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크린 시대 열린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업종 간 경계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통신 업체가 방송에, 방송 업체가 통신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제조사가 서비스 분야까지 나서고 있다. 융합(컨버전스)이 이처럼 진전되면서 기존 사업 영역에만 안주해서는 미래 먹을거리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단말기, 네트워크, 콘텐츠를 하나로 통합하는 이른바 3 스크린플레이 시대가 그래서 열린다.3 스크린플레이는 휴대전화 PC TV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대표 기기 세 가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장소와 기기가 달라져도 끊김 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기술이기도 하다.3 스크린플레이 시대를 맞아 애플, 노키아, 소니 등의 전자 업체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최근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각각 아이튠즈, 오비, 아이비오라는 이름의 콘텐츠 서비스를 앞세워 통신사들의 매출 기반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스마트폰 ‘아이폰’으로 세계 휴대전화 마니아들을 열광시킨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혁신의 문화를 전파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아이폰과 MP3 플레이어 아이팟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사이트인 ‘앱스토어’는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후 빅히트하며 애플의 3 스크린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까지 앱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이 게임, 교육, 지도 등 각종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간 횟수는 무려 10억 건 이상이다. 애플은 장터만 열어 놓고 3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폰, 아이팟용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면서 이를 사용하기 위해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여기에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내려 받아 볼 수 있는 ‘애플TV’까지 내놓으며 통신 음악 영화 게임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 역시 “우리의 경쟁사는 휴대전화 제조사가 아니다”고 선언하며 최근 1~2년간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휴대전화에 인터넷을 접목해 최고가 될 것”이라며 ‘노키아표 인터넷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휴대전화에 콘텐츠를 담지 않고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노키아는 휴대전화 기반의 지도,광고,게임 서비스를 담은 포털 사이트 ‘오비(Ovi)’와 소프트웨어 유통 서비스인 ‘모시(MOSH)’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업체인 나브테크를 인수하며 디지털 지도 사업 장악도 노리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유럽에서 휴대전화나 PC에서 영화,TV 드라마 등을 내려 받아 볼 수 있는 ‘무비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삼성 무비 스토어에서 다양한 비디오 콘텐츠를 다운로드받아 PC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으로 전송해 언제 어디서나 보는 것도 가능하다. 하드웨어(휴대전화)와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묶는 삼성전자의 융합 전략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애니콜(휴대전화),자이젠(PC),옙(MP3 플레이어) 등 3개의 웹사이트를 삼성모바일로 통합했다. 지난해엔 옛 디지털미디어총괄에 있던 MP3 플레이어,PC,셋톱박스 등의 사업을 정보통신총괄로 이관하며 휴대전화 사업과 합쳤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 기업들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컨버전스 전략에 점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글로벌 기업들이 얼마나 성공적인 3 스크린플레이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향후 통신 미디어 시장은 물론 IT 산업 전반의 판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이른바 ‘컨버전스 3.0’으로 불리는 빅뱅이 시작된 셈이다.통신 업체 관계자는 “초기 컨버전스가 단순한 기능 결합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단말기와 네트워크, 콘텐츠를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3 스크린플레이는 컨버전스 3.0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온 전략”이라고 설명했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