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임: 인류멸망2011’

‘블레임: 인류멸망2011’은 감염자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2500만 명이 추가 감염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세로 일본 열도를 뒤덮은 괴바이러스와 이에 맞선 일본인들의 사투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다. 최근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독감 등 각종 바이러스의 창궐로 공포에 떨었던 것을 염두에 두면 재난의 뿌리를 자연재해가 아닌 바이러스에서 찾은 발상부터 눈길을 끈다.2011년, 도쿄 근교의 시립병원 응급센터. 고열에 시달리는 남자가 아내(이케와키 치즈루 분)와 함께 병원을 찾는다. 의사 마츠오카 츠요시(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그를 감기 환자로 진단해 돌려보내지만 다음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남자가 다시 병원에 실려 온다. 다급한 치료에도 남자는 피를 토하면서 죽어버리고, 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한다.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자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는데, 그중 하나가 세계보건기구(WHO) 메디컬 담당자 고바야시 에이코(단 레이 분)를 해당 병원으로 파견하는 것. 세계 각지에서 전염병을 연구한 고바야시 에이코는 알고 보니 대학 시절 마츠오카 츠요시와 애틋한 관계였다. 마츠오카와 고바야시를 비롯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은 전대미문의 질병을 이겨내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이전까지 일본의 멸망을 그려낸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급한 위기 상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블레임: 인류멸망2011’은 언뜻 히구치 신지 감독의 2006년 작 ‘일본침몰’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영웅적 면모를 앞세운 ‘일본침몰’의 결말이 장밋빛이라면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2009년 찾아든 이 영화의 세계관은 철저히 비관적이다. 물론 싱싱한 신작 블록버스터라는 태생에 걸맞게 시각적 쾌감만은 ‘일본침몰’ 못지않다. 도쿄의 신주쿠, 시부야, 오사카의 난바 등 우리 눈에도 익숙한 일본 명소들이 지독한 폐허로 전락한 모습은 ‘나는 전설이다’가 펼쳐 보이던 황폐한 뉴욕의 풍경에 버금가는 전율을 안긴다.감독: 제제 타카히사 / 주연: 츠마부키 사토시, 단 레이, 이케와키 치즈루 / 분량: 138분 / 개봉: 2월 26일 / 등급: 12세 이상재활원에서 약물중독을 치료 중인 킴(앤 해서웨이 분).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 분)의 결혼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힘들게만 했던 가족들과 화해하려고 하지만 낯선 이들로 북적거리는 집안 분위기에 도통 적응하기 힘들다. 작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였던 이 영화는 불안하고 예민한 킴이라는 인물을 잘 살려낸 앤 해서웨이는 물론 주연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 받았다. ‘양들의 침묵’ ‘필리델피아’의 조너선 드미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극영화.혼탁한 현대사회, 테러리스트만이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톰 티크베어 감독의 신작 ‘인터내셔널’은 다국적 은행과 인터폴 형사의 대결을 쫓는 액션 스릴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다국적 은행이 돈 세탁, 무기 거래, 테러 등의 범죄에 연루됐음을 밝히는 자못 충격적인 내용 때문일까. 정치색 뚜렷한 영화들을 반기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클라이브 오웬과 나오미 와츠가 인터폴 형사와 지방 검사관으로 출연한다.일본에 거주하는 일본군 조선인 위안부 송신도 할머니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사람들이 함께한 10년의 세월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원시원한 성격, 날카로운 입담, 뛰어난 통찰력을 두루 갖춘 그녀는 위안부라는 단어에서 흔히 떠올리는 피해자의 이미지를 거침없이 깨부순다. 소의 해, ‘워낭소리’가 불러일으킨 다큐 열풍을 이어갈 또 하나의 감동 다큐로 평가받는다. 배우 문소리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