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의 프랑스 업체 짝사랑

독일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 벤츠와 BMW가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에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독일의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최근 ‘다임러와 BMW의 프랑스 사랑놀이’라는 기사를 통해 “독일 럭셔리 카 생산 업체들의 프랑스 소형 대중차 업체들에 대한 ‘사랑’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독일 내 대중차 생산 대표 업체인 폭스바겐이 고급 스포츠카 업체 포르쉐와 합병, 저렴한 보급형 차종에서부터 최고급 차량에 이르기까지 라인업을 두루 갖춘 ‘거인’으로 거듭나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낀 벤츠와 BMW가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과거와 같이 규모의 경제를 무시한 채 고급 프리미엄 시장에만 안주하다가는 한순간에 대중차 생산 업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 특히 일본 도요타가 ‘렉서스’를 앞세워 독일 차의 텃밭인 고급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폭스바겐 그룹이 ‘아우디’ 브랜드로 독일 본토에서 벤츠와 BMW의 아성을 허물고 있는 상황에서 포르쉐 브랜드까지 양사를 압박함에 따라 두 회사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이에 따라 두 회사가 찾은 해결책은 “규모가 커질수록 폭스바겐에 대항하기는 더 쉬워진다”는 모토로 요약된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프랑스 대중차 생산 업체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설명이다.구체적으로 벤츠 차량을 생산하는 다임러는 자사의 소형 차종인 ‘스마트’의 후속 모델을 프랑스 르노와 협력해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임러는 소형차 ‘스마트’ 개량형의 개발과 생산에 프랑스와 파트너 관계를 맺은 뒤 향후 신형 소형차인 ‘베이비 벤츠’의 다양한 모델들을 르노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프랑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만만BMW 역시 프랑스에서 르노의 경쟁사인 푸조·시트로앵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BMW는 현재 영국에 구축한 연간 24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소형 자동차 ‘미니’ 생산 기지를 푸조와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MW와 푸조는 몇 년 전부터 1400㏄, 1600㏄급 엔진을 공동 개발해 BMW의 미니와 푸조의 207 모델에 적용한 바 있다. 노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사장은 “BMW는 다임러와 마찬가지로 푸조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한편 독일 명품 카 생산 업체들의 때 아닌 청혼을 받고 있는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대형 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합종연횡의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것.장 마르크 갈 푸조 마케팅부문 사장은 “BMW는 유력한 사업 협력 후보 중 하나”라며 “두 회사가 BMW의 소형차인 ‘미니’생산에 협력한다면 풍성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화답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푸조 측은 “푸조는 소형차에서 경쟁력이 있고, BMW는 중대형차에 강점이 있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폭스바겐, 오펠, 피아트이지 BMW가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독일의 자동차 전문가인 빌리 디에츠는 “다임러와 BMW는 럭셔리 자동차 부문을 강화한 폭스바겐·포르쉐 그룹의 집중 공세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임러와 BMW 두 회사는 대중차량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업체와 손을 잡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임러는 올 2분기에 10억6000만 유로(1조844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MW는 2분기에 1억2100만 유로의 순이익을 달성해 전 분기 대비로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경제 위기 전에 비해선 판매량이 20% 이상 줄었다.한델스블라트는 이 같은 폭스바겐·포르쉐 합병발 공세로 독일의 대표 프리미엄 차량 생산 업체들이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고, 폭스바겐과 피아트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는 프랑스 업체들과 손잡는 ‘프랑스 카드’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분석했다.디에테르 제체 다임러 사장은 “벤츠의 소형차인 스마트를 다시금 가족들의 필수 소유 차량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들이 회의 탁자 위에 올라온 상태”라며 프랑스 회사들과의 연합전선으로 소형차 부분을 강화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라이트호퍼 BMW 사장도 “이제 혼자서만 큰다고 결과를 얻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김동욱·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