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소위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국회에서 아무런 결말을 보지 못한 채 7월이 왔다. 아마도 2009년 6월 30일은 무능하고 얼빠진 정치권의 정치꾼들과 정치인도 아니면서 정치인인척 행세하는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무수히 많은 죄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실직이라는 벼랑으로 밀어 넣어버린 날로 기록될 것이다.무릇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법과 정책은 항상 시장의 보복을 받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비정규직보호법에 의해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혜택을 보겠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다.그동안에도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표출돼 왔지만 상처가 곪아 터져야만 겨우 관심을 갖는 버릇을 가진 정치권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2년이 다 지나도록 모른 척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종적으로는 국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좀 더 일찍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책을 논의했어야 했다.비정규직보호법이 이번에 특히 발등의 불이 되어 버린 이유는 2009년 7월부터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기업들이 100인 미만 5인 이상의 영세 사업장들이기 때문이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60% 이상이 이들 영세 사업장에 고용돼 있으며 이들 영세 사업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여력이 없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 위기 터널 속을 한창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대량 해고는 예정돼 있는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야당과 노조는 정부와 여당이 ‘대량 해고’라는 말을 쓰면서 공연히 위협한다고 반발한다. 정부와 여당은 약 70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해고의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고 하는 반면 야당과 노조는 30만~4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심하고 딱한 사람들이다. 70만 명이면 문제가 되고 30만~40만 명이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인가? 30만 명이 되었든 70만 명이 되었든 본질은 잘못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죄 없는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받게 되었다는 사실이다.더 한심하고 딱한 것은 이들 야당과 노동조합이 모순에 빠진 논리와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시행해 보지도 않고 개정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거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없을 것’이라며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보조금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보조금 운운하는 것은 이대로 가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 대량 해고가 불′피求募?것, 비정규직보호법이 잘못된 법이라는 것을 본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으니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아무튼 정치권의 무능과 당리당략에 따른 부질없는 싸움으로 어쩔 수 없이 해고 프로그램은 가동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벌어질 대량 해고 사태는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잘못 만든 법의 해악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잘못된 법으로 인해 당장 피해를 받게 될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참으로 안된 일이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 다시는 비정규직보호법과 같은 엉뚱한 법을 만들지 않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도 가져본다. 참으로 한심한 국회와 노동조합이다. 여야국회의원들과 노동조합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한다.약력: 1961년생. 85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2000년 독일 쾰른대 경제학 박사. 2001년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2005년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