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법칙 ⑦
이 주의 명작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행운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런 행운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제대로 준비돼 있고 끈기 있는 쪽이며, 대개 그런 사람이 훗날 전기 작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이는 20세기를 수놓은 400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빅터 고어츨의 말이다. 이를 공식화하면 ‘큰 인물=준비+행운+끈기’로 나타낼 수 있다. 개인의 재능, 지능, 노력, 열정을 뛰어넘는 것은 바로 사회가 주는 ‘특별한 기회’와 ‘역사·문화적 유산’이다.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김영사 펴냄)’에서 성공은 개인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역사, 문화적 유산, 시공간적 기회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아웃라이어’란 사전적 의미로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뜻한다. 그런데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그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성공을 거둔 사람’, ‘성공의 기회를 발견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람’을 아웃라이어로 통칭한다. 즉,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는 그런 사람들이다.글래드웰은 보통 사람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람들의 성공 요인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성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다.글래드웰에 따르면 타고난 능력이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성공의 조건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1830년대에 태어난 사람 중에 부자가 많고,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 중에 컴퓨터 산업을 이끈 사람이 많은 것처럼 ‘타이밍’은 결정적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모두 1955년생이다.주역에서는 성공의 첫 번째 열쇠는 타이밍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기다림(需)이다. 기다림에는 믿음이 필수적이다. 시기가 오면 큰 강을 건너는 모험(利涉大川) 정신을 발휘해야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리해서 건너면 반드시 파멸한다(過涉滅頂).우리 역사에서도 위대한 인물은 특정 시기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은 둘 다 1501년생이다. 이 시기에 율곡 이이, 이순신 장군이 있는데 우연하게도 모두 49세에 세상을 떴다.글래드웰은 포브스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75인의 명단을 분석한 결과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미국인이 14명 포함돼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 부자인 존 D 록펠러(1839년)를 비롯해 앤드루 카네기(1835), J P 모건(1837) 등 14명이 1831~40년 사이에 태어났다. 이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1860~70년대에 주역이 되었다. 그 시기에 철도가 건설되기 시작했고 월스트리트가 태어났다. 전통적인 규칙이 무너지고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변환기에 그들이 몇 살이었는지가 관건임을 보여준다.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1970년대에 또다시 큰 변화의 물결이 경제를 휩쓸었다. 바로 컴퓨터의 등장과 산업화다. 글래드웰은 빌 게이츠나 빌 조이도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다. 즉, 100년 전이 굴뚝형 성공 신화의 전성시대였다면 100년이 지난 1970년대는 다가오는 컴퓨터 혁명을 선점하는 이가 성공의 주역이 된다.실리콘밸리의 베테랑들은 개인 컴퓨터 혁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는 1975년이었다고 말한다. 1975년이 바로 컴퓨터 혁명의 여명기라면 이 시기를 주도하려면 20년 전에 태어난 인물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로 1955년생이 적격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오히려 낡은 패러다임에 속해 있어 변혁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1954년생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빌 조이, 1955년생으로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1956년생은 스티브 발머가 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그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이다.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기회가 늘 우리 자신이나 부모에게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부터 온다.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의 특별한 기회에서 오는 것이다.글래드웰은 이를 ‘마법의 타이밍’, 즉 마법의 시간대라고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는 사람이 1955년에 태어나는 것이나 기업가가 되려는 사람이 1835년에 태어나는 것처럼,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에게는 1930년대에 태어나는 것은 마법의 시간대를 등에 업은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1만 시간(10년)의 연습은 진정한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한 매직 넘버다.빌 게이츠는 1968년 레이크사이드 학부모회가 사준 컴퓨터 터미널 덕분에 그 컴퓨터가 연결된 워싱턴대학 컴퓨터센터에서 밤새워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에서도 컴퓨터실은 빌 게이츠의 사무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자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기 위해 하버드를 중퇴한 대학교 2학년까지 7년간을 쉼 없이 프로그래밍을 해 온 것이다. 그 시대에 빌 게이츠와 같은 행운을 누릴 수 있는 10대가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 “저는 어린 시절부터 그 시기의 누구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좋은 경험을 하고 있었고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행운의 연속이었지요.”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빌 조이는 미시간대학교 컴퓨터센터가 문을 연 해인 1971년에 입학했다. 그게 행운이었다. ‘여자 손도 한 번 못 잡아 본 머저리’였다고 고백하는 그는 1년 내내 컴퓨터센터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고 그 세계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1975년 캘리포니아대학원에 들어간 그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세계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인터넷 접속을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가장 많이 만들어낸 주인공이다.비틀스는 1960~64년까지 1200시간의 연주 연습을 했는데 이게 비틀스의 스타 탄생을 가능하게 한 시간이었다.앤더스 에릭슨은 1990년대 초 ‘재능논쟁의 사례’라는 연구에서 프로 연주자는 스무 살까지 매일 연습 시간을 꾸준히 늘려 결국 1만 시간에 도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게 이른바 ‘10년 법칙’이다. 반면 엘리트 연주자는 8000시간, 미래의 음악 교사는 4000시간을 연습했다. 아마추어들은 1주일에 세 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았고 스무 살이 되면 2000시간 정도 연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스타 변호사와 수학 천재, 소프트웨어 기업가는 언뜻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역사와 공동체, 기회, 유산의 산물이다.글래드웰은 또한 성공은 역사적 유산과 특별한 기회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어떤 부류의 아웃라이어라 하더라도 드높은 횃대 위에 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진심으로 ‘나는 이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냈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웃라이어는 결국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이 책에서는 천재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가설(?)을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IQ 190의 크리스 랭건을 든다. 랭건은 “저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똑똑한 천재다. 그러나 랭건은 미주리 주의 교외에 있는 말 목장에서 책을 읽으며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다. 백만 명 중에 하나 태어날까 말까 한 두뇌의 소유자가 지금까지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크리스 랭건의 천재성에 대한 최고의 역설이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혼자서는 자기 길을 만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만 시간(10년)의 연습은 진정한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한 매직 넘버다. 빌 게이츠는 중·고등학교에서 하버드대학 2학년까지 7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연습했다.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