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스타일 연출법

사람은 변한다. 따라서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도 변하게 마련이다. 여러 트렌드와 환경을 거쳐 필자 또한 그동안의 선호하는 스타일이 조금은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20년 전부터 즐기던 랄프로렌 버튼 다운 셔츠는 변함없이 즐기고 있지만 아방가르드한 ‘요지 야마모토’라면 이젠 노생큐다. 현재의 ‘황의건’이 있고 ‘황의건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확고히 해 ‘행복한 마이너’가 되기까지는 여러 기호 가운데 그 중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내 ‘메이저’ 아이템이 내 인생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유행을 따르기보다 기본을 지키자는 ‘융통성 있는 클래식(Flexible Classic)’이 바로 내 철학이고 언제나 그것을 멋들어지게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감각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트렌디한 아이템과 클래식한 아이템을 적절히 매치해 주는 센스는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작지만 임팩트 있는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다. 마치 러시아의 목각 인형 ‘마트로슈카(Matryoshka)’를 하나씩 열면서 찌릿찌릿함을 느끼는 것처럼 그동안 알고 있던 클래식한 아이템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때는 ‘와~’라는 탄성이 나온다.여름철 남성들의 댄디한 스타일링을 책임지는 ‘피케 셔츠(Pique shirt)’가 바로 클래식한 아이템 중 ‘메이저’인 예가 될 것이다. 예로부터 미국의 귀족들이 즐겨 하던 스포츠 폴로(Polo)의 경기 선수들이 입던 유니폼에서 비롯된 ‘폴로셔츠(Polo shirt)’라고 불리기 시작한 피케 셔츠는 시원한 촉감과 편안한 피트감,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그 어느 팬츠와 매칭해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기본 화이트와 네이비의 컬러 배리에이션에서는 마린룩(Marine Look) 또는 프레피 룩(Preppy Look)의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으며 고급스럽게 짜인 면 조직은 부드러우면서도 구김을 방지한다. 앞은 짧고 뒤는 길게 내어 안으로 집어넣어 입을 수도 있고 밖으로 내어 입을 수도 있으며, 내어 입을 때는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 넣어 입으면 단정한 느낌을 준다.이번 시즌, 유니클로나 지오다노에 가면 어떤 컬러를 입어야 할지가 고민일 정도로 싸고 좋은 피케 티셔츠가 즐비하다. 배가 많이 나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좀 더 타이트하게 입을 것을 권한다. 나이가 30대 후반이라면 원색보다 블랙이나 어두운 색상이 날씬해 보인다. 20대나 30대 초반이라면 과감한 색상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듯.좀 더 눈을 높여 브랜드를 올려다본다면 당연히 ‘랄프로렌(Ralph Lauren)’일 것이다. 특히 강한 비비드 컬러에 시원하고 큼직하게 잘 박힌 ‘빅포니’ 자수 로고는 주말의 활력을 불어 일으키기에 충분한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랄프로렌의 피케 티셔츠가 언제나 멋져 보이는 이유는 요즘처럼 다양한 스타일이 동시에 유행하고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변함없이 여름 패션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랄프로렌’ 외에도 ‘라코스테’는 가격대가 9만5000원대로 비교적 랄프로렌에 비해 저렴하며 프랑스적인 시크함과 색상이 더욱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 정통 피케 브랜드인 라코스테(Lacoste)는 테니스 선수의 유니폼으로 탄생한 이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반소매 피케 셔츠 한 장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룩을 연출하게 해 준다. 요즘에는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골프복이나 클럽 웨어로까지 사랑 받고 있다. 올 시즌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에서 다양한 가격과 스타일로 좀 더 폭넓은 피케 셔츠 선택의 자유를 누려보자.