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뜨는 도시락 비즈니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불황 방어형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김밥, 컵라면 등 한 끼를 값싸게 해결할 수 있는 식품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점심을 식당에서 먹기보다 직접 싸가지고 다니거나 저렴한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저가 도시락 업체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1993년 12개 가맹점으로 출범한 한솥도시락에 따르면 가맹점이 지난해 말 4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현재 420개로 늘었다. 전국 2만400여 개 음식점이 휴·폐업했던 지난해 12월에도 한솥도시락의 가맹점은 30개 정도 더 생겼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이 업체의 전국 가맹점 매출은 약 48억3400만 원으로, 2007년 12월(34억3500만 원)보다 41% 늘었다. 올 들어서도 20~30%대 신장률을 보여 월 55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 수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지만 가맹점당 매출이 크게 뛴 것도 한몫했다.실제로 한솥도시락 서초점은 2007년 12월 하루 평균 매출액이 70만 원대였지만 2008년 12월에는 80만 원 후반대로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하루 평균 매출액이 130만 원을 넘어섰다. 신메뉴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2개월마다 새로운 종류를 선보이며 7월 화와이언 로코모코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한솥도시락 메뉴도 60종으로 늘렸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치킨마요’와 ‘돈까스도련님’이다.한솥도시락 관계자는 “불황으로 학생, 직장인뿐만 아니라 노인과 주부들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도시락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메뉴 개발로 도시락 수요를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지난해 7월 문을 연 다채원토마토는 현재 1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내에 3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하루 매출액 60만 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다채원토마토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다채원토마토 신림점은 하루 매출 최고 120만 원, 월평균 2400만 원을 올리고 있다.한창 나들이 철이었던 3월부터 두 달간은 단체 예약 주문이 폭주해 대부분 매장이 1주일에 두세 번 쯤은 새벽잠을 포기해야 했다는 것이 다채원토마토 관계자의 말이다.다채원토마토는 앞으로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컨설팅 업체와 제휴해 이민자들이 해외에서 바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2000년 오픈한 탄도리도시락 역시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8년 연간 매출액이 2007년보다 1억 원 증가했다. 올해는 그보다 1억 원 늘어난 6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탄도리도시락 관계자는 “하루 주문량이 평균 800~900개”라며 “탄도리도시락 업체도 중국 상하이 등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저가 도시락 업체들의 도시락 가격은 보통 2000~3000원꼴로 자장면 한 그릇 값보다 훨씬 저렴하다. 불황에도 뜨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저가라고 무조건 매출 실적이 좋을 수는 없다. 위생뿐만 아니라 품질도 우수해야 한다. 실제로 가장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한솥도시락은 위생과 품질을 강조했다.한솥도시락은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운영되는 식자재를 생산, 배송하고 있다. 또한 각 가맹점은 방역소독업체와 계약하는 등 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소스류는 위생적으로 개별 포장해 고객에게 공급되고 있다.다채원토마토도 위생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채원토마토 관계자는 “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콘셉트”라고 말했다.또 다른 성공 비결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잘 파악했다는 것에 있다. 최근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자녀의 저녁을 챙기거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도시락 업체들은 서구식 패스트푸드보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줬다.실제로 한솥도시락 송파점은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오지 않는 학생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솥도시락 송파점 관계자는 “매출의 80% 이상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올려주고 있다”며 “학생들의 입맛에 맞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지 않아 단골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 고정 매출 규모가 상당하다”고 말했다.밥(쌀)을 패스트푸드화한 것도 실적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1~2분이면 도시락이 바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테이크아웃(take out)도 가능해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식재료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은 불황기의 강력한 아이템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저가 도시락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렴하면서 위생과 품질까지 뛰어난 도시락 업체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며 “맞벌이 가정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도시락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채원토마토 관계자는 “김밥 아이템이 주류를 이뤘던 매장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점점 잃고 있다”며 “앞으로는 차별화되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는 도시락 전문점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돋보기│창업 시 주의할 점은?도시락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창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소자본으로 극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33㎡(10평) 기준으로 볼 때 한솥도시락 창업비는 가맹비 500만 원, 보증금 200만 원, 교육비 200만 원, 기본 공사비 900만 원 등 총 3000만 원가량이다. 다채원토마토도 3000여 만 원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부가세 및 매장 임차비용은 별도다.다채원토마토 관계자는 “전문 인력을 운영하지 않으므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며 “아울러 식자재 가공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방에 대한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부담으로 개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하지만 무턱대고 도시락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도시락 업체 본부의 역사 및 신뢰도, 담당 직원의 열정, 본사가 제공하는 각종 자료 및 데이터의 신빙성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 회사가 주장하는 것과 실제 데이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부정확한 정보는 개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파산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한솥도시락 관계자의 설명이다.한솥도시락 관계자는 “회사를 선택할 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며 “대박 난 프랜차이즈라고 누구나 다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충고했다.둘째는 창업자들의 마음가짐이다. 도시락 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고객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위생을 철저히 지키며 고객들을 친절히 대해야 한다.한솥도시락 관계자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창업을 한다는 생각보다 손님을 위해 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창업자의 자세가 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다채원토마토 관계자는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소비자들의 관심은 건강에 쏠려 있다”며 “위생은 최고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줌으로써 신뢰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