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지표별 분석 - 시가총액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평가되는 가격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의 경우 공시지가가 1년에 한 번 정해진 기준에 의해 산정되지만 시가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심리와 시장 상황이 더 크게 작용하며,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기업의 경우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에 의한 자산대비수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잔액(EVA) 등의 지표가 공시지가라면 시가총액은 시장가격인 셈이다.2009년 한국의 100대 기업 선정을 위해 2008년 마지막 거래일의 주식 가격(종가)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00대 기업(1~100위) 내에서 시가총액 3위 기업인 한국전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한국전력은 지난해 선정 때 종합 순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이지만 2008년 2조9524억 원의 대규모 순손실로 창사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선정 작업에서는 전체 1542개사 중 당기순이익 순위로 1541위(종합 순위 403위)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은 2007년 말 25조4381억 원에서 2008년 말 18조990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참고로 순이익 꼴찌(1542위)는 4조7196억 원의 순손실을 낸 하이닉스반도체(종합 순위 431위)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종합 순위 24위, 올해 시가총액 순위는 38위다. 대규모 적자로 하이닉스반도체의 시가총액은 2007년 말 11조9169억 원에서 3조793억 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한국전력이 순손실을 낸 원인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력의 경우 생산 원가의 약 75%가 연료비다. 지난해 국제 유가(WTI)가 배럴당 160달러에 육박한 데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환율이 치솟은 것이 한국전력의 적자 원인이다.한국전력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르면 한전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무려 1000억 원에 달하고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8000억 원, 석탄가가 톤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5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억제되면서 올해 1분기에도 한국전력은 8822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상위권 기업들도 전년 대비 시가총액이 늘어난 곳은 거의 없었다. 종합 순위 1위인 삼성전자는 81조 원에서 66조 원으로 떨어졌고 2위인 포스코도 50조 원에서 33조 원으로, 4위인 현대중공업도 33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하락했다.그렇다면 100대 기업과 전체 선정 대상 기업(1542개)의 시가총액은 얼마나 줄었을까.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2007년 말 762조 원에서 2008년 말 432조 원으로 43%가 줄어들었다. 전체 기업으로 보면 981조 원에서 585조 원으로 40% 줄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최전선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1등 공신인 국내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1년 사이 40% 이상 줄어든 것이다.그러나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다. 기초 체력은 튼튼한데 시장이 흔들려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처럼 올해 100대 기업의 특징은 시가총액 순위와 전체 순위와의 괴리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앞에서 보듯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2008년 말)은 전체 선정 대상 기업의 73.85%를 차지한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20 대 80의 법칙(상위 20%가 전체 80%의 부를 차지)’을 얘기한 바 있지만 한국의 100대 기업 지표에서는 6.5%가 74%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5%인 100개의 기업만을 선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00대 기업’이 국내 산업 동향을 대표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는 이유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