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최근 유럽연합(EU)은 휴대전화를 정보통신 기기가 아닌 가전제품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역외에서 들어오는 휴대전화에 13.9%의 수입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어떻게 해서든 역외 업체들의 수출을 줄이고 역내 기업을 보호하려는 속셈이다.EU가 내세우는 논리는 “휴대전화에 TV와 카메라 기능을 갖췄으니 당연히 가전제품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분명히 꼼수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반박하는 것도 쉽지 않다. TV와 카메라는 물론 문자를 보내고 노래를 듣고 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기능을 부가한 휴대전화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아마도 단일 제품으로 보면 휴대전화만큼 빠른 주기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제품도 드물 것 같다. 이상한 물체를 손에 들고 길거리에서 ‘떠드는’ 모습을 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에는 1~2년만 지나면 새로 산 휴대전화도 고물 취급을 당하는 양상이다.비록 경기 위축으로 예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지만 올해도 휴대전화는 2000만 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삼성전자는 72만 대, 엘지전자는 44만 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했다. T*옴니아, 에나멜, 메탈슬림, 와인폰, 아이스크림폰, 뷰티폰, 시크릿폰 등등.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은 사실 휴대전화를 합리적으로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쉽지 않다.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기능과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좋아할까. 상대적으로 휴대전화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봤다. 가격대를 2만 원에서 7만9000원으로 가정하고 DMB 카메라 라디오 MP3 영상통화 등의 기능을 여러 형태로 조합한 다섯 가지의 휴대전화를 제시한 후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을 관찰했다.그 결과 가격은 4만4000원에 지상파 DMB 기능과 300만 화소의 카메라, 그리고 MP3 및 영상통화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가 36.8%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반면 가격이 2만 원으로 가장 저렴하더라도 최근 기능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선택받을 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0.7%로 두 번째 많은 선택을 받은 제품은 가격이 6만6000원에 위성 DMB기능을 갖춘 것이었다.1위와 2위 제품의 차이는 단지 지상파와 위성으로 TV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약 6% 선택받을 확률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라디오 기능은 소비자의 눈길을 전혀 끌지 못했으며 가격이 고가이면서 최신의, 그리고 최고급의 기능을 갖춘 것보다 가격이 낮으면서 실속 있게 기능과 사양을 갖춘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휴대전화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가격인 것으로 관찰됐다. 약 15%가 가격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보고 있었다. 두 번째는 모바일 디스크의 연결 여부로 약 13%가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조사 대상이 젊은층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니즈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으로 DMB 전자사전 교통카드 기능의 순이었다. 이 역시 조사 대상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학생들이기 때문에 사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편리한 교통카드의 기능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반면 대부분 휴대전화에 장착돼 있는 MP3와 카메라 기능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 MP3는 별도로 전용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휴대전화에서 그 같은 기능을 원하는 니즈가 약한 것이다. 또 카메라의 경우도 휴대전화의 필수 기능 중 하나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해 본 후 실용성을 강하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DMB 기능이 주는 효과는 약 18%의 선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만4000원에 300만 화소 카메라, MP3,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에 DMB 기능이 있을 때는 37%의 선택을 받았고 DMB 기능이 없을 때는 선택 확률이 19%로 떨어졌다. 한편 교통카드 기능의 효과는 더 큰 것으로 관찰됐다. 동일한 제품에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제시한 후 구매 행동을 관찰할 결과 선택 확률이 23%의 차이를 보였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 thechoice.co.kr) 대표