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최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대국(局)·대과(課)’를 골자로 한 중앙 부처 조직 개편안을 놓고서다. 이 사안을 빨리 끝내고 싶은 행정안전부와 획일적인 감축에 반발하는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최종 담판을 벌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정부 조직 개편안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출범하면서 청와대 조직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비대해진 청와대 조직이 정부 부처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조직을 슬림화·정예화하는 차원에서 청와대 직원을 직전 정부 때보다 20%가량 줄이겠다고 말했다.결과적으로 16국 69과(59과 10팀)로 구성된 지식경제부는 소속 기관을 포함해 10여 개를 줄이는 선에서 ‘합의’했고, 국토해양부도 13개 과를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5개 과에서 38과 2팀으로 축소하기로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안전과와 소비자정보과를 ‘소비자안전정보과’로 통합하는 등 4개 과를 줄이기로 결정했다.이 가운데 행안부와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처는 26국 104과를 거느린 재정부다. 행안부는 재정부에 15개 과 내외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재정부는 여전히 과별 평균 정원을 9∼10명으로 가져가되 5개 과만 줄이겠다며 조직 개편에 유보적인 입장이다.사실 재정부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재정부는 지난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할 때 상당 부분 몸집을 줄인 상태에서 행안부가 개별 부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대국·대과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위기다.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국의 경우 과의 절반을 없애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과장들이 팀장으로 자리 이동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심의관과 국장들도 역할에 맞는 자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재정부에선 타 부처와의 형평성을 내걸고 있는 행안부의 논리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말한다. 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부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잣대로 부처별로 감축 쿼터를 제시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재정부가 타 부처와 비교가 되지 않는 ‘공룡’ 부처이기는 하지만 경제 위기를 맞아 재정정책 확대 등 재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조직의 틀을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재정부는 게다가 과가 커져서 과장의 업무 영역이 넓어질 경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또 대국·대과제 시행으로 국·과가 줄어들 경우 윤증현 장관 취임 이후 대대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지 두 달여 만에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도 제시하고 있다.타 부처에서도 이번 행안부의 일률적인 대국·대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 경제 부처 관계자는 “하라고 하니 동참은 하지만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람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과를 줄이는 대신 밑에 팀을 만들었으니 과의 업무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로 인해 지난달 말까지 국무회의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던 정부 조직 개편안 논의는 5월 12일 열리는 국무회의로 연기됐다. 하지만 재정부도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확답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공기업 선진화의 주무 부처인 재정부가 공기업에 대해서는 조직 감축 등 고강도의 자구 노력을 요구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피해간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 재정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재정부 관계자는 “사실 집행 부처가 아닌 대표적 정책 부처인 재정부가 행안부의 획일적인 감축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마냥 끌 수도 없어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신영·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