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중앙로점은 ‘100년 된 안경 공장에 들어선 안경 숍’을 기본 콘셉트로 설치 미술가와 비디오 아티스트, 일급 모델과 사진가 등이 함께 참여해 만든 ‘작품’이다. 폐품을 활용한 조명과 한쪽 벽면을 채운 대구 안경 공장을 소재로 한 비디오 아트 작품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작년 10월 문을 연 ALO 명동 중앙로점은 안경원이라기보다는 유쾌한 파티장 분위기다. 두꺼운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 계속 따라다니는 안경사 앞에서 쭈뼛거려야 하는 일반 안경원과는 딴판이다. 안경은 자유롭게 개방, 전시돼 한 번 써볼 때마다 이것저것 꺼내달라고 부탁할 필요가 없다. 한눈에 가격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색깔로 구분된 가격표, 안경 쓴 모습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비춰볼 수 있는 전신 거울도 이색적이다.“우리나라에 8500개의 안경원이 있지만 ALO 5개 매장을 빼고는 사실 다 똑같은 매장이라고 봐요. 소비자들은 안경을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데, 업체들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거죠. 안경을 맞추는 것도 이제는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 해요.”ALO를 운영하는 박형진(36) 스토리헨지 사장의 말에선 강한 확신이 느껴진다. 스토리헨지는 현재 명동과 신촌, 관악,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대구백화점 본점 등 다섯 곳에 매장을 갖고 있다.박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다. P&G에서 프링글스 브랜드 매니저를 했고, ‘오페라의 유령’으로 한국에 오페라 붐을 일으킨 오리온그룹 제미로의 마케팅 팀장을 지냈다. 월트디즈니의 디즈니랜드 서울 프로젝트에 관여하기도 했다. ALO라는 브랜드명에 대한 그의 설명이 재미있다.“스페인이나 프랑스인들은 전화할 때 ‘알로(alo)’라는 인사말을 씁니다. 영화 ‘비포 선 라이즈’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교감하는 첫 단어가 바로 알로죠. 마음을 열고 고객에 다가가 말을 걸고 싶다는 뜻을 담았어요.”2006년 월트디즈니를 그만둔 그는 안양 평촌에 ALO 1호점을 열었다. ‘안경원은 이제 사양산업인데, 왜 뛰어드느냐’고 모두 말렸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마케터 감각으로 성공을 확신했다. 일본 출장에서 우연히 둘러본 혁신적인 안경 업체들이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하지만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평촌점은 결국 좌초했다.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었고 업계 경험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 충족시켜 주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과신한 게 잘못이었다”며 웃는다. 그는 2007년 신촌점을 열면서 비로소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1층에 입점한 매장은 스와로브스키, MCM과 함께 매출 1~3위를 다툴 정도다.작년 문을 연 명동 중앙로점은 박 사장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매장이다. 그동안 확보한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아이웨어’, 제품 기획과 생산, 판매를 함께하는 ‘패스트 패션(SPA)’ 개념을 전면에 내걸었다. 명동 중앙로점은 ‘100년 된 안경 공장에 들어선 안경 숍’을 기본 콘셉트로 설치 미술가와 비디오 아티스트, 일급 모델과 사진가 등이 함께 참여해 만든 ‘작품’이다. 폐품을 활용한 조명과 한쪽 벽면을 채운 대구 안경 공장을 소재로 한 비디오 아트 작품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쇠락했지만 대구는 여전히 한국 안경 산업의 메카입니다. 그들의 기술력과 새로운 신소재, ALO의 마케팅 능력을 결합하면 새로운 전성기를 열 수 있어요. 중저가이면서도 한국의 새로운 기술과 예술가의 감성을 담은 제품 라인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 : 1974년 부산 출생. 2000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2002년 P&G 브랜드 매니저. 2004년 오리온그룹 공연사업부 제미로 마케팅 팀장. 2005년 월트디즈니코리아 디즈니랜드 서울 프로젝트 사업기획. 2006년 스토리헨지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