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의 춤(원제 Swing Kids)’이라는 영화는 나치 정권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반한다는 이유로 스윙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재즈 음악과 문화를 억압했던 193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국가권력을 통해 국민 개개인을 강력히 통제하려고 한 히틀러 정부에 자유와 쾌락을 노래하는 스윙 재즈는 일종의 위협 요소였다.영화는 비록 스윙을 통해 전체주의를 거부하던 주인공들의 통쾌한 승리가 아닌 씁쓸한 뒷모습을 비추지만 마지막 장면에는 스윙 키즈 정신이 살아남아 나치 정권을 몰아냈다는 내용의 자막과 함께 끝을 맺는다. 사상이나 이념이 아닌 춤과 음악을 통해 사회 체제에 반항했던 실제 스윙 키즈 운동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문화의 힘이 생각 외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문화의 잠재력은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조명하는 시각과 함께 크게 각광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제적 산업적 접근 역시 활발하다. 문화와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CT(Culture Technology), 즉 문화 산업 기술은 국가 전략산업의 하나로 선정됐으며 문화 예술을 마케팅 및 경영과 접목한 문화 마케팅과 컬처노믹스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그러나 이런 거창한 이야기와 별개로 실생활에서 문화는 어떤 존재일까.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우리의 문화 환경은 척박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조건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의 경우 문화 예술의 향유를 자연스럽게 여기며 일상의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에 산업의 역군으로 살아온 지금의 중·장년층 세대의 문화적 경험은 매우 적다.우리 회사도 마케팅을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 경영에 문화 예술을 접목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 대상 세미나 및 이벤트에 공연이나 문화 강의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넣으며 회식 일변도의 파트너 및 내부 직원 행사 역시 공연 관람 등으로 대체해 나가는 것 등이 그 예다.대부분의 고객이나 파트너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어색해 하며 특히 딱딱하게 여겨지는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점을 낯설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경험한 후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다. 이들에게 적절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문화와 예술로부터 받는 감동과 이를 즐기고자 하는 욕구는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갖게 된 고객들은 그 회사에 대해 더욱 호의를 갖게 되며 이는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오늘날 기업 간 기술이나 제품의 격차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서비스·디자인 등이 고객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치와 사양, 규격 등 지성으로 인식할 수 있는 조건은 기본적으로 충족시키고 그 이상의 감성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문화 마케팅은 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문화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에 대한 호감을 높인다. 이와 동시에 보다 많은 문화 예술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문화 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발전시킨다는 이점을 갖는다. 기업과 문화 산업이 상호 호혜적 관계를 바탕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이다.한 해를 마무리하는 감사 인사와 새로운 해를 위한 다짐의 마음을 전하는 연말연시가 지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고 활짝 열리는 이 시기에 다양한 문화 예술을 곁들인 행사를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모두에게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경제 한파를 견딜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1968년생. 92년 뉴욕 호프스트라대 경영학과 졸업. 뉴욕 씨티뱅크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93년 뉴욕 인포메이션 리소스 제품부문 부장. 95년 쌍용정보통신 해외영업·마케팅 부장. 2000년 BT글로벌 서비스 아태 지역 이사. 2007년 한국쓰리콤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