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한경비즈니스 공동기획 - ② 송자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은 4년 재임 기간 동안 1500억 원을 모금하고 대학 내에 이전에 없던 대외협력처, 입학관리처를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처음 게재하는 등 여러 변혁을 시도했다. 이후 대학 운영에서 상당수 대학들이 송 전 총장을 벤치마킹해 현재에 이르렀다. 평생교육자로서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그의 거침없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육기관도 기업형이 될 수 있고 자율권을 줘야 국내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그는 인터뷰 중 거듭 강조했다. 연세대, 명지대 총장을 거쳐 (주)대교의 회장을 지낸 그는 현재 어린이의 빈곤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아이들과 미래’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1992년 총장직에 막 올랐을 때 한 신문의 칼럼이 기억납니다. ‘대학 총장의 신(新)사고’에 대한 것이었죠.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었고 선진국의 대학에서는 이미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하지 않고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대학은 상아탑으로서 점잖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는데, 선진국의 대학들은 규모가 커져 이미 경영을 도입했죠. 경제적으로 제한된 자원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 대학들도 책임 경영이 요구됐습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에 큰 매력을 갖는 것처럼 대학이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자원을 모아야 했습니다.세일즈 총장으로 불리며 모금을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고 대학에 대외협력처를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이것들이 대학에 일반화됐지만 당시의 교수들은 ‘줏대 없이 구걸하러 다닌다’, ‘대외협력처는 술상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세일즈 총장이란 말에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그러한 비난에 신경쓰다 보면 새로운 길을 닦는 총장이 될 수 없었으니까요. 당시 대학 사회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이러한 인프라는 후대 총장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현재 활용되고 있습니다.대학 총장이 기업 회장들에게 인사하러 가겠다니 모두가 왜 만나자는 것인지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요청에 답이 없었던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흔쾌히 시간을 내줬습니다. 특히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점심 식사를 제안했고, 둘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전 회장은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겠다”고 답했죠. 현대그룹의 고 정세영 회장도 고려대 출신이지만 가깝게 지내게 됐으며 고대 동문회를 위해 ‘모금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고도 했습니다.1992년 총장 선거를 앞두고 모금 목표를 500억 원으로 제안했습니다. 1985년 연세대 100주년 때 100억 원 모금의 실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400개의 교회, 동문을 대상으로 한 ‘연대사랑 저금통’ 5만 개, 세브란스병원, 학교채, 주유상품권 판매 등으로 총 모금액은 15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장학금이나 학교채 등을 제외한 순수 모금액은 1383억 원이었습니다.그때부터 예측한 건 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점이었습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됐고 경쟁하는 것은 서울대만이 아니었습니다.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에도 인재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로 적극적인 학생 유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정부가 교육 에 대한 규제를 더 풀어주면 훨씬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도 완전하지 않지만 최선의 시스템이 아닙니까. 그래서 정부 개입도 어느 정도 하면서 보완하고 있죠. 교육에 시장경제를 도입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경쟁이 있으려면 자유를 줘야 합니다. 물론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한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학부모, 학교, 재단과 정부, 이 세 가지 교육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선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주어야 하는데 맹모삼천지교의 맹자 어머니도 선택을 잘한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자유를 줘서 경쟁하게 하고 이를 평가받아야 합니다. 공립학교는 정부가, 사립학교는 재단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이제는 고객을 섬기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서 충족해 줘야 하는 시대입니다. 교육도 수요자 중심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습니다.교수들은 그들이 공부했던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지식들을 찾아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젊은 교수들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한 것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것은 교수들이 자격을 얻기 위한 지식이지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암기해서 시험을 잘 보게 하는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기본으로 하는 창조적인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미국 총장도 은퇴 후 고등학교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교육이 잘되려면 고등학교 교육이 제대로 서야 합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절반은 프렙스쿨(Preparatory School·예비학교로 불리는 명문 사립고) 출신입니다. 나중에 대학에서 전문 엘리트 교육을 받기 위한 예비 과정이죠. 교육자로서 고등학교 교육에 힘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족사관고처럼 자율학교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고교의 구상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세계 그 어느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고 세계 그 어디서든 이 학교에 올 수 있는 학교를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이도 나이다 보니 힘도 부치고 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문 역할만 할 생각입니다.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설 교육기관 노드앵글리아(NordAglia)그룹은 영국 내 12개 명문 사립학교, 32개 유아 교육기관, 그리고 중국 등 전 세계에 12개 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 있습니다. 최근 인천에도 학교를 설립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등록금을 냈을 때 누가 더 잘 가르치느냐가 문제지 비영리인지 주식회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리 기관이면 다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더 싸고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시장경제에서 교육기관도 기업형이 될 수 있습니다.운영에 대한 자율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선택이 많으면 이상적입니다. 물론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는 죽는 학교가 있을 수 있습니다.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교육도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니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돼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머리가 좋았지만, 특히 수학 머리만 좋았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대학에 가려면 평균 성적이 좋지 않아 떨어졌을 것입니다. 평균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한 가지만 잘하면 되는 것이죠.총장 시절에는 정부에서 내려온 테두리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입학과 관련해서는 정도가 심해 동점자를 처리할 때 정부 기준에 따라 심지어 생년월일로 판가름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에는 ‘누구를, 누가, 무엇을, 어떻게’의 4가지 자율권이 있어야 합니다. 이승만 정부 시절 백낙준 전 연세대 총장에게는 4가지 자율권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학 교육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모든 대학을 평등하게 컨트롤하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면 모두가 잘못됩니다.한편 MB 정부는 사교육 억제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바닥에 있는 공교육을 어떻게 끌어 올릴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교육은 5공 시절 칼 갖고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과외는 어딜 가도 있습니다. 인도에 가보니 미국 대학 입시학원이 성행하고 있고, 미국 교포들은 한국의 입시학원에서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합니다. 최근에 고등학생과 대담을 했는데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정부는 공교육 수준 향상에 우선 신경 써야 합니다.1936년생. 59년 연세대 상학과 졸업. 62년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67년 워싱턴대 경영학 박사. 67년 코네티컷대 경영대학원 교수. 76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92년 연세대 총장. 97년 명지대 총장. 2001년 (주)대교 회장. 2004년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현).정리=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만난 사람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