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

“쉽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경제와 관련한 여러 개혁을 잘 추진해 왔다고 봅니다. 이제는 좀 더 서민적이고 소외 받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만난 김성조(51)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원회 의장은 거대 여당의 새로운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그는 그것이 “4·29 재·보선에서 나타나 표심”이며 “지금 한나라당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 의장은 “정부도 국민들에게 ‘밀어붙이기’라는 불만을 들을 수 있는 것들은 어느 정도 끝냈다”며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좀 더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정권을 떠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치산치수(治山治水) 사업”이라며 선을 그었다.지난 5월 말 치러진 경선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김 의장은 경북 구미 출신 3선 의원으로 당내 전략통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구미에서 10여 년 동안 화학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해 실물경제에도 밝은 편이다. 임태희 전 의장에 이어 18대 국회 두 번째 정책위 의장이 됐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나라당 정책 방향의 큰 골간은 만들었다고 봐요. 특히 여러 가지 경제와 관련된 개혁 정책들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해요. 전임 의장께서 하신 것에 이어서 이제는 좀 더 서민적이고 소외 받는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해요.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지요. 상품과 서비스, 자본이 국경을 넘어 거래하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그게 노동시장까지 다 개방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상품과 서비스만 개방돼 결국은 월드 베스트 하나만 살아남는 정글 자본주의가 지배하게 되면 실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평소 서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지녀왔지만, 그런 차원을 떠나 지금 한나라당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요. 그것이 4·29 재·보선에서 나타난 표심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처음 출범했을 때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않았어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이어진 실물경제의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경제 위기를 헤쳐 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잘 대응해 왔어요. 특히 한·중·일 통화 스와프를 이루어 낸 것이나 G20 회의에서 의장국으로 선임되고 나름대로 역할을 잘해 온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일각에서 ‘밀어붙이기’ 정책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어느 정권이나 초반에는 자신들이 내건 공약과 정권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고 또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요. 지난 1년 이명박 정부는 ‘밀어붙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상당 부분 하려고 했던 것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공기업 선진화 같은 과제는 계속 추진되겠지만 전체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한 것은 전반에 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얼마 전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 좀 더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펼 것으로 생각해요. 이 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쓴다고 비판하는데, 꼭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에요. 매년 정부 예산에 지금도 재해대책비와 강 정비 관련 사업비가 최소 수천억 원씩 들어가고 있어요. 태풍이라도 한 번 쓸고 지나가면 또 많게는 5조 원 정도까지 추경을 편성해 지원해 주곤 해요. 이렇게 평상시 4대강 관리비용으로 들어가는 예산, 자연재해를 복구하기 위해 들어가는 예산 등을 고려하면 현재 내놓은 16조9000억 원이라는 돈은, 그것도 한 해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수년에 걸쳐 들어가는 것이라면 결코 많다고만 할 수 없지요. 예부터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치산치수’라고 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4대강 사업은 수량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전형적인 치산치수 사업이에요. 지금처럼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아니라 상당 기간 국가를 통치하는 체제였다면 누구라도 손을 댔을 일들이에요. 안타깝게도 5년 단임제하에서 역대 정부들은 이런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인기 없는 사업보다는 임시 처방이나 당장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업에 치중했지요. 치산치수 예산은 법을 넘어서, 또 정권을 넘어서 계속 투자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4대강 사업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에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강에 제방을 쌓고 대규모 저수지를 만들었던 걸 빼면, 그 이후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나 싶어요. 매년 강바닥은 높아지고, 그러면 제방을 더 높이 쌓는 악순환이 계속되는데, 그런 문제를 한 번은 근본적으로 접근해 풀어야 해요. 개성공단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사업이에요. 개성공단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북한이 임금을 4배 인상하고 토지 사용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데, 그걸 실제로 관철하기 위해 그런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북한도 그렇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지 말고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협조 방안을 이야기하는 게 맞아요. 최근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빚어진 문제가 철수의 직접적이거나 유일한 이유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부도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개성공단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할 겁니다. 북한도 무리한 요구와 입주 회사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해야 해요.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선지방 대책’ 없이 추진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정부가 그 후 규제 완화에 따른 지방 대책을 새로 만들어 발표한 바 있어요. 그때 지방 출신 국회의원들과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의견도 들었지요. 물론 지방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봐요. 임시국회가 열리면 중산층 서민 대책과 함께 지방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에요. 10여 년 동안 작은 기업을 운영해 봤기 때문에 기업 경영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은 이제 끝났다고 말할 만큼 희망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요. 유가, 환율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일부 악화되는 모습도 나타나지만 큰 그림에서는 좋아질 것으로 봐요. 5월 말 의장에 선출된 후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했어요. 경제문제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늘 챙기고 있지요. 한국이 가장 모범적으로 경제 위기를 헤쳐 나왔다는 OECD의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에요.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당의 생각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그런 지적이 나왔다고 봅니다. 우선 정권 초반에는 강력한 의지로 정책을 추진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당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어요. 둘째로 당내에서 의원들이 정책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제한돼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에 새 원내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소통을 강조했지요. 당론이 특정 개인이나, 몇몇 지도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원의 총의를 모아 결정된다면 당의 목소리에 당연히 힘이 실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비정규직 문제지요. 현행법상 7월 1일이 되면 그때부터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뻔해요. 일종의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는 건데, 국회는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있어요.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민주당은 지금 당장 국회로 들어와야 합니다. 사업자들이 7월 1일 이후에도 법 개정을 기다리며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버틸 수 없어요. 당연히 법 위반이기 때문이죠. 법 집행은 냉정한 것 아닙니까. 1958년 경북 구미 출생. 1984년 영남대 화학공학과 졸업. 1998년 경북대 행정학 석사. 1995년 구미 청년회의소 회장. 1998년 동양전자화학 대표. 2000년 16대 국회의원. 2004년 17대 국회의원. 2004년 국회 지방자치포럼 회장. 2008년 18대 국회의원. 2008년 여의도연구소장. 2009년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현).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