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과 펀드 투자

2009년 달러 약세는 펀더멘털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2009년 나타났던 달러 약세의 선순환 사이클 출발점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제 공조 아래 이뤄진 대규모 유동성 공급 때문이었다고 판단된다.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는 위험 자산의 선호도를 높였고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활성화시켰다. 이어서 달러 약세는 원자재, 금리, 환율, 경기 회복 기대감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2010년 달러화가 단기 등락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2010년 상반기까지 선진국 중심으로 제2차 부양 정책이 추진되면서 당분간 저금리 정책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총수요 위축,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 금융권의 신용 창출 부진 등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먼저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정책으로 과감하게 선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0년 상반기 이후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금리 인상 폭이 제한돼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미국 정부 역시 달러화의 ‘적당한’ 약세를 묵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5년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약세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달러 약세 기간 동안 정보기술(IT) 산업의 기술 혁신을 통해 저물가·고성장이라는 ‘신경제(New Economy)’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미국 정부는 달러 약세를 이용해 구조적인 펀더멘털 문제인 쌍둥이 적자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축을 늘려 가계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신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한 신규 고용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중에도 미국 가계의 ‘디 레버리징(De-leveraging)이라는 부채 축소 노력이 계속돼 전체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소비 침체를 만회해 줄 대외 수지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달러 약세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다.달러 약세는 미국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신흥국의 경제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중국은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이 내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완만한 달러 약세 기조에서 미국 경제는 수출 지향적 성장으로 돌아서 쌍둥이 적자를 줄이면서 소비 조정을 만회하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는 소비를 늘려 글로벌 불균형을 교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2010년 달러 약세의 주요 수혜 시장으로 원자재 시장, 신흥시장, 그리고 신흥국 소비재 및 인프라 섹터가 주목된다. 2009년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의 조합이 캐리 트레이드를 활성화했다면 2010년에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신흥 경제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 회복이 캐리 트레이드의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재 시장은 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2009년 국제 유가의 레벨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2010년 선진국 경기의 완만한 회복 강도와 공급 우위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달러 약세만으로 국제 유가의 100달러 시대가 다시 재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록 국제 유가의 상승 폭은 제한되지만 원자재 가격의 안정적인 흐름이 오히려 글로벌 경제와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2010년 상품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실물형보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이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보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달러 약세를 통해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경제의 내수 성장이 기대됨에 따라 같은 지역의 소비재 및 인프라 섹터 또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가전하향’, ‘이구환신’ 등 보조금 지원 등 정책적으로 소비 지향적 성장 구도로 전환해 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 시행 전 위안화 절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고 내수를 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적 지원들뿐만 아니라 소득수준 향상, 생필품에서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 패턴의 선진화, 그리고 유통 채널의 다변화로 소비 여건도 매우 우호적이다. 상하이·선전·광저우 등 중국 주요 7개 도시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선진국 소비 패턴이 나타날 수 있는 1만 달러 선을 넘어섰다.소비 주도의 신흥 경제 고성장은 도시화를 가속화시킨다. 도시화 현상은 주거용 및 상업용 부동산·유통·도로·상하수도·전력 등 인프라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도시 인구는 2000년 28억6000만 명에서 2030년 49억8000만 명으로 연평균 약 1.9%씩 꾸준히 증가, 2007년을 기점으로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추월했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흥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데 비해 산업 및 생활 기반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2009년 5월에 발표된 중국의 4조 위안 경기 부양안에서 직접적인 인프라 관련 투자가 72%나 차지한다.2010년 달러 가치의 점진적인 약세,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순조로운 경기 확장 국면 진입 등 펀더멘털 여건이 달러 약세의 순기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회복세는 캐리 트레이드의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원자재 시장, 신흥시장, 신흥국 소비재 및 원자재 섹터의 상대적 선전이 2010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10년 상반기는 남아 있는 유동성 효과에 의해, 하반기에는 펀더멘털 회복에 의해 원자재 시장과 신흥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다만 2010년에는 2009년과 달리 글로벌 경제의 회복 강도, 출구전략과 연계된 금리정책 변경,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의해 자산 가격의 일시적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통화정책 및 펀더멘털 변화가 일시적인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 변동성 확대로 볼 수도 있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의 신용 창출 기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동성이 자산시장보다 실물경제로 이동하면서 펀더멘털 회복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는 경기 흐름이 예상된다. 이는 다시 기업 이익 성장률 상승으로 연결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을 지지해 주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주의할 점이 있다면 2010년 하반기로 갈수록 자산 가치가 유동성보다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목표 수익률을 정할 필요가 있다. 펀드 투자에서 변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장 권고되는 투자 수단은 역시 ‘적립식’이다. 거치식 투자의 경우 목표 수익률 달성 시 차익 실현 등 전술적인 리밸런싱이 비정기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윤청우 하나금융 웰스케어센터 펀드리서치 연구원 cwyun@hana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