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끄는 뉴 비즈니스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라는 말이 있다. ‘농부는 굶어 죽더라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뜻이다. 이는 불황일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소비 심리가 수개월째 바닥을 기고 있다. 기업, 서민 경제 모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불황은 경기 사이클상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제품, 서비스 경쟁력 하락으로 수익이 급격히 약화되는 현상을 모두 통칭한다. 물론 개인도 마찬가지다.불황은 경기 사이클 측면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는 늘 부침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황은 새로운 트렌드나 강자의 탄생을 만드는 힘이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렇다면 불황에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 불황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저가 상품군 확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같은 현상은 공통적이다. 소비가 위축되면 제품 하나를 고르는 것도 그만큼 까다로워지게 마련이다. 품질보다 트렌드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불황기에는 더더욱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일반적인 마케팅 공식도 다시금 따져봐야 한다.결국 불황에는 그에 맞는 틈새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펴내는 불황 전략 보고서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품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진다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다. 소비를 최소로 줄이기 때문에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값싸고 질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주문일 수 있다. 결국 생산자는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되 원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가 절감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최근 일본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의류 업체 유니클로가 대표적인 예다. 가격을 내리면서도 상품 기획에서 생산, 판매까지를 하나로 묶어 디자인과 품질에 심혈을 기울인 유니클로의 전략은 요즘과 같은 시기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에서 만든 히트텍(Heat Tech)은 발열 기능의 신소재이지만 가격이 저렴해 불황에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리스, 할부 등의 파이낸싱 판매 방식도 불황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는 산업군이다.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렌털로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불황기일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다. 일본만 하더라도 불황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음이온 가전, 아미노산과 녹차 음료, 배기 차단 청소기 등 ‘웰빙형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노무라연구소의 2001년 보고서에는 “일반 샐러리맨들은 불황일수록 일벌레(Workaholic)에서 탈피해 가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구매 기준이 복잡해지는 것도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가령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기능성 음료는 오히려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컨버전스(Convergence) 전략은 개인 창업 시 꼭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다.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품에 소비자들의 손이 먼저 간다는 얘기다. 최근 개인 창업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로 예비 창업자들이 몰리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잘 대변해 준다. 제일기획의 ‘불황기 소비자 태도 조사’에 따르면 불황기에는 선두 브랜드로 소비가 집중되고 소비자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브랜드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면서 고가 제품을 하나도빼놓지 않고 구입한다고 다수의 보고서들은 강조한다. 미국의 ‘로케팅(Rocketing: 일상 용품은 싼 것을 쓰면서 특정 용품에만 고급 소비를 집중하는 현상)’ 트렌드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시간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생각은 월급봉투 두께가 얇아지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더욱 소비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구매에 따른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LG경제연구원이 펴낸 ‘불황, 혁신으로 뛰어넘는다’는 제목의 보고서는 이 같은 초스피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그 예로 △350자 이내로 쓴 소설을 휴대전화 액정 화면을 통해 서비스하는 중국의 초단편 소설 △영국의 한 은행이 제공하는 5분 회의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초스피드 비즈니스 데이트 서비스’ △7분간 만난 후 재 데이트 여부를 확인하는 미국 결혼 정보 회사들의 스피드 데이트 사업을 ‘불황기 유망 비즈니스’로 꼽았다.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대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24시간 백화점, 레스토랑, 법률사무소, 병원과 야간 육아(Child Care) 서비스, 야식 배달 서비스 등도 주목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말한다.저비용 고효율 구조인 온라인 비즈니스의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헬스케어 센터로 전송하거나 원격 진료 서비스를 벌이는 일본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와 영국 성공회가 운영하는 ‘e-교회’ 서비스 등이 좋은 예다.지난 3월 통계청은 불황기 유망 직종으로 ‘2009 블루슈머(Blue Ocean Consumer) 10’을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블루슈머란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통계청은 이 보고서에서 △백수 탈출 △똑똑한 지갑족 △나홀로 가구 △녹색 세대 △U-쇼핑시대 △내나라 여행족 △자연애(愛) 밥상족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 △거울 보는 남자 △가려운 아이들을 올해 10대 블루슈머 아이템으로 분석했다.부문별로 살펴보면 백수 탈출은 고학력 미취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진로, 적성 검사 대행업, 이미지 컨설팅, 헤드헌터 등 취업과 관련된 서비스 직종을 의미한다. 고객들의 구매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대여업, 온라인 중고 장터 등으로 대표되는 ‘똑똑한 지갑족’이 등장한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또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1인용 소파, 소형 복합 가전, 미니 아파트 등도 올해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라고 통계청은 소개했다. 에너지 절약형 비즈니스와 인터넷 사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창업 컨설팅, 쇼핑몰 제품 촬영 대행, 스튜디오 대여 등도 올해 주목할 창업 아이템이다.그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객 수 증가에 따른 아웃도어 의류와 저가 국내 여행 상품(내나라 여행족), 친환경 식품(자연애 밥상족), 불임 방지용 의자, 남성 속옷, 요가 교실(아이를 기다리는 부부), 남성용 기능성 화장품, 남성용 액세서리(거울을 보는 남자), 새집증후군 예방 제품, 아토피 치료 캠프(가려운 아이들) 등도 불황의 한계를 딛고 유망 업종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내다봤다.불황기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기대 수익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현실 투자 수익은 투자 금액 대비 2.9~3.3%인데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최소 5%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원자재 값, 가게 임대료 상승으로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템 선정 시에도 회전 기간이 긴 업종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타깃이 분명한 업종보다 두터운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어린이, 여성과 관련된 업종은 경기를 비교적 덜 타는 경향이 있다. 이 밖에 구매 주기가 짧은 생활 지원 업종도 요즘과 같은 시대에 각광받을 전망이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