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취업문은 도대체 언제쯤 활짝 열릴까.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채용 시장에서는 딴 세상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상황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을 뿐이다.먼저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공기업은 자체 인력도 줄여야 할 상황이다. 당연히 신규 인력 채용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주요 대기업들이 상반기보다 좀 더 신규 채용을 늘릴 계획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8월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20개 대형 공공기관 중 올해 하반기 직원 채용 계획이 있거나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7곳은 채용을 하지 않거나 아직 계획을 잡지 못한 상태다.공공기관들은 이미 작년부터 신규 직원 채용을 대폭 줄였다. 2005년 3000명의 신입 사원을 뽑은 공공기관 채용 시장의 ‘큰손’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입 사원을 뽑지 않을 계획이다. 대한주택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도 작년 상반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신입 직원도 채용하지 않았다.여기에 작년 하반기 10개월~1년 계약 기간으로 입사한 총 1만 2000여 명의 청년 인턴들도 올해 하반기에 대부분 계약이 만료된다. 20개 대형 공공기관 중 청년 인턴 계약 연장을 검토하는 곳은 농어촌공사, 수출입은행, 인천공항공사 등 3곳에 불과하다. 연말쯤 1만 명이 넘는 ‘청년 백수’들이 취업 시장에 나온다. 그만큼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그나마 대기업들은 좀 낫다. 하지만 그마저도 작년에 비해 채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잡코리아는 상위 30개 그룹 중 공기업 7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그룹사의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9개사가 하반기에 대졸 신입 사원 1만5035명을 뽑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8월 2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만5560명)보다 3.4% 감소한 것이다.설상가상으로 채용 과정도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역량 면접(Competency Based Interview)’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역량 면접은 지원자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체계적인 면접 프로그램으로, 특정 상황에서 취한 후보자의 대응 방식을 토대로 행동 패턴과 역량을 파악한다. 이 때문에 역량 면접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다양하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집요하다. 치밀한 준비 없이 ‘솔직함’, ‘대범함’ 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취업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물론 기존에 강조되던 영어 말하기 능력, 직무적성검사, 자격증 등의 중요성도 해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취업 전문가들은 입사하려는 대상 기업, 혹은 분야를 정한 뒤 ‘맞춤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의 경우 면접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업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즉,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입사 합격 여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취업 스펙으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력(54.3%)’이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관련 분야 자격증(50.6%)’, ‘영어회화 능력(44.5%)’, ‘공모전 수상 경력(24.4%)’, ‘해외 어학연수 경험(16.2%)’ 등이 꼽혔다.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금융권은 무엇보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중요하다. 또 영업직의 경우 어학·전공·나이 등 각종 자격 제한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영업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뽑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공기업은 특성상 객관적으로 점수화할 수 있는 항목이 중요하다. 자신의 성실성을 대변할 수 있는 학점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각 공기업별로 진행하는 필기시험 성적과 인성검사는 공기업 취업의 핵심이다.외국계 기업의 경우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수시로 체크하며 채용 공고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외국계 기업 이력서는 간결하되 자신의 경력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커버레터’가 매우 중요하다.한편 경력직의 경우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임에 따라 기업들의 임원과 간부급 채용이 늘고 있는 것. 커리어케어에 따르면 최근 3개월(5~7월)간 채용 의뢰 건수는 이전 3개월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금융 위기로 긴축 경영을 했던 기업들이 다시 인력 충원에 나섰기 때문이다.특히 업종별로 전기·전자 분야 관련 연구원들의 수요가 많이 늘었다. 특히 LED TV와 반도체 분야의 업황이 좋고 하반기 투자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또 그린 에너지와 관련해 풍력, 스마트 그린 등의 인력 채용도 늘었다. 특히 물 산업 분야 해외 플랜트 전문가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메뚜기 인턴 : 인턴으로 입사한 후 중도에 그만두거나 더 나은 인턴 자리를 찾아 다니는 사람을 지칭.필터링(Filtering) : 본래 ‘검색조건’이란 뜻. 취업난으로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기업이 스펙 조건을 입력해 그 이하의 지원자는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지 않고 자동으로 서류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것을 지칭. 서류 전형을 통과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보니 서류 통과를 한 구직자를 ‘필터링에서 살아남은 자’라고 지칭하기도 함.꽃가루·프리라이더 : 팀프로젝트에서 팀 전체의 성과를 평가받는 점을 악용하는 학생을 뜻함. 다른 팀원에게 묻어간다고 해서 ‘꽃가루’ 혹은 무임승차자를 뜻하는 ‘프리라이더’라고 불림.에스컬레이터족 :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리는 학생들을 뜻함.이퇴백 : 급한 마음에 취업부터 했다가 적성이나 근무 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 퇴사하게 되는 취업자를 뜻함.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