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가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장태평 장관이 있다. 광우병 파동의 악재를 딛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 부처 중 가장 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농어업계·언론계·법조계·재계·시민단체 등 사회 전 분야 전문가 68명이 참여하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를 발족시켰는가 하면 해묵은 숙제인 농협중앙회 개편도 진행 중이다. 국가적 과제인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 농축산어업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장 장관은 그 해법을 ‘효율화’와 ‘선진화’로 요약했다.지난 9월 21일 과천 청사 장관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 장관은 시종일관 ‘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의 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취임 직후 개인 블로그(장태평의 새벽정담-http://taepyong.tistory.com)를 개설했으며 매주 2만 명에게 한 주간 현장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생각을 전자편지 형식으로 보내고 있다. ‘태평짱’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그는 농업 분야에선 꽤 알려진 파워 블로거다.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양복과 넥타이를 풀고 일과 내내 점퍼를 입고 다니는 것도 농업 행정에 대한 장 장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교적인 행사를 제외하고는 국무회의 등 거의 모든 행사에 그는 점퍼 차림으로 참석하고 있다. 인터뷰도 점퍼 차림으로 진행됐다.아직도 많은 분들이 정부정책을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해를 푸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모든 농민 단체가 참여하는 기구를 모색 중입니다. 아직 몇몇 단체는 부정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농민 단체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아젠다(DDA) 추진에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농업 분야입니다. 글로벌 경제 체제 속에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한다고 보십니까.한·칠레 FTA가 시행되면 과수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지금 보십시오. 오히려 포도는 재배 면적이 더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걱정이야 되겠지만 전 우리 농가의 성장 잠재력에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우선 기술력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가령 네덜란드는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1년 생산 돼지 수)가 24마리입니다. 우리는 14마리죠. 그런데 양돈 조합에 소속된 축산 농가들은 평균 18마리입니다. 그중 상위 20%는 네덜란드와 같은 24마리입니다.우리 농업도 이젠 수출 효자 종목이 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한 해 농산물 수출액이 700억~800억 달러인데 우리는 고작 44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2012년까지 농축산어업의 수출액은 100억 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서울을 중심으로 2시간 내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리, 즉 반경 2000km 내에 15억 명의 인구가 삽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수요가 커지고 있죠. 소득이 높아지면 육류 소비가 늘고 곡물 수요는 3~4배씩 불어납니다. 앞으로 농축산업은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이른바 생명과학 산업이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무균돼지 한 마리가 1억 원을 호가했던 때를 기억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정부는 농업 연구·개발(R&D)의 중복을 사전에 방지하고 연구 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4월 농업과학기술위원회를 발족한데 이에 10월 기획평가원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또 현장형 성과 중심의 연구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농식품 업체, 생산 단체 등 현장 전문가의 R&D 평가 참여 폭을 확대할 것입니다. 농촌진흥청 내 농업실용화재단을 9월에 마련해 연구 성과의 효율성을 높인 것도 그 일환입니다.좀 더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유통은 쌍방향으로 원활하게 소통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봅니다. 기존 유통 체계에 자꾸 자극을 줘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뜻이죠. 유통 구조 개선은 우리 농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유통비와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농가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들 비용이 줄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시장점유율은 높아집니다.가령 한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금 50%입니다. 만약 생산, 유통 구조 변화가 가격 인하로 이어져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 차이가 2.3배에서 2배 이내로 들어오면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시장점유율을 75%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먼저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기업농 육성에만 너무 골몰하고 있지 않느냐고 오해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기업농이 없습니다. 총매출이 1억 원 이상인 농가가 전국에 7600여 가구에 불과하고 이 중 10억 원 이상인 곳은 180개입니다. 영농법인까지 합쳐도 10억 원 이상인 곳은 800여 개에 불과합니다. 네덜란드는 총매출이 400억~500억 원인 곳이 2000여 개나 됩니다. 저는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우리 농업이 수출 주력 종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총매출이 10억 원 이상인 곳이 최소한 1000개는 나와야 합니다. 농식품 모태 펀드를 조성한 것도 경쟁력있는 영농법인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설립 근거를 담은 법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후 10월 하순 쯤 입법 예고에 들어갈 계획입니다.정부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4월 귀농·귀촌 종합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는 귀농 성공 사례 교육부터 창업 자금 지원까지가 총망라돼 있습니다. 우선 정부는 191억 원을 귀농·귀촌 예산으로 확보했습니다.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금 지원아니겠습니까. 이를 위해 2100억 원(연리 3%, 5년 거치 10년 상환)을 마련해 귀농자들의 영농 정착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귀농·귀촌 초기에 귀농자가 임시로 머무를 수 있는 귀농인의 집을 100가구 정도 마련할 예정입니다.개혁안의 골자는 경제사업 활성화와 농업인이 주인이 되는 농협을 만드는 것입니다. 1단계 농협 운영 구조 개선을 내용으로 한 농협법 개정 작업을 완료해 지난 6월 9일 공표했고 지금은 2단계 작업이 추진 중인데, 골자는 경제와 신용 사업의 부문별 전문성·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농민단체·학계·농협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정부에 ‘2연합회(경제연합회, 상호금융연합회)-2지주회사(경제지주, 금융지주)-자회사’ 체제를 건의했습니다. 농협 내에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 목표는 농협을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구로 만드는 것입니다.지금 상태라면 농협은 2011년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7.6%로 떨어집니다. 지금은 특례 규정을 적용받고 있죠. 그만큼 경쟁력이 낮다는 얘깁니다. 이번 농협 개편안은 농협중앙회를 바꾸는 것이지 산하 단위농협을 개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단위농협들은 주주로서 좋아질 겁니다. 이번 분리로 정부는 농협의 금융부문을 아시아에서 상위권의 금융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는 지배만 할뿐 경영은 전문 경영인의 몫입니다. 물론 농협의 유통 부문도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농협은 벌어들인 수익을 농민을 위해 쓰는 기구로 변신해야 합니다.약력: 1949년 전남 무안 출생. 77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및 행정고시 20회 합격. 93년 미 오리건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2002년 재경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2004년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현). 한식세계화추진단 공동단장(현).저서: 시집 ‘강물은 바람 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대담= 김상헌 취재편집부장정리 =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