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많은 베트남 펀드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베트남 외환 위기설’에 관한 리포트가 나온 지 정확하게 1년이 지났다. 베트남 외환 위기설로 이머징 마켓 증시에서 가장 먼저 급락했던 베트남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2009년 5월 4일 기준)이 마이너스 21.33%를 기록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인 마이너스 34.82%를 상회했다.한편 최근 한 달 사이 베트남 증시는 8.62% 오르며 지난 2월 24일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04%로 해외 주식형 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인 8.5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최근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증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지 외환위기 이후 1년이 지난 베트남 펀드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베트남은 2000년 이후 연 7~8%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풍부한 내수 시장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특히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동시에 해외 직간접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개발 초기 단계에 자본 형성이 미약했던 베트남의 현실적 한계를 보완하며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특히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주식, 부동산 시장의 외형이 급격히 팽창됐다. 그러나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했던가. 해외 직간접 투자 자금이 급성장하던 베트남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2007년 10월 이후 베트남은 자산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금융회사의 디레버리징(신용 축소)이 시작됨에 따라 해외 투자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며 펀더멘털이 급격히 훼손됐다.그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원유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제 시설이 없어 정제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무역 적자폭이 확대됐다. 결국 베트남의 무역 적자 규모는 2008년 1월부터 4월까지 111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2007년 동기 대비 334% 급증했다. 또한 당시 국제 유가 급등세와 맞물리면서 2008년 4월 당시 베트남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1.4% 폭등했고, 특히 식료품의 물가상승률은 40%에 육박했다.그러나 2008년 5월 이후 베트남 정부는 본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에 들어갔고, 특히 5~6월 기준금리를 8.75%에서 14%로 525bp(bp=0.01%포인트) 인상하면서 물가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08년 6월 베트남 증시는 최고점 대비 60% 이상 급락했고 베트남 펀드 역시 수익률 급락을 면치 못했다.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베트남의 상황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베트남의 무역 적자 규모는 2008년 3월 32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적자 폭이 감소되며 2009년 들어서는 누적 기준으로 흑자를 유지했다.또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982bp까지 치솟은 베트남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9년 5월 6일 현재 336bp로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며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해소되면서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보통 금리(수익률)의 역전 현상은 자금시장이 불안정한 경우 발생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디레버리징 강화로 베트남을 포함한 개도국의 신용 경색이 심화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5월 말부터 시작된 장·단기 수익률 역전 현상이 2009년 1월 초부터 해소 국면에 진입하면서 베트남의 경기 하강 리스크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물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의 수출과 내수 경기가 동반 급락하며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년 내 최저치인 3.1%를 기록했다. 더욱이 그동안 무역수지 적자를 상쇄해 오던 해외 직접 투자(FDI) 역시 2008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베트남의 신용 등급은 여전히 ‘투자 부적격’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베트남 증시는 여타 개도국 증시 낙폭과 비교해 볼 때 오버슈팅(over-shooting)된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24일을 저점으로 5월 6일까지 50%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물가, 무역 적자 등 리스크 요인 개선에 따른 되돌림 현상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장 왜곡이 시정된 이후의 증시 방향성은 경제 펀더멘털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이렇듯 베트남 증시가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베트남 증시가 2월 저점 대비 50% 반등했지만 같은 기간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5에서 마이너스 15%로 증시 반등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펀드 간 수익률 차이도 심하다.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바로 펀드 내 채권의 편입 비중 때문이다. 외환위기설 당시 베트남 증시가 폭락하자 위험관리 차원에서 펀드의 채권 편입 비중을 점차적으로 확대했다. 결국 이런 위험 회피적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인해 베트남 증시가 급등했는데도 불구하고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또한 채권의 편입 비중이 최소 15%에서 최대 71%(삼성 베트남 펀드 제외)까지 큰 차이를 보이면서 펀드마다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다. 물론 베트남 펀드가 벤치마크지수인 베트남 증시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통해 같은 혼합형 펀드라고 할지라도 운용사마다 베트남 펀드의 운용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펀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지, 공격적으로 할지 투자자의 성향에 맞게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첫째, 현재 베트남 역외환율은 2008년 5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하향 안정화됐지만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베트남 역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베트남 증시 반등세가 지속될지라도 거의 모든 펀드가 환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베트남 펀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펀드가 원·달러는 헤지하지만 동·달러는 헤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시 환 리스크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둘째, 가령 ‘한국 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펀드와 ‘동양 베트남민영화혼합’ 펀드는 5년 동안 환매가 금지돼 있다. 또한 ‘한국 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 펀드와 ‘KB 베트남포커스혼합’ 펀드는 환매 시 환매 수수료 부담 기간이 최장 3년으로 중도 환매가 어려운 상황이다.셋째, 분산 투자의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분산 투자를 통해 더 낮은 위험,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고수익만 추구한 투자자들은 베트남 펀드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 등 대부분의 이머징 마켓 펀드에서 큰 손실을 경험했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직 베트남 펀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다. 따라서 일단 여러 지역으로 나눠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낮추고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안정균·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