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부동산 경기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자본주의사회에서 모든 산업은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산업도 당연하게 일정한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기변동 순환주기는 콘드라티에프 파동(Kondratiev cycles)과 같이 50~60년에 걸친 장기 순환주기부터 키친 파동(Kitchen cycles)처럼 수십 개월의 단기 순환주기까지 여러 주기가 있는데, 이들 순환주기가 중첩돼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의 순환주기는 이러한 일반 경기 순환과 연관성을 보이면서도 독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우선 부동산 경기의 가장 큰 특징은 순환 기간이 일반 경기에 비해 긴 편이라는 점이다. 최근 일반 경기 주기가 2~3년으로 짧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순환주기는 여전히 4~5년 주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가격 변동 면에서 단기간의 가격 상승과 장기간의 가격 하락이라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으로 일반인들은 부동산의 자본 차익이 크다는 착시 현상을 갖게 된다. 즉, 소비자들은 단기간 가격 폭등 현상에만 몰입돼 몇 년간 지속되는 중·장기적인 가격 하락에는 둔감하다. 실제 1990년과 1991년 초에 걸친 서울 아파트 가격의 높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후 4~5년간 지속된 가격 하락이 간과된 것이나 2006년의 수도권의 가격 상승에 대비한 2~3년간의 가격 하락에 둔감한 것도 그러한 착시 현상의 하나다.한 국가의 부동산 가치는 장기적으로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뛰어넘기가 힘들다. 국민경제의 생산력을 뛰어넘는 집값의 앙등은 1990년대 일본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버블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일본에서 왜곡된 부동산 가격 변동은 1980년대 후반 7년간의 가격 상승 이후 1991년부터 15년간 가격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따라서 10년 내지 20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의 평균적 상승률은 그 나라의 국민경제 성장률과 연관해 크게 높지 않다.또 다른 특성은 부동산의 경기변동은 일반 실물경기의 경기변동과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실물경제의 파생수요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성장에 따른 이익의 증가는 생산수단으로서 부동산 수요 증가로 나타나게 되고 가계의 소득 증가는 주거 수요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일반 실물경기의 후행지표로 이해돼 왔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양자가 동행하는 관계로 변화됐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과거보다 금융 대출이 쉬워지고 저금리에 의해 부담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만 독특한 선분양이나 분양권 전매와 같은 거래를 통해 완공 전 단계에서도 집값이 움직인다는 점, 전세와 같은 무이자 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따라서 현재의 부동산 경기에 대해 두 가지 쟁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연 부동산 가격만 홀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상승 국면이 오더라도 그 상승 폭은 이전보다 높아지기 어렵다.두 번째는 일반 경기 회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고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선행해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 경우도 일시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지만 결국 실물경기의 뒷받침 없이 부동산 경기만 지속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국면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불안정한 초기 회복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경기는 등락을 되풀이하면서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약력: 1962년생. 85년 서울대 경제학과. 97년 서울대 경제학 박사. 94년 기아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97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 연구위원. 부동산114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