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즐거워②

쇼펜하우어, ‘인생론’최근 중앙일보의 지면 변신이 화제다. 새로운 지면을 받아든 순간 ‘이렇게 하면 신문 제작비도 많이 절감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폭과 길이가 짧아진 지면으로 신문사가 연간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다른 신문사들도 지면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유례없는 불황으로 신문 지면도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불황이 ‘미니 신문’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불황이라고 하면 미니스커트가 떠오른다. 2002년만 하더라도 미니스커트의 길이는 30cm가 대세였지만 이후 매년 평균 1cm씩 줄어들면서 현재는 25cm 길이의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올 여름에는 20∼23cm 초미니스커트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더 짧아지는 이유가 신문처럼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패션 업체들이 불황이 오면 원가 절감을 위해 미니스커트를 제작하고 이를 홍보하면서 ‘불황에는 미니스커트’라는 속설이 유포된다는 것이다.미니스커트의 유행은 원가절감이라는 이유뿐일까. 여기에는 여성과 달리 시각에 약한 남성의 본능적 욕망과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남성의 눈은 욕망을 추구하는 힘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서일까, 요즘 젊은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남성의 ‘뜨거운 시선’을 즐긴다고 한다.= 로마의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바로는 “(남성의) 눈의 지각이 뿜어내는 힘은 별들에도 이른다”고 했다.경제적으로 볼 때도 미니스커트는 시각에 약한 남성을 유혹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미니스커트를 입고 데이트할 경우 남성이 줄곧 성적 충동에 사로잡힐 수 있으므로 여성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은 이러한 남녀 본능의 차이를 솔직하게 분석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라면 어려운 철학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의 ‘인생론’은 무릎을 칠 정도로 재미있다. 그는 먼저 “사랑은 외부적인 원인에서 오는 쾌락이다”라는 스피노자의 사랑의 정의에 공감하면서 특유의 성욕론을 개진한다.= 인간의 사랑이란 살려고 하는 생존 의지 그 자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다.그는 나아가 사랑하는 남녀가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야말로 ‘생존 의지’라고 말한다. “생존 의지는 성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내보이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사랑을 생존 의지로 본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남녀가 첫눈에 반하는 이유도 다름 아닌 ‘2세’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남녀가 사랑하는 연인을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먼저 ‘2세’가 어떤 모습을 하고 나올까에 대한 무의식적인 염려가 들어 있다.이렇게 태어난 자식은 아버지로부터는 의지와 성격을, 어머니로부터는 지능을 물려받게 된다. 생김새는 주로 어머니를 닮고 몸집은 아버지를 닮게 된다.연애는 본질적으로 건강과 체력과 아름다움을 요구하는데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본능적으로 겉모습을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보이려고 한다. 이는 남녀가 서로 반대되는 특질을 지닌 이성에게 끌리게 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즉, 자신의 신체 여러 부분에 나타나는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상대를 구한다. 예컨대 체력이 약한 남성은 튼튼한 여성을 원한다. 키가 작은 남성은 키가 큰 여성을 찾고 키가 큰 남성은 키가 작은 여성을 원한다. 요즘 초등학교 여학생들조차도 ‘남자의 못생긴 얼굴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작은 키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고 하는데 쇼펜하우어 사랑론과 그대로 일치한다. 반면 키 큰 남성이 키 큰 여성을 싫어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2세가 거인화되는 것을 생각한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쩍 마른 키다리 사내는 통통하고 작은 여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성을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이다. 남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상대는 18세에서 28세까지의 여성이다. 젊은 여자는 아름답지 않더라도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요즘 남자들이 결혼을 늦게 하면서 나이든 신랑들이 많은데 노총각일수록 20대만 찾는 경향을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남성들은 정자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여성은 임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노총각일수록 임신 가능성이 많은 20대 여성을 선호하지만 그럴수록 장가를 갈 확률은 더 낮아지게 마련이다. “미인이라고 하더라도 나이 먹은 미인은 남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여자는 임신 가능한 시기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잃게 된다”고 쇼펜하우어는 강조한다.= 남자는 사랑을 하면서도 한눈을 팔지만, 여자는 하나의 사랑에 충실하다. 남자의 사랑은 성관계를 마친 순간부터 급격히 식어버려 다른 모든 여자가 자신의 여자보다 아름답게 보인다.쇼펜하우어는 ‘한눈파는 남자’의 속성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갈파한다. 남자는 항상 여자를 바꾸고 싶어 하지만 여자의 사랑은 성관계가 끝난 순간부터 커진다. 사실 남자는 사정이 허락되면 1년에 100명의 자녀도 낳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리 많은 남자를 상대해도 1년에 1명(쌍둥이 제외) 이상 낳을 수 없다. 남자는 언제나 다른 여자를 탐내고 있지만 여자는 한 남자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그에게 의지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남자의 사랑이 식어버린 것을 확인하면 여자는 자녀까지 버리고 냉정하게 돌아서기도 한다.불륜에 빠지면 모성애가 사라진다?= 자식들을 육체적으로 원조할 필요가 없을 때 모성애는 소멸한다. 특히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에는 종종 모성애가 나타나지 않는다.쇼펜하우어는 ‘모성애의 이중성’을 이렇게 말한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아버지’에서도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식자 아들의 교사와 불륜에 빠지고 끝내 집을 나가 새살림을 차린다. 어머니를 찾아 나선 아들은 어머니가 간난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그 이유로 쇼펜하우어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자신의 내적 자아와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과는 종류가 다른 것으로 훨씬 지구적(持久的)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자식 속에 자신의 내적 자아를 재인식하므로 부성애는 그 근원을 형이상학적인 데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만 남자를 손에 넣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은 여자의 천성이며, 그 밖의 다른 것에 대한 여자의 관심은 한갓 가장이요 농간에 불과하다.위의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이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은 대체로 여성을 비하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어머니와의 불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버지보다 스무 살 연하인 그의 어머니는 여류 작가로 활동하며 아버지와 불화를 겪었고 사후에는 자유연애를 하며 쇼펜하우어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결국 그의 염세주의 철학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모든 남성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남성은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지만 여성은 세상을 지배하려는 남성을 지배한다.= 남성은 모든 경우에 사물을 직접 이해하거나 극복함으로써 지배하려고 하지만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단지 간접적으로, 즉 남자를 통해서 지배하도록 되어 있다. 단지 아내는 남편만을 직접 지배할 수 있다.= “여성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초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중년에는 쾌락이 없을 것이고, 만년에는 위안이 없을 것이다.”(프랑스 시인 주이)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