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 결정 요인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기업이 소비자의 니즈를 모르면 장님과 같다”며 소비자의 니즈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마케팅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400만 명을 넘어선 국내 당뇨환자를 위해 설탕이 없는 음료수를 개발한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최근에는 니즈라는 말 대신 인사이트(Insight)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니즈가 쉽게 나타나는 소비자의 욕구를 표현하는 말이라면 인사이트는 잠재돼 있어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은연중에 구매 행동을 결정하는 잠재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환자를 진단할 때, 문진을 통해 하느냐 핵자기공명장치(MRI)로 진단하느냐와 같은 이치일 것이다.하지만 그 용어가 무엇이든,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왜 어떤 소비자는 A라는 상품을 구매하고 어떤 소비자는 B라는 상품을 구매하는지 그 이유다. 그 이유만 알 수 있다면 남보다 먼저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층적인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돈이 많은 똑같은 부자라고 할지라도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구두쇠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용돈을 아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명품 가방 대신 모조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사람은 성, 나이, 신체 특성이 다르고 취향, 거주 지역, 소득수준이 다르며 살아 온 과정 또한 모두 다르다. 이 모든 것이 뒤섞여 그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소비자가 왜 그 상품을 구매했는지 한마디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인사이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소비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우리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서베이나 표적집단면접법(FGI: focus group interview)과 같은 방법이었다.하지만 경험이 많은 마케터라면 이러한 방법을 통해 얻은 정보가 막상 소비자의 실제 소비 행동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응답자가 돈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된 답변을 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응답자 자신도 자기의 내면을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는 실제 수많은 경쟁 상품이 진열돼 있는 진열대 앞에 서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격과 연비 및 옵션이 얼마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해 봤다. 먼저 가격을 200만 원 인하할 경우 현대차는 51%였던 점유율이 13%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200만 원 인상하면 17%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은 200만 원 인하할 경우 14%가 증가하는 반면 인상하면 9%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쟁사보다 연비가 개선된다면 얼마나 더 많이 팔릴 것인지 테스트해 봤더니 현대차의 경우 연비가 경쟁차보다 1km 더 높아진다면 9% 증가하고 2km가 높아진다면 65%까지 점유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점유율이 가장 낮은 GM대우도 연비가 1km 높아진다면 현재 점유율 3%에서 9%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소비자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연비를 고려한다고 볼 수 있다.가격을 150만 원 인하하는 것과 연비를 1km 향상시키는 것 모두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을 60%로 높여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소비자에게 연비 1km 개선은 금전적으로 150만 원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옵션에 따라서도 구매 행동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내비게이션(51%)보다 선루프(55%)가, 선루프보다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57%)이 판매에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소비자의 구매 행동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심리학자는 왜 소비자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마케터는 그보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판매에 활용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