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의 탁월한 선택

화물연대가 드디어 긴 죽창을 가지고 죽기 살기로 길거리 투쟁 전선에 돌입했고 건설노조와도 연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전 세계에 그 유례가 드물 정도로 사시사철 거센 항쟁의 연속이다.과거 기업의 차별적 자산은 토지 노동 자본이었다. 그러나 기업이 커지고 세계화 틀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회사가 지식 창출의 원천인 직원에게 의존하는 바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직원들의 처지도 변해가고 있다. 기업의 수명 주기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노사 관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하더라도 회사가 살아남지 못하면 결국은 직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 이제는 노사 상생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영진약품의 노사 화합 선언이 그 좋은 예가 될 듯하다.영진약품은 지난해 말 글로벌 경제 위기와 제약 산업의 환경 변화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공장 신축 등 투자 재원이 증가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 측은 비정규직 2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영진은 임금의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역시 조합간부회의에서 2009년도 임·단협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노 측은 휴직제·무급 순환 휴가 실시, 근로시간 단축, 경영 정상화 및 이익 실현 시까지 임·단협 교섭 유보 등의 양보를 약속하고 사 측은 근로자 고용 안정 및 장기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영진약품의 노사 화합 선언은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협력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또한 ‘노사 민정 합의’ 이후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나온 첫 화합 선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기업 경영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긍정적인 작용을 할까.안정적인 성과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는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직무와 회사에 대한 몰입도를 증가시키고 인재의 이탈을 방지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회사의 발전을 위해 집중함으로써 회사의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기여한다. 회사의 성장을 통해 기업과 직원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확신은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노사가 일치단결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도록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노사 관계를 중시하는 아시아에서는 노사 간 상생 협력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시장에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기여한다. 앞서 얘기한 차별화된 임금 인상 등 상생적 노사 관계를 통해 확보한 비용 경쟁력을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인재 확보에 투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노사 관계는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면서 고용 브랜드를 향상시킨다.이 세 가지를 위해 경영자 측의 마인드 변화가 급선무다. 회사 없이 노동자가 존재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없는 기업 경영도 생각할 수 없기에 참여적인 노사 관계 풍토를 우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새로운 노사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기업 조직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이때 노사팀이 인사자원관리팀이나 전략적인 의사소통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에 대해 신뢰를 중요시하는 열린 경영과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통한 참여 경영을 발전시켜 노동조합과 근로자를 소중한 내부 고객으로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노사협의를 통해 확보한 비용 절감 분으로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확보한 핵심 인재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과 향상은 다시 직원들을 위해 재투자돼 전체적인 고용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선순환의 노사 관계가 정착될 수 있다. 노사 상생은 현대 기업 경영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인재밖에 없는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에서 노·사·정 상생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다.약력: 1959년생. 연세대 대학원 졸업. 83년 쌍용그룹 입사. 2002년 위드스탭스홀딩스 대표이사(현). 2006년 HR아웃소싱협의회 회장(현). 2009년 한국 HR서비스 산업협회장(현).이상철·위드스탭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