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생존법
“대격동의 시대, 이제는 소비자의 영혼에 호소해야 합니다. 창의적이고 영혼이 풍부한 인적자원(HR)을 마케팅 부서에 배치해야 합니다.불황은 언젠가 회복되게 마련이지요. 경기는 사이클이니까요. 타이밍이 문제이긴 하지만….”‘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78)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최근 능률협회 초청으로 내한해 강연한 내용이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단순한 사이클이 아닙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것, 바로 격동(turbulence)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격동이란 마치 비행기가 난기류에 휩싸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돌발사태입니다.그런데 이런 쇼크가 앞으로 더 자주, 더 예리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이 이를 재촉합니다. 따라서 불황이 끝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최고경영자(CEO)가 밤잠을 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CEO와 같이 24시간 곱하기 7일의 세계에서 동고동락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시대는 이전과는 판이하다. 격동의 발생이 일상화돼 ‘새로운 보편성(new normality)’이 된 시대, 즉 영원한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 거장의 냉엄한 현실 진단이었다.마케팅, 나아가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들에게 코틀러 교수는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비즈니스 구루(guru) 1위에 오른 개리 하멜(Gary Hamel)이 코틀러 교수에게 바친 헌사(獻辭)는 최고의 극찬이다.“MBA 졸업생 중 그의 박학다식한 50여 권의 책을 읽느라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또 대부분 그런 고된 과정 속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기업들에 그의 저서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준 책도 없다.”(2008년 9월 미 이코노미스트지)코틀러 교수는 2001년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랭킹에서 잭 웰치와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다음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비즈니스 구루 6위에 올랐다. 200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명’에 꼽히기도 했다. 특히 그가 1967년 서른여섯 살에 펴낸 ‘마케팅 관리(Marketing Management)’는 모두 13차례 개정판이 나오며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경영학 교과서로 쓰인다.코틀러 교수는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가격을 낮추고 비용을 줄이며 신규 투자를 연기하는 식의 전통적인 불황 대응 전략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강연장에서 그에게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제너럴모터스(GM)처럼 존폐의 위기에 몰렸거나 스타벅스처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이런 일이 발생할 때는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닛산(Nissan)을 수술한 카를로스 곤처럼 GM의 낡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즉 변화의 동인이 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둘째, 브랜드를 관리해야 합니다. 제가 만약 GM의 CEO라면 경쟁력 없는 어중간한 브랜드는 모두 정리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핵심 역량을 찾아 구조를 개편(recomposition)하는 것입니다. GM은 자기의 사업을 승용차 제조로만 국한하면 안 됩니다.‘대중의 교통수단을 개선하는 회사’로 회사의 사명을 재정의하고 버스나 기차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벅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 같은 경쟁자도 질 좋은 커피로 스타벅스와 같이 사무실과 집의 중간쯤 되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할 줄 몰랐던 겁니다.예상하지 못한 경쟁자의 출현이라는 일종의 격동을 만났는데 초기의 창업 정신이 희석돼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겁니다. 고객의 영혼을 사로잡을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것이 필요합니다.” 마케팅의 아버지란 노교수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언급 또한 사람, 인재(人材)였다. 약력: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95년 국회의원 보좌관. 2002년 위드스탭스 홀딩스 대표. 2009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