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지원 브랜드메이저 대표

“브랜드는 약속입니다. 브랜드를 통해 ‘푸르다’를 강조했다면 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심게 되는 것이죠. 아파트 브랜드가 주는 콘셉트를 구심점으로 진정성을 갖고 약속을 지켜나가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지난 10년간 주요 아파트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브랜드메이저의 정지원 대표는 브랜드를 통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브랜드 아파트가 일반화되면서 각 건설사마다 차별적인 이미지를 형성했고 이를 통해 아파트의 진화가 함께해 왔다는 것. 이는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공간 브랜딩이다.외국에는 특정 지역 아파트에 대한 브랜드는 있어도 시공사가 아파트 브랜드를 만든 사례는 거의 찾을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거 문화가 형성됐고 부동산 개발에 관심이 많은 특수성 때문이다.“브랜드의 기능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 아파트 브랜드죠. 브랜드와 나를 동일시하며 정서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 등 건설사와 소비자가 원하는 실질적인 프리미엄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이런 까닭에 지난 10년간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아파트 브랜드는 크고 작은 것을 합쳐 80여 개에 이른다. 그리고 건설사들은 브랜드를 관리하고 가꾸는 시점이라고 정 대표는 말한다.수많은 아파트 브랜드 중에서 정 대표의 손을 거쳐 간 것들은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타워펠리스’, GS건설 ‘자이’,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포스코건설 ‘더샵’, 이수건설 ‘브라운스톤’, 대우건설 ‘디오빌’, 쌍용건설의 ‘경희궁의 아침’ 등 내로라하는 아파트 브랜드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메이저의 작품들이다. 아파트란 복합적 공간에 이름을 입히는 일은 쉽지 않다고 그는 밝힌다. “아파트는 차별화하기 힘든 상품이고, 건설사들은 고급스럽고 세련되면서도 직관적이고 발음과 의미도 쉽고 좋을 것을 주문합니다.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싶어 하죠.” 이러한 복합적 콘셉트에서 소비자 조사, 건설사의 핵심 가치, 경쟁사와의 차별성 그리고 마케팅 역량 등을 고려해 키 메시지(Key message)를 만들어 내는 것. 이렇게 의사결정의 폭을 좁혀가면서 브랜드에 걸맞은 스토리를 개발하고 브랜드의 정체성과 전략을 수립하며 디자인을 입혀 브랜드를 정의해 나간다. 이렇게 태어난 브랜드는 시장에 나오면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확장할지, 철수할지를 결정하며 브랜드 관리가 이뤄진다.잘 만들어진 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가치는 실로 상당하다. 이수건설의 ‘브라운 스톤’은 뉴욕 상류층 건축물에서 따와 명명했는데 광고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인지도가 높아진 사례. 건설사의 도급 순위는 50위권이지만 ‘브라운 스톤’의 브랜드 인지도는 11위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그는 아파트 브랜드와 같은 공간 브랜딩이 빌딩이나 쇼핑몰에도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물꼬를 텄다고 보고 있다. “아파트는 브랜딩이 힘든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발전했다”며 “이제는 같은 브랜드라도 지역에 따라 모든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으므로, 브랜드 뒤에 추가로 이름이 붙는 ‘서브 브랜딩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파트 시장에서 브랜드 경영의 패러다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참고로 정 대표는 아파트 브랜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냈다. KT의 ‘쿡’, ‘하이닉스’, ‘KTX’, ‘아모레 퍼시픽’, ‘홈플러스’, ‘하이트’, ‘싸이더스’, ‘큐원’ 등 굵직한 브랜드부터 ‘요맘때’, ‘햇살담은 간장’, ‘쿠쿠’, ‘2%부족할 때’, ‘루루’등 제품명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간 브랜드다.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