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금리 11일 연속 상승

주택 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9월 24일 고시한 91일물 CD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2.72%로 지난 9월 9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는 지난 2월 11일 2.92%를 기록한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지난 4월 16일부터 8월 5일까지 무려 4개월 가까이 연 2.41%에서 미동도 하지 않던 CD 금리는 한 달 반 사이 0.31%포인트 급등했다.CD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은행 전체 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 담보대출 가운데 90% 이상이 CD 금리 연동형이다. 각종 신용 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도 CD 금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많아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CD 금리에 의존하는 구조다. CD 금리가 0.31%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연간 기준으로 1조6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대부분 CD 금리에 맞춰 자동 조절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CD금리가 0.01%포인트 오르면 다음날 우리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 담보대출 금리도 자동으로 0.01%포인트 올라가는 식이다.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은 1주일 단위로 대출 금리를 조정하지만 시차만 있을 뿐 CD 금리 변동 폭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은행권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연 6%대로 올라섰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연 5.21~6.03%로 최고 금리가 6%를 넘어섰고 외환은행은 연 4.92~6.47%로 6.5%에 달했다. 국민은행의 3년 고정형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7월 말 연 6.42~8.02%에서 6.58~8.18%로 0.16%포인트 상승했다.CD 금리 연동형 신용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의 직장인 신용 대출 리더스론 금리는 CD 연동형이 연 5.93~8.43%로 지난 8월 6일보다 0.7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 연동형은 연 5.96~8.46%로 0.65%포인트 올랐다. 제2금융권 대출 상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8월 105개 상호저축은행의 일반자금대출(담보대출+신용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연 12.8%로 전달보다 1%포인트 이상 올랐다.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와 중소기업의 총 대출금은 지난 7월 기준으로 1000조 원에 육박했다. 가계 대출금 532조8000억 원과 중소기업 대출금 439조7000억 원을 더한 수치다. 전체 가계 대출의 70%, 중소기업 대출의 40%가량이 CD 금리에 연동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와 기업의 추가 이자 부담은 연간 1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와 중소기업이 매달 추가로 짊어져야 할 이자가 가계 4000억 원, 중소기업 3300억 원 등 73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8조7000억 원이 넘는다.CD 금리 급등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보다 ‘금리 인상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SC제일은행이 9월 21일 CD 2개월물을 민간 채권 평가사 평균 금리보다 0.08%포인트 높은 연 2.59%에 발행하면서 CD 금리가 0.03%포인트 올랐다. 또 9월 23일에도 같은 금리로 CD 발행에 나서면서 이틀간 0.03%포인트 추가 상승한 측면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이는 CD 금리 상승이라는 큰 흐름 속에 나타난 ‘단편적인 사건’일 뿐 흐름 자체를 만든 주역은 아니라는 주장이다.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실물 지표가 금리 인상 쪽을 가리키고 있어 방향성이 위로만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얼마까지 오를 것이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 속도로 올라갈 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그는 CD 금리 인상 폭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상 CD 금리가 얼마까지 올라갈 것인지 단정지어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