사하다. 어떤 회사는 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니까 ‘쿨(Cool) 스포츠 이벤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기도 했다.‘앰부시 마케팅’은 갈수록 선악의 잣대로만 옳고 그름을 구분 짓기 어려워지고 있다. 올림픽을 후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규제에 나서다 보면 기업들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마저 제한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특히 기업의 입장에서 올림픽이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의 분위기를 이용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인간의 본능을 억제하기 불가능하듯이 기업의 본능을 거스르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IOC는 올림픽을 통한 수익 창출이 기업들의 ‘돈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앰부시 마케팅’을 결코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에는 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사들에 올림픽 공식 후원 기업 이외에는 광고를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올림픽의 독점적인 권리를 사수하려는 IOC와 기상천외한 전술로 ‘특수’를 노리는 비후원 기업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