두 번째 여름철 남성들의 ‘메이저’ 아이템은 ‘데오드란트(Deodorant)’다. 20대의 마지막을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던 필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는 파리 지하철 특유의 냄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철 안의 코를 찌르는 불쾌한 땀 냄새는 고문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렇듯 ‘데오드란트’는 향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남성들에게,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의 필수 아이템이다. 겨드랑이 땀샘 중 하나인 아포크린(apocrine)샘에서 분비되는 땀이 암모니아, 지방산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를 억제해 준다. 스프레이나 바(bar) 타입으로 샤워 후 또는 외출 전 물기를 제거한 겨드랑이에 바르는 것으로 간편하다.더운 여름철, 당신의 완벽한 룩에서 단 하나의 실수로 2% 부족한 남성이 되지 않기 위해 챙겨야 할 메이저 아이템인 것이 확실하다. 최근에는 단순히 땀 냄새를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벼운 향으로 향수 대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인기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Aqua di parma)’의 스프레이 타입 데오드란트 ‘키프레쏘 디 토스카나(Cipresso di Toscana)’는 토스카나 지방 백단향의 활력 넘치는 향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유지해 준다(가격 4만8000원). 그 외에 ‘만도를로 디 시칠리아(Mandorlo di sicilia)’의 시칠리아 지방의 아몬드 향 등 다양한 제품이 있어 고민할 만하다. 켈빈클라인의 ‘Ck one 데오드란트 스틱’은 자극적이지 않을 뿐더러 가격 대비(2만 원대) 많은 용량으로(75ml) 센스 있는 남성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조금 더 부담 없는 가격의 제품으로는 니베아의 남성용 데오드란트로 스프레이, 롤온(role-on), 바(bar) 타입의 ‘쿨킥(coolkick)’과 ‘드라이 임팩트(dry impact)’가 있다(가격 3000원 대). 쿨케어 포뮬러 처방과 미네랄 성분으로 땀 발생을 억제해 주는 이 제품은 은은하고 시크한 향으로 일상 또는 운동 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끝으로 여름철 마시기 좋은 메이저 아이템을 알아보자. 미혼 남성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와인 품종인 ‘무스카토(Moscato)’다. 거의 반복되는 폭탄주 회식에 지쳐 있는 당신이라면, 그리고 술이 약한 그녀에게 달콤하면서도 기분 좋아지는 술을 권하고 싶다면 단연코 무스카토 품종의 와인이다. 그러나 필자가 오늘 추천하려는 것은 수많은 무스카토 와인 중 바로 ‘빌라엠(villa M)’ 스파클링 와인이다.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으며 친절하고 만만한 가격에 팔린다는 이유로 ‘빌라엠’을 얕봤다면 당신은 지금 큰 실수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빌라 엠’은 이탈리아 최고의 럭셔리 와인 바롤로(Barolo)로 유명한 피에몬테(Piemonte)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6대째 와인 사업을 이어온 지아니 갈리아르도(Gianni Gagliardo)가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기 때문이다.철저히 럭셔리하고 클래식한 와인의 가문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이 합쳐져 빛을 보게 된 빌라 엠은 국민 디저트 와인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평일 저녁식사의 가벼운 와인으로,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여름휴가에 애인과 가족과 함께하는 부담스럽지 않은 여름의 메이저 와인으로 최고다. 또한 오렌지 주스와 함께 섞어 마시는 빌라 엠 미모사(villa M mimosa)는 브런치와도 잘 어울린다. 다음 달부터 방배 서래마을, 가로수길, 삼청동 등지의 레스토랑에서 빌라엠 브런치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니 빌라엠 칵테일과 함께 여유로운 주말 아침을 즐겨보면 어떨까.무더운 여름철 더위는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여름이면 많은 남성들이 몸을 위한 보양식을 먹듯이 스타일 보양을 위한 아이템도 필요하지 않을까. 위에서 말한 3가지 아이템, ‘피케 셔츠’, ‘데오드란트’, 그리고 ‘빌라엠’을 이번 여름에는 꼭 기억에서 지우지 말자.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