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차별화 아이템

나는 남들과 달라!10년,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보다 평범한 사람이길 바랐고, 비유하자면 흑백영화 속의 너도나도 똑같은 모습의 마네킹들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21세기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남들과 똑같은 것을 거부하고 좀 더 특별한 것, 흔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고 있다.필자와 개인적으로 친한 여동생은 남들이 들으면 다 알만한 명품 브랜드 가방을 몇 개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들고 다닐 가방이 없다며 투덜거린다. 요즘엔 명품 가방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너도나도 똑같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바람에 남들과 똑같은 가방을 들기가 싫어 안방 장롱 속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마음속 한편으로는 ‘유난스럽네’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이게 현실이고 트렌드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쓴소리는 하지 않았다.우리나라에서 명품이라는 것을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대중화된 것은 불과 10년 전 일이다. 이제는 이렇게 좀 더 특별하고 흔하지 않은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브랜드들이 희소성이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남성들이 새해를 맞아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 있는 소위 ‘위시 리스트’에는 무엇을 적어 넣어야 할까.필자는 매년 그래왔듯 올해도 어김없이 2010년 새 다이어리에 위시 리스트를 정리했다. 그중 단연 1번은 얼마 전부터 우리 사무실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자주 보았던 ‘얼굴에 선을 긋다’라는 수제 안경원의 안경이다. 항상 친구들보다 주름도 없고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그래도 세월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시력인 것인지 가끔씩 안경을 쓰기는 했어도 최근 더욱 시력이 떨어져 안경을 찾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래서 현재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안경보다 더 특별한 안경을 찾던 중 떠오른 것이 ‘얼굴에 선을 긋다’라는 수제 안경이다.이 ‘얼굴에 선을 긋다’라는 독특한 이름의 안경 공방에서는 금속공예가 황순찬 씨가 한 가닥의 티타늄으로 특별한 리미티드 안경을 만들어 낸다. 그의 안경 중 어떤 것은 안경다리가 접히지 않아 편하게 누워서 TV를 볼 때 썼다가는 안경이 망가질 수도 있고, 심지어는 안경집에 넣을 수 없는 것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기와 다르게 막상 써보니 그렇게 가볍고 편할 수가 없었다. 특히 안경 프레임이 코 가운데 정확히 맞아 착용감이 그만이었다. 내 취향을 반영한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내 얼굴에 맞게 만들어 주고, 똑같은 것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안경인 것이다.또 하나 필자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만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향수다. 의류 같은 것들이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만 구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향수만큼은 남들과 다른, 흔하지 않은 나만의 향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제는 많은 남성들도 향수의 효과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향수는 보이지 않는 옷과 같아서 아무리 멋지게 스타일링을 한 남성이라도 악취가 난다면 그 남성의 스타일링 점수는 빵점인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후각에 예민하기 때문에 데이트 중인 남성이라면 더욱 향기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필자는 얼마 전 론칭한 ‘10꼬르소 꼬모’의 ‘식스센츠’ 시리즈 2의 2번을 구입했다. 필립 림, 다미르 도마, 헨릭 빕스코브, 헨리 홀랜드, 리처드 니콜, 토가 등 6명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만든 향수로 각각의 병에 1번부터 6번까지 번호가 새겨져 있으며 그 안에 디자이너들만의 개성이 넘치는 향이 듬뿍 담겨 있다. 특이한 점은 각 향수와 관련된 사연이 담긴 DVD가 함께 들어있는데, 향수 제품의 배경과 역사, 관련 사진, 특별 제작된 영화 등이 들어 있어 다른 재미를 더했다. 2번 다미르 도마의 향수 ‘엔데/앙팡(Ende/Anfang)’은 우디향을 기본으로 한 달콤하고 온화한 향으로 마음까지 편해지는 느낌이다. 남성은 물론 여성이 써도 좋을 만큼 그 향이 섬세하니, 지난 연말을 외로이 보낸 솔로라면 이 향수와 함께 새해에는 커플이 되는 것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겠다.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리미티드 에디션은 내가 써도 좋고, 부담 없는 가격과 높은 만족감으로 여자 친구에게나 아내에게 선물하고 두고두고 칭찬까지 받을 만한 뉴욕의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커즈(Kaws)’의 앙증맞은 일러스트가 프린트된 ‘키엘(www.kiehls.co.kr)’의 보디 크림 ‘크렘 드 꼬르’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미드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주인공 케리가 “난 크렘 드 꼬르 없이 샤워하지 않아!”라고 외쳐 화제가 되면서 놀랄만한 판매량을 보여주었던 것이 ‘커즈’와의 공동 작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남성들 중에는 ‘굳이 보디 크림을 발라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 몸의 피부도 얼굴 피부만큼 신경 써야 건조해서 살이 트거나 까칠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키엘’의 보디 크림 ‘크렘 드 꼬르’는 버터 같은 풍부한 질감으로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무겁지 않다. 게다가 제품의 판매 수익금 전부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니 피부와 마음에도 영양을 듬뿍 줄 수 있을 것이다.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특별한 디자인이다. 특히 필자는 제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이 가격을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와인 ‘빌라엠 제이에스티나 리미티드 에디션’이다.은은한 기포와 풍부한 과일향으로 평소에도 부담 없이 즐기던 스파클링 와인 ‘빌라엠’의 패키지에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의 크리스털 티아러가 달린 것으로 ‘빌라엠’ 와인과 ‘제이에스티나’ 티아러의 궁합은 원래 그렇게 같이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태연스러울 정도로 어울렸고, 더욱 패셔너블해진 느낌이었다. ‘제이에스티나’의 티아러는 ‘빌라엠’ 택에서 떼어내서 패션 액세서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남성들끼리만 즐기기보다는 그녀들과 함께 한다면 칭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000병 한정 수량이라고 하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리미티드 에디션과 함께 또 하나의 차별화 전략으로 전 세계의 많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분야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컬래버레이션은 ‘유니클로’와 ‘질샌더’의 만남이다. 서울의 명동은 항상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2009년 10월 유니클로’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질샌더’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J’ 컬렉션 라인을 오픈한 날에는 더욱 많은 인파가 몰려 매장 밖으로 100m 이상의 대기 줄이 만들어졌고 사상 초유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필자도 그 얼마 후 ‘유니클로’ 매장을 찾아가 보았는데 제일 먼저 ‘+J’ 컬렉션 제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J 상품을 보다 많은 분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 아이템에 대해 1인 1매 판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듯하지만 마치 빨리 구입하지 않으면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심리가 꿈틀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사든 사지 않든 옷들을 우선 바구니에 다 담아놓고 쇼핑을 하는 듯이 보였다.옷들을 둘러보니 ‘유니클로’는 알록달록하면서 다양한 색상의 기본 디자인 의류들이었지만 ‘+J’는 기존 ‘유니클로’의 심플함은 유지하면서도 주로 무채색 계열의 색상과 ‘질샌더’를 연상케 하는 슬림한 핏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옷에만 집중할 수 없어 약간 짜증이 나려고 할 때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다크 그레이 컬러의 캐시미어 롱 코트였다.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과 일자로 툭 떨어지는 라인의 세련됨이 고가의 브랜드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아쉽게도 필자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어 구입하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옷을 부담 없는 가격대와 훌륭한 퀄리티에 만나 볼 수 있는 기회이므로 꼭 한번쯤 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앞서 말한 브랜드들 외에도 현재까지 많은 브랜드들이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희소성의 가치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도 하고 특별함으로 소비자들이 더 소유하고 싶게끔 만들기도 한다.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