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요리하는 생쥐(‘라따뚜이’), 자기 이름만을 간신히 구사하는 구형 청소 로봇(‘월·E’) 등 상업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소재들만 골라 공략하던 픽사가 또다시 도전을 감행했다. 그들의 열 번째 애니메이션 ‘업’의 주인공은 78세 노인 칼 프레드릭슨(에드워드 애스너 음성). 아내를 잃은 칼 프레드릭슨은 꿈에도 그리던 남미로 떠나기 위해 자신의 저택에 수많은 풍선을 매단다.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택된 이 비범한 영화는 재미와 신선함,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깊이 있는 교훈까지 픽사라는 꼬리표에서 기대할 만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또 다른 픽사표 수작이다.칼 프레드릭슨은 모험담에 푹 빠진 소년이었다. 그의 우상은 명망 높은 모험가인 찰스 문츠(크리스토퍼 플러머 음성). 우연한 기회에 같은 우상을 섬기는 말괄량이 소녀 엘리(엘리자베스 엘리 닥터 음성. 감독 피트 닥터의 딸)와 만난 그는 그들이 소울메이트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많은 언론들이 “신랄함과 우아함에 있어 채플린과 흡사하다”고 평한 4분가량의 탁월한 몽타주다. 성인으로 자란 칼 프레드릭슨과 엘리가 결혼에 골인하고 아이 갖기에 실패하고 그 슬픔을 사랑으로 치유하면서 다정하게 늙어가는 과정을 오로지 아름다운 왈츠 선율로 쫓아간다.세월이 흘러 엘리가 먼저 눈을 감고 칼 프레드릭슨은 홀로 남는다. 상실감에 빠진 그는 그들의 이상향이었던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보기로 결심하는데 주변을 서성이던 여덟 살짜리 야생 탐사 대원 러셀(조던 나가이 음성)이 그의 모험에 합류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통통한 아시아계 소년과 과묵하고 까다로운 노인 콤비. ‘업’의 주인공들은 미국 사회에서 일종의 비주류다. 자신의 삶을 작은 저택 안에 구겨 넣으려고 했던 칼 프레드릭슨은 거대한 열대 새 케빈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발휘하고, 기계 장치 덕분에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골든 리트리버 더그와 사고뭉치 러셀이 그를 보좌한다.픽사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3D 영화로 기획됐고 일부 극장에선 3D 버전으로 상영된다. 감독: 피트 닥터 / 주연(음성): 에드워드 애스너, 밥 피터슨, 조던 나가이 / 분량: 101분 / 개봉: 7월 29일 / 등급: 전체 관람가친엄마를 찾아 한국을 찾은 입양아 밥(하정우 분),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분),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 삶이 버거운 칠구(김지석 분)와 그의 동생 봉구(이재응 분). 한때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였던 방종삼(성동일 분)의 갖은 설득에 못 이겨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이들이다. 전라북도 무주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일념하에 급조된 이들 스키점프팀은 금메달을 향한 험난한 도전에 나선다. ‘미녀는 괴로워’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신작.캠벨 가족은 아들 매트(카일 겔너 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코네티컷 주로 이사 온다. 첫날부터 빅토리아풍의 오래된 저택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는 매트를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택의 마루 아래에서 강령술 사진을 발견한 후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알고 보니 그곳은 장의사와 그의 아들이 자신들을 영매로 강령술 모임을 벌이던 장소.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되기까지 한 유명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호러 영화다.노래 한 곡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전설의 록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데뷔하기 1년 전인 1975년. 한 무명 밴드가 해체 직전 ‘피쉬 스토리’라는 노래를 녹음한다. 발매 당시 누구의 관심도 사지 못한 이 노래는 그로부터 27년 후 위기에 처한 지구에 기적을 불러온다. 일본의 인기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사카 고타로의 또 다른 소설 ‘집오리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영화로 만든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