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정비사업서 대박 낚기

지난 1월 24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는 사건 발생 후 정쟁의 도구로 비화됐지만 그 본질은 고수익 재개발 투자 사업이라는데 있다. 용산 참사가 발생한 용산 국제빌딩 주변 4구역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지정된 곳으로 서울 재개발 유망 지역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이었다. 한강로 3가 63~70 일대 5만 3442㎡를 재개발해 당초 지상 40층 규모 주상복합 6개동(493가구, 평형은 164∼312㎡)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상가 세입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용산 참사에도 불구하고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투자 메리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도시환경정비사업이 유망한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도심 재개발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대부분이 도심권에 있어 개발 효과가 그만큼 크다. 주택 재개발 사업이 도로 등 정비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라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부도심에 위치한 상업, 공업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주거 환경과 상권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상업지구이기 때문에 용적률도 500%를 훌쩍 뛰어넘는다.도시환경정비사업이 적용되는 곳은 초고층 주상복합과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서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주거단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지적된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사업 시행자가 해당 지역 토지를 한꺼번에 매입해 개발하는 것과 개인들이 모여 조합을 구성하는 두 가지 사업으로 진행된다. 가령 남산과 연계돼 녹지축이 조성되는 종로 세운상가 주변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시행사가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대표적인 곳이 용산역 부근이다. 주변이 국제업무단지로 개발되고 미군부대 이전과 한강 르네상스 계획 등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 등이 예고돼 있어 서울에서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힌다.용산 참사 현장인 용산 국제빌딩 주변 4구역(한강로 3가 63-70 일대)은 삼성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바로 옆 한강로2가 189 일대 1만2138㎡를 재개발하는 국제빌딩 3구역은 현재 관리처분 승인을 받아 이르면 오는 10월 개발에 들어간다. 시공사는 동부건설로 결정됐다. 128가구 중 48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제빌딩 3구역을 올 하반기 최대 분양 물량으로 꼽고 있어 상당한 인기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청약 가점이 50~65점 이상은 돼야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구역은 현재 구역만 지정된 상태다.용산역 전면부도 주목받고 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2, 3구역이다. 두 구역 모두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받아 동·호 수 추첨까지 마무리됐다. 다만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2구역은 상가 세입자 이전과 관련해 지난 5월 위헌 제청이 신청되면서 사업이 올스톱됐다. 이에 따라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된다.용산역 앞 집창촌이 포함된 2구역은 당초 지상 35층짜리 업무용 빌딩과 37층짜리 주거용 건물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조합 측은 이곳에 135~300㎡(41~91평형) 아파트 147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일반 분양분은 70여 가구로 예상하고 있다.용산역 전면 3구역에는 주상복합 2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은 이곳에 194가구짜리 주거 시설을 짓는다. 조합원 동·호수 배정은 완료됐다. 현재 조합원분 매매가는 3.3㎡당 1800만~3000만 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30% 싸다는 것이 조합 측 설명이다. 분양 승인을 올해 말 받고 내년 봄께 일반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들 물량은 이미 관리처분 계획까지 받아 일반 투자자들이 구입할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조합원분을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수천만 원의 웃돈을 줘야 한다.도시환경정비사업의 최대 단점은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5년 이상 장기간 돈이 묶일 수밖에 없다. 사업 단계가 초기인 지역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사업 추진에 따른 변수도 고려 대상이다.대신 수익성은 높다. 예컨대 용산 전면부 2구역은 지난 2001년만 하더라도 3.3.㎡당 매매가가 500만~7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억8000만~2억 원 선까지 치솟았다. 구역 지정 후 3~4년부터는 사업에 가속도가 붙어 투자 수익이 배로 뛰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익은 커지는 구조다. 용산지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지난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매가가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사업 진행에 가속도가 붙고 이에 따라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지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투자 금액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대부분이 도심지 내에 있어 3.3㎡당 매매가가 8000만~1억 원을 호가한다. 더군다나 매물로 나오는 지분이 60~90㎡대로 비교적 크다. 지분 매입비로 5억~10억 원 이상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은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그러나 투자 금액이 커 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점은 그만큼 물건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최근 관련 업계가 공동 투자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어 투자 메리트가 한층 커지고 있다. 투자 금액이 줄어서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중개업 프랜차이즈 부동산J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삼정시엔엠 정현조 팀장은 “공동 투자의 가장 큰 단점은 투자자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면서도 “사전에 투자자 간 매도 시기를 비롯해 모든 부분을 해당 업체에 일임해 투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삼정시엔엠이 구리시 수택1동 재정비촉진지구 내 도시환경정비사업지 공동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자. 토지 면적은 87.2㎡(26.2평), 건물 면적은 34.8㎡(10.5평)인 이 물건의 2년 전 매입가는 4억 원이다. 보증금 1850만 원에 월 10만 원씩 임대를 준 뒤 현 시세인 7억8000만 원에 처분한다고 가정하자. 이 물건에 2명이 공동으로 2억 원씩을 내 투자하면 투자 수익률은 55.7%다. 만약 투자자 10명이 4000만 원씩 공동으로 내면 수익률은 67.8%로 뛴다.현재 서울 시내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용산을 비롯해 세운상가, 수색·증산 재정비촉진지구, 청량리, 합정, 홍제, 가리봉 균형발전촉진지구, 영등포 뉴타운, 돈의문 뉴타운 등 10곳이다. 미래파워 장무창 대표는 “용산과 세운상가를 제외하고는 사업이 비교적 초기여서 장기 투자가 가능한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며 “주상복합 상가 면적이 전체 10%로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설명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