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4계명

펀드는 전문가에게 운용을 위탁하는 것일 뿐 반드시 수익을 내주는 것이 아니다. 경제나 금융 환경에 따른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과 위험이 항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입한 펀드에 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그렇다면 펀드를 가입할 때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첫째, 펀드의 유형, 즉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수익률이 급격히 증가한 펀드는 대부분 위험이 높은 펀드다.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지 신이 아닌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적어도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위험이 큰지, 작은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이럴 때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지표가 표준편차다. 이는 펀드 기준가격으로 구한 펀드 수익률의 변동성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펀드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출렁거리면서 움직이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그 숫자가 낮을수록 안정적인 펀드 수익률을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2개의 펀드 수익률이 10%로 동일한데, A라는 펀드는 표준편차 5%이고 B라는 펀드는 표준편차가 15%라고 할 경우 A펀드의 수익률은 5~15%에서 움직이는 반면 B펀드는 -5~25%로 A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심하다. 물론 B펀드가 수익이 높을 가능성도 있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A펀드가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표준편차 말고도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지표는 샤프지수와 트레이너지수가 있다. 샤프지수는 펀드가 부담한 위험한 단위에 대한 초과 수익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즉, 표준편차로 측정한 위험을 1만큼 더 부담함으로써 초과 수익을 어느 정도 더 얻었는가를 의미한다.어떤 펀드의 샤프지수가 다른 펀드에 비해 높다는 것은 펀드가 부담한 위험 1 단위에 대해 더 많은 초과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샤프지수가 클수록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은 펀드다. 다음으로 트레이너지수는 베타계수를 이용해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분산 투자를 전제로 체계적 위험만을 고려한 것으로 높을수록 동일한 민감도 대비 초과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샤프지수가 높으면 트레이너지수도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마지막으로 VaR(Value at Risk)지표도 리스크 관리의 보조지표로서 활용도가 높다. VaR란 1개 자산 또는 포트폴리오의 가치 분포에서 특정 신뢰 수준에 해당하는 손실 금액을 말한다. 가치 분포란 10일 동안 발생 가능한 변동을 나타내며 신뢰 수준은 손실 방향으로 99%를 고려함을 뜻한다. 즉, 일정한 조건에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잃을 수 있는 최대 손실 예상치를 추정한 것이다. VaR가 높으면 위험이 발생했을 때 잃을 수 있는 자금이 크다는 얘기다.둘째, 같은 주식형 펀드라고 하더라도 편입 주식의 성격에 따라 성과와 위험이 다르다. 따라서 가입한 펀드의 편입 자산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만일 시장의 흐름에 맞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면 운용 능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또한 편입 종목이 지나치게 급등한 종목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지금까지의 수익률은 높게 나타나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아져 있다. 가입 펀드의 수익률과 위험을 고려해 적절한 교체 전략도 필요하다.그러나 이러한 교체 전략을 사용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수수료다. 교체 전략이 짧은 주기로 이뤄진다면 환매 수수료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이럴 경우에 엄브렐러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브렐러 펀드란 하나의 펀드 안에 다양한 여러 개의 하위 펀드를 모아 구성한 펀드다. 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하위 펀드의 선택 및 교체를 환매 수수료 없이 투자자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위 펀드가 주식 또는 채권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섹터를 커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브렐러 펀드는 펀드 교체가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는 점과 자신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다.한편 강세장에 강한 펀드는 무엇인지, 약세장에서 강한 펀드는 무엇인지, 그리고 위험성이 작은 안정적인 펀드는 무엇인지 등 사전적으로 시장 흐름에 따른 유망 펀드를 파악하고 있어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펀드 교체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베타(β)계수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베타란 벤치마크 상승률과 펀드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펀드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베타가 1이면 펀드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뜻이고 1보다 크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베타가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베타가 클 경우 증시가 상승할 때는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셋째, 펀드 교체 능력이 없다면 자산 배분 전략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이럴 경우에는 자산 배분형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자산 배분형 펀드란 특정 지역과 자산에 국한되지 않고 시장의 상황과 운용사의 전망에 따라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 등의 자산 비중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면서 투자하는 펀드다.자산 수의 증가에서 오는 분산 투자의 장점에다 다양한 자산과 지역을 한 펀드 내에서 추가적인 비용 없이 변경해 유연한 자산 배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장점까지 결합돼 있다. 기존에는 따로따로 가입해야 했던 주식형 및 채권형, 리츠(REITs) 및 원자재, 국내 및 해외 펀드 등의 다양한 펀드들을 한 펀드 내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기존 펀드 환매에 대한 부담 없이 투자 비중을 변경하고 투자 비중 변경의 비용이나 수고를 줄이고 싶은 투자자, 특정 자산과 지역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투자자, 자신의 투자 성향 파악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 다양한 지역·국가, 자산별 투자를 한 펀드 내에서 해결하기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그러나 자산 배분형 펀드도 자산 비중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면서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이나 섹터에 편중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정 지역 및 자산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틀린 예상으로 과도한 투자 비중을 가져갔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오히려 자산 배분을 하지 않은 것보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넷째, 펀드 흐름을 수시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많이 자금이 몰리고 있는 유형의 펀드는 무엇인지, 수익률이 좋은 펀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 펀드 흐름과 관련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알파(α)지표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파는 개별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 균형을 가정한 경우의 수익률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펀드의 수익률에서 균형하에서의 기대 수익률을 차감한 값을 의미한다. 운용 능력의 성과를 비교할 때 쓰이는 지표로서, 알파가 클수록 실제 투자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한다.작년 펀드로 큰 손실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펀드 투자자들의 선택 및 가입이 상당히 까다로워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입 후 펀드의 수익률이나 위험 관리는 여전히 뒷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펀드의 수익률이나 위험은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나쁘기만 하지도 않다. 오히려 가장 좋을 때 상투이고 가장 나쁠 때 바닥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펀드의 선택만큼 관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한편, 위에서 언급한 각종 지표들은 자산 운용사가 작성한 운용 보고서에 대부분 나와 있으며 부수적으로 펀드매니저의 변동, 약관 변경, 수익자 총회 의결 내용, 운용상 위반 사항 등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는 펀드 통계도 수시로 검색해 자금 유출입 동향이나 펀드 내 주식 비중 등 최근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자신의 펀드에 대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을 것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