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추가 상승의 모멘텀
8월 들어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투자 심리 불안이 변동성의 확대로 나타나면서 국내 시장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을 시사하는 청신호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은 왠지 부정적인 뉴스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장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키질 수밖에 없다.시장의 변화 중 또 하나의 뚜렷한 모습이 금융주, 특히 은행주의 흐름이다. 정보기술(IT), 자동차와 함께 상반기 시장을 이끌어 왔던 은행주는 은행 업종 지수가 올 들어 최고를 기록했던 8월 25일 325.91에서 9월 2일 296.37로 9.1%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KOSPI가 0.1%, 자동차 1.5%, 전기전자 2.8%의 상승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주도주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때맞춰 일부 증권사에서 투자 비중을 축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은행주의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기술적인 부담이 비단 은행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이 은행주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투자 판단을 바꾸게 했을까.실제 은행업의 영업 환경은 3분기 들어 더욱 좋아진 측면이 있다. 은행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들의 동향은 경기 전반에 대한 일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개선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은 2009년 4~5월을 바닥으로 나아지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3~4분기 고금리 조달 자금 만기에 따른 리프라이싱(Repricing)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NIM의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출 증가율은 6월까지 2.7%로 2009년 전체적으로도 2~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1분기까지 급격하게 상승을 보였던 연체율 역시 2분기부터 1% 이하로 하락 전환하면서 부실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부담의 감소 역시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국내 은행의 절대 이익의 수준은 아직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 기준 한 자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0년에도 지방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2009년에 비해 40%가량의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ROE 수준이 10% 정도에서 맴돌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대비 38% 정도 낮아진 대손비용이 정상적인 수준인 50bp(1bp=0.01%) 수준까지 하락하는 시점은 2009년 하반기 중소기업 대출 구조조정, 2010년 가계 부문의 잠재 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2010년 하반기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3~4분기의 대손비용이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높은 대손비용률이 안정되기에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들이 은행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거론하는 가장 큰 이유다.현재 은행의 주가순자산배율(PBR: PriceBook-valueRatio)은 2009년 추정 주당순자산(BPS:Book-value Per Share) 기준 약 1.0배 수준이다. 2007년 ROE가 15%를 상회하던 시기의 PBR가 1.5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현재 7% 정도로 예상되는 올해의 ROE 수준이나 더 나아가 10%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2010년의 ROE로 PBR 1.0배를 넘어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분명 부담이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그렇다면 은행주의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은행 예대금리차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은행 수익 개선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은행의 실적 개선 모멘텀이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전월 대비 9bp 상승한 1.98%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6월 11bp 상승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부 우려와 달리 3분기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함으로써 은행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은행의 NIM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은행 간 경쟁이 크게 완화됨에 따라 신규 대출에 대한 마진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신규 예대금리차는 전월 대비 10bp 상승한 2.61%포인트로 1999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마진 상승으로 신규 예대금리차는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은행 간 경쟁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결과 향후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또 상반기 마진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 금리 인하에 따른 일시적 마진 하락 요인이 하반기부터 해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 효과가 대출금리 중심으로 반영됐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예금금리에도 반영되면서 NIM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마지막으로 변동 대출금리 상품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 당초 예상보다 은행의 NIM 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CD 금리는 8월 27일 현재 2.57%를 기록, 전월 말 대비 16bp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채 금리는 정체된 상황에서 CD 금리만 상승, 은행 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 펀드 환매가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우려했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의 자금 흡입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은행의 조달 금리 역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현상은 시일이 지날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또 다른 은행주 상승의 대형 모멘텀은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법 통과 등을 통한 은행의 인수·합병(M&A) 가능성 확대와 은행주에 대한 재평가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4월의 은행법 개정에 이어 7월에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은 △은행지주회사(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한 금융지주회사) 소유 지분 완화 △비은행지주회사(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하지 않은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지주회사 지배 허용 등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중요한 변화는 첫째,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보유 한도가 4%에서 9%로 상향되었다는 점. 둘째,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의 경우 기존에는 산업자본의 지분이 10% 이상이면 PEF가 산업자본으로 간주됐지만 이 기준이 18%로 완화됐다. 지금까지는 산업자본이 15%를 보유한 PEF는 산업자본으로 간주되므로 은행지주회사를 인수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가능해진 것이다. 셋째, 연기금이 경우에 따라서 금융 주력자로 간주돼 은행 대주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산업자본의 보유 한도 확대는 은행지주회사의 소유 제한 완화와 함께 은행에 대한 M&A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향후 주요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갈수로 양극화되는 지금의 시장 흐름은 차별화가 쉽지 않은 은행주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시장 심리가 불안해질수록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양극화가 금융 위기 이후 치열한 생존경쟁의 결과물로서 실물경제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은행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시발은 은행 간 M&A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은행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던 미국 금융주들의 하락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부실 금융회사의 회생에 초점을 뒀던 투자가들의 관심이 우량 기업으로 바뀌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수의 흐름과 무관하게 대형 우량 은행과 M&A 대상이 되는 일부 은행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문성훈·템피스투자자문 부사장 msh@tempi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