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우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서울 역삼동 여삼빌딩에 있는 우리특허법률사무소에 들어서면 각종 도자기들이 눈에 띈다. 주로 중국 도자기들이고 일부는 보물급이다. 이들 도자기는 이범호(55) 우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가 수집한 것들이다. 그는 특허와 예술 작품이 일맥상통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이 대표는 한양대와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의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프랭클린 피어스법대를 졸업했다.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약 20년간 특허청에서 근무하며 전기전자심사국장을 거쳐 특허 및 상표 분야의 꽃인 특허심판원장을 지냈다. 연세대와 충남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로 10년가량 미국특허법 신지식재산권 등을 가르쳤다. 이 대표가 출간한 ‘국제산업재산권분쟁’은 1990년대 황무지와 같았던 국제간 특허 분쟁을 대응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허 분야에선 드물게 이론과 실무 정책 분야 경력을 두루 갖춘 셈이다. 그가 지난 5월 중순 우리특허법률사무소 공동 대표변리사로 부임했다. 산업재산권 실무 분야에서 27년간 경험을 쌓은 조철현 변리사와 함께 공동 대표변리사에 취임한 것이다. 이 대표를 만나봤다.미국 유학 중 취미로 한두 점씩 수집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전문가 반열에 올라섰다는 얘길 듣습니다. 극소수의 고려시대 도자기들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의 도자기들입니다. 송, 원, 명, 청나라 시대의 작품들이고 몇몇 작품은 보물급에 해당합니다. 도자기를 사기 위해 집까지 팔았습니다.저는 예술적인 도자기와 산업재산권(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 도자기는 당대 최고 기술의 결집체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당연히 특허감이죠. 특허 역시 첨단 기술의 집합체이니까요. 둘째, 도자기의 멋진 디자인은 디자인 등록과 일맥상통합니다. 셋째, 도자기 바닥에는 제작된 시기를 말해주는 마크가 찍혀 있습니다. 이 마크는 상표 등록과 공통점이 있습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자기를 만드는 정신입니다. 도자기를 바라보면 수백 년 전 그것을 만든 장인의 깊은 상념과 고뇌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업과 발명가들의 정신적 고뇌의 창조물인 산업재산권도 도자기의 장인 정신과 닮았다고 봅니다. 변리사들은 이런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합니까.우리는 산업재산권의 등록 유지 관리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에 나설 생각입니다.그렇습니다. 산업재산권 출원이나 분쟁 해결 등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선 산업재산권의 등록이나 소송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제품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론 잘 팔아야 합니다. 따라서 특허 등록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및 생산 마케팅을 종합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전기전자심사국은 그 당시 특허청 소속 특허심사관의 절반 정도인 400명의 심사관이 소속된 최대 부서일 뿐만 아니라 심사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국이기도 합니다. 전기전자심사국장 재임 시절 특허 처리 기간 단축에 최선을 다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심사 처리 기간(9.8개월)을 달성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특허심판원은 11명의 심판장(국장급)과 100여 명의 심판관 및 송무팀, 행정팀으로 구성된 산업재산권 분야 분쟁 시 제1심 법원 역할을 담당하는 준사법적인 전문 조직이지요. 심판장으로 5년 정도 근무하면서 1000여 건을 심판했습니다. 특허 출원에서 분쟁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특허 등록은 됐지만 특허 청구 범위가 잘못 기재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자사의 제품이 타인의 권리 범위에 속해 결국 침해 소송에서 패하자 생산 설비를 폐기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사례도 목격했습니다. 이런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포진했습니다. 공동 대표변리사인 조철현 변리사는 상표 디자인 분야의 산업재산권 출원과 등록을 30년간 해 온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특허 관련 소송에서도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송인규 변리사는 특허청 상표 디자인과장 및 등록과장과 심판장을 역임했으며 김영식 변리사는 한화에너지 정유공장과 발전소에서 8년간 현장 경험을 갖고 있어 발명가의 고안 내용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남숭호 변리사는 승강기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후 김&장법률사무소에서 5년간 특허 실무 경험을 갖췄고 고병록 변리사는 LG정보통신에서 이동통신 분야에 종사한 베테랑 변리사입니다. 6명의 변리사가 화학 환경 기계 전자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가인 셈이죠. 또 대기업에서 소송과 지식재산권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법률 전문가와 자금 조달 및 마케팅 전문가도 고문으로 모셨습니다. 그런데도 비용은 대형 로펌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하고 있습니다.예로부터 선진국의 지식재산권 공세는 권리 기간의 연장과 보호 대상 확대가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이번 한·미 FTA에서도 저작권 권리 기간, 심사 지연에 따른 특허권 존속 기간, 의약품 시판 허가 지연에 따른 특허 기간 등 권리 기간 연장이 포함돼 있고 특허 대상 확대로 볼 수 있는 의약품 원개발자의 자료 독점 허용, 상표 등록 범위에 소리나 향기까지 포함하는 것이 들어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신경을 써서 대처해야 합니다.물론 기술 개발과 이에 대한 권리 선점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요즘 화두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맞게 특허권 라이선싱을 통해 기술을 도입하고 여기에 자사의 강점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열 교환 시스템이나 냉난방 설비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가 태양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태양광 기술까지 직접 개발할 필요는 없습니다. 태양광 기술 업체와 협력을 통해 태양광 시스템을 공급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중국인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부족합니다. 게다가 중국 법정의 분쟁 판결 기한이 길고 자국민을 과도하게 편들기 때문에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특허는 반드시 등록해 놓아야 역으로 침해 제소를 해 올 경우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제3국으로 수출할 경우 이 수출 대상국에 특허를 등록해 이곳에서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게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미국의 선진 기업들은 ‘지식재산권 종합감사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내·외 전문 변리사에게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산업재산권과 출원 준비 중인 기술 내용, 라이선싱을 통한 기술 도입 등에 대해 종합 컨설팅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주력 상품이 있다고 합시다. 경쟁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권 등록과 유지는 언제까지 하며, 후속 특허 출원은 권리 존속 기간이 끝나는 특허에 대비해 언제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을 체계적인 감사를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지요. 우리 기업도 이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하며 변리사들도 이에 대해 서비스해 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1954년 청주생. 77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및 기술고등고시 합격. 80년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졸업. 95년 미국 프랭클린 피어스법대 졸업(법학석사). 미국 BSKB법률사무소 1년 현장 연수. 철도청 및 감사원 근무. 특허청 근무(전기전자심사국장, 심판장, 특허심판원장). 연세대 및 충남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역임.저서:‘국제산업재산권분쟁’ 등.